-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주인공 이름이 '보잭 홀스맨' 입니다. 그리고 이름대로 '말남자'이기도 하죠.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냥 동물 모양을 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미쿡 LA, 콕 찝어서 헐리웃 근방이 배경이구요. 우리의 주인공은 90년대 꽤 잘 나갔던 인기 시트콤 '말장난'의 주인공으로 떴으나... 이후로 20여년간 그걸로 번 돈 + 그걸로 우려먹으며 버는 돈으로 먹고 사는 퇴물 중장년 배우에요. 식탐 쩔고 무식하고 거칠고 무례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 밖에 못 하는 이기주의자에다가 멍청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우울하죠. 하지만 늘 언제나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해서 계속 이런저런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당연히 원래 의도대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구요.

 그래서 이 시리즈는 이 딱한 진상말과, 어쩌다 이 말과 얽힌 다양한 사람 or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대략 20년쯤 전. 디즈니가 아닌 미쿡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에 이것저것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절 생각이 좀 났습니다. 일부러 안 예쁘게, 혹은 덜 예쁘게 그린 얼핏 보면 무성의해 보이는 그림체에 주인공은 결함 투성이 모질이이고 개그는 아주 독하기 그지 없던... 그런 애니메이션들이 막 들어와서 화제가 되고 그러던 시기죠. 비비스와 벗헤드라든가 사우스파크라든가... 등등. 당시 한국의 문화 개방, 검열 완화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작품들이 꽤 인기를 끌었었죠. 덕택에 '아치와 씨팍'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했고.


 '보잭 홀스맨'도 그와 좀 비슷합니다. 독하고 더러운(...) 드립들이 난무하고 종종 일부러 pc함을 건드리는 위험한 개그를 치기도 하구요. 배경이 헐리웃이니만큼 실제 배우들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데 혹시나 싶어 확인해보면 그 중 상당수가 실제 그 배우의 목소리인 것도 옛날 '사우스파크' 극장판 같은 것들 생각나고 그렇더군요.



 - 음... 근데 전 사실 그런 애니메이션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ㅋㅋ 비비스와 벗헤드는 걍 별로였고 사우스파크는 재밌었지만 그 시절 인기만큼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보잭 홀스맨'은 재밌습니다. 아주 재밌어요. 솔직히 말해서 왜 이게 더 재밌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재밌어요(...)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뭐, 이야기가 팔랑팔랑 가벼운 막장 찌질 개그 일변도로 흘러가는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주인공 우주 진상킹 '보잭 홀스맨'이 저의 연민을 (아주 가끔씩) 자아내고 심지어 (정말정말 가끔은) 공감까지 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는 거겠죠. 몰아치는 드립들 속에서 문득문득 진지하고 공감 가능한 상황들이 튀어나오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주 그럴싸해요. 이제 막 시즌 2를 마친 정도로 밖에 못 봐서 (현재 시즌6까지 나와 있습니다) 뭐라 평하는 게 좀 그렇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그렇습니다.


 솔직히 시즌 1 초반에 한 번 그만 둬버릴까 했었어요. 게임이랑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 직장 일들이 바빴던 기간이랑 겹쳐서 몰아서 보기도 힘들었고, 또 초반에는 아무래도 캐릭터들에 정이 안 붙어서 '볼만은 하지만 그냥 그렇네' 라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시즌 후반이 되니 꽤 재미가 붙기 시작했고 시즌 2는 그냥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 3을 볼 예정이구요. 



 - 현재까지 나온 분량의 1/3 밖에 못 본 시점이니 그냥 최대한 간단하게 중간 소감을 말하자면 '왠만하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입니다.

 보다보면 첫인상과 다르게 그림이나 연출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는 느낌도 들고. 음악도 좋고 성우들 연기도 좋고 이야기도 좋고 결정적으로 캐릭터들이 꽤 정이 들어요.

 평소 제 스타일과 다르게 아껴가며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조금 들고 그럽니다. ㅋㅋ




 - 사실 동물이랑 인간이랑 마구 섞여 있는 건 그냥 드립을 위한 건지 뭔 의미가 있는 건지 아직 별로 감이 안 오네요. 아무래도 동물이다 보니 그게 캐릭터 성격에 반영이 되곤 하는데, 그게 캐릭터 묘사를 위해 동물로 표현한 건지 동물로 표현한 김에 캐릭터 성격이 그렇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둘 다이겠지만... 왜 어떤 놈은 동물이고 어떤 놈은 사람인지도 애매하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그 덕에 드립들이 많이 나오고 재밌으니 됐습니다. 


 ...사실은 또 왜 굳이 헐리웃 퇴물 배우가 주인공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역시 덕택에 개그 소재가 끊이질 않고 재밌으니 됐습니다. 하하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8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63
110717 대통령 탄핵 절차에 관한 질문;;; [4] eple 2010.12.29 2468
110716 나탈리 포트먼의 The Other Woman 포스터. 90년대 영화음악 표지 두 장. [5] mithrandir 2010.12.29 2292
110715 [아침엔바낭] 눈길운전, 김태희 꿈 [4] 가라 2010.12.29 2540
110714 극장전에서 엄지원이 옷을 하나씩 벗는 장면이 있나요? [3] BuRaQuee 2010.12.29 4874
110713 [bap] 박영록 사진전 <고로고초의 선물> / 저탄장프로젝트 <폐허의 감성展> [1] bap 2010.12.29 1563
110712 기네스 팰트로는 노래도 잘하네요! (유튜브 영상 재중) [10] dhdh 2010.12.29 2319
110711 2011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릴 예정인 기획전들 [6] Wolverine 2010.12.29 1663
110710 [듀나인?]복수하고 싶어요 [18] 뱅뱅사거리 2010.12.29 3654
110709 각하관련 기사, 1991년부터 보고 있는 중입니다. 각하가 6.3운동을 주도한게 맞습니까? [10] chobo 2010.12.29 2254
110708 어제 눈 속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썼는데요 (눈 사진 있습니다) [19] loving_rabbit 2010.12.29 3542
110707 여러 가지... [14] DJUNA 2010.12.29 2813
110706 [듀나in] 노트북 화면 12.1인치와 13.3인치 차이가 큰가요? [5] 푸른새벽 2010.12.29 2080
110705 Man in a Blizzard [7] DJUNA 2010.12.29 1783
110704 (듀나인)반짝 한 낮의 데이트~뭘하면 좋을까요? [3] 라면포퐈 2010.12.29 2055
110703 [듀나인] SSM에 대하여.. [6] 에셈 2010.12.29 1851
110702 한 주는 언제 시작되나로 생각해 본 한국 문화의 서구화 [31] 걍태공 2010.12.29 3422
110701 [바낭] 인간관계와 결혼식 [22] Planetes 2010.12.29 5911
110700 [사람잡는 삐약이 2탄] 데쎄랄로 찍으니 화보가 나오는군요. [15] Paul. 2010.12.29 3629
110699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미네르바 vs MB정권. [6] 고인돌 2010.12.29 1536
110698 캐나다 박싱 데이 체험기! [17] 남자간호사 2010.12.29 408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