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외 3인의 작가가 태양계를 무대로 그려내는 미래의 이야기들입니다.

 아마 듀게에서는 읽으실만한 분들은 다 읽으셨을듯 싶은데

 

 총 네편의 이야기들 모두 서늘하니 몰입도가 좋아서 피서용으로 딱인듯 싶어요.


 네편 모두 다 좋았지만 저는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가 가장 좋았어요. 

 서사도 좋고 메세지도 좋았지만 텍스트의 힘 소설이라는 형식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우라가 매력적이어서 

 특히 좋았습니다.  네 편 모두 영화화 한다면 멋진 콘텐츠가 될 수 있을텐데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는 영상으로 옮기면 클라이막스의 몽둥이로 뒷통수를 후려 갈기는

 느낌이 덜할거 같아요.  


 AI, 로봇, 다른 행성 등을 문학을 통해 접한것이 수십년 째이지만

 현실에서 서서히 구체적으로 접촉하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을 지켜보게 된 요즘에

 이와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주는 느낌은 그 수십년전과 많이 다른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랄까?  아니면 새로운 고민이랄까

 SF 에서 그려지는 지금과 다른 세계의 경제학적 형상?에 대한 애매모호함을 풀고 싶어져요.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난 뒤의 세상에 작가들의 접근에서 의도적인 회피인지 아니면 게으름인지

 어떤 공백이 살짝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느끼는 공백이고 SF 일반에 대한 비판은 아니에요)


 경제에서 노동은 수단이지 목적 혹은 결과가 아닙니다. 

 노동력이 AI와 로봇으로 대체가 된다는건 수단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목적은 결국 인간공동체의 경제적 지속성입니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입는것이 가장 원초적인 목적이겠죠.


 원시공산제 사회구성체에서는 자급자족이 기본이었고 그 자급자족이 개인에서 가족 그리고 부족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정도의 변화와 발전이 있었고 자본주의에서는 국가단위를 넘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단일한 경제단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결국 인간노동이 생산수단의 가장 근간이 되었던 것은 수천수만년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제 노동이란 생산수단이 언젠가는

 종말 혹은 부차적인 지위가 될 것이라는 것은 대체적인 전망이 되고 있고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곧 현실에 도래할 근미래의 일이

 되고 있다 보여집니다.

 

 노동이 사라진 근미래에도 인간의 경제적 지속성은 담보될텐데 그 목적에 복무하는 새로운 생산수단은

 결국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전적으로 자본에 귀속될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자본주의에선 생산수단이 노동과 자본이었고 정치적으로 노동자들은 노조와 정치세력화를 통해 자본에 대항 할 수 있었지만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면 자본은 모든 생산수단을 독점할 수 있고 노동자 혹은 시민들은 자본에 대해 생산현장에서

 대항할 수단을 빼앗기게 됩니다. 


 자본에 소외된 사람들이 자본을 견제하고 경제 본래의 목적이 다수의 사람들의 삶의 지속성을 담보하게

 강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남은 방법은 정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사회주의가 결국 근미래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회주의는 이미 역사와 현실속에서 존재했던 사회주의 체제와는

 같아야할 이유도 없고 같을 수도 없다고 봐요. 


 문제는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수준에 비례한 수준으로 정치체제가 만들어지고 굴러갈 것이라 보면

 현재 인간군상들의 찌질함들을 보아 상당수 디스토피아적 SF 문학, 영화에서 보여지는 비관적인 결말?이 대충 그럭저럭 수용되는거 같은데...


 좀 반항심이 스멀스멀 생겨요.  상상력을 왜 꼭 나쁜 쪽, 비관적으로만 발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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