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08:39
처음부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보이는 사안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아니고, 법조인들은 공통적으로 그러더군요. 전형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쓰는 어법을 전부 다 쓰고 있다고. 정봉주는 정치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몇 있었는데 다 본인이 걷어차 버렸습니다. 도덕성과 정치적 감각 모두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1. 솔직히 인정하고 백배 사죄하기
정말 미안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금이라도 엎드려 사죄한다고 처음부터 몸을 낮췄으면,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김기덕, 조재현, 고은, 이윤택, 안희정 등 흉악 사범들이 즐비한 와중에서 정봉주가 죄질이 가벼운 성희롱 1회인데도 정말 반성하고 새로운 인물로 거듭난다(는 시늉이라도 한다)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인간이라는 착시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하향평준화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신사적인 대응이라는 칭찬(?)마저 들을 수 있었을지 몰라요.
(피해자가 A씨 한 명뿐이라는 전제 하에... )감옥 가기 이삼일 전, 게다가 어머니도 쓰러지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만나려고 한 걸 보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정말 좋아했나보네'라는 생각도 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절대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위에 나열한 연쇄강간범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인간적이라고 봐줄 여지가 있었을 거예요.
2. 만나긴 했지만 성추행은 없다고 잡아떼기
이 역시 꼼수이지만 끝까지 우기면 사실 알아낼 방법이 없죠.
그런데 정봉주는 아예 안 만났다고 우기는 더 큰 거짓말을 하고 그걸 입증할 알리바이를 구축하려 애씁니다. 그 결과 만났다는 것만 입증되면 자동적으로 성추행을 한 게 인증되어버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났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구요.
상처뿐인 승리만 남은 프레시안의 논조도
(서어리 기자는 원래 무거운 주제를 심층 보도하는 쪽이었는데 이번 기사들은 너무 감정적이었어요.)
프레시안 다른 기자들의 논조도 정말 문제가 많았구요.
(결정적 특종은 결국 sbs가 했네요.)
프레시안 측 박훈 변호사도
그 프레시안을 디스한 전직 프레시안 기자도
뭐 김어준 일파 및 남초 사이트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건에 말을 얹은 당사자들의 모습은 어째 다 실망스러웠네요. 물론 최악은 정봉주 자신과 그 주변 인물들과 변호사.
2018.03.28 09:00
2018.03.28 21:45
후일을 도모하기엔 이미 끝났어요. 너무 찌질했고 피해자 공격하는 악랄한 짓까지...
2018.03.28 10:28
1번의 경우는 선택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정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성희롱, 성추행을 하는 사람은 한사람만에게 한번만 하지 않습니다. 아니정도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한번의 실수였다, 그외에는 없다.. 같은 소리는 절대 안했죠. 또 터질게 있다는걸 본인이 알고 있으니까요. 인정을 하면 줄줄이 터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절대 재기의 기회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터트리면 괴롭게 될것' 이라는 시그널을 다른 피해자들에게 보내야만 하니까요.
소설을 써보자면...
정봉주 자신은 그날 자기가 호텔에 가서 성희롱, 성추행을 했는지 기억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자기 확신을 못했겠지요.
너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성희롱 했지? 라고 물어보면 안하는 사람은 '난 안했어' 라고 하지, '난 그날 거기 안갔어' 라고 하진 않지요. '그날 거기 안갔으므로 불가능하다' 라는건 서로 치고 박고 하면서 한참 뒤에 나올 근거와 해명인거지요.
아.. 내가 좀 하고 다니긴 했는데, 기억이 안나.. 하고 자기 행적을 생각해보니 그날 거기 안간 것 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난 거기 안갔으니까 안했다. 거짓말이다.. 라고 한게 아닐까.. 하는 소설을 써봅니다.
2018.03.28 21:52
줄줄이 나올 (자신은 기억도 못하는 수많은) 성희롱, 성추행 폭로를 미연에 막아 보고자 했다는 해석이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저도 그 생각을 하긴 했지만, 선의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일단 터진 것만으로 해석해야지 다른 사건이 더 있다고 하면 너무 몰아가는 것 같아서... 백번 양보해서 정말 딱 한 번 있었던 성희롱이라면 그래도 용서와 재기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
하지만 두번째 해석은 개연성이 낮아 보입니다. 아무튼 정봉주는 감옥가기 직전, 겨우 수감 일정을 하루이틀 늦췄고, 일정도 꽉 차 있고, 어머니는 쓰러지시는 그 와중에도 기어코 A씨를 만나려고 했을 만큼 욕망이 강했던 상태입니다. 충족되지 않은 욕망은 쉽사리 잊히지 않습니다. 아마 본인도 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기억의 색감은 완전 다르더라도요.
2018.03.28 10:44
2018.03.28 21:52
그렇죠. 며칠 더 버텨보겠다고... 찌질해요.
2018.03.28 11:49
2018.03.28 21:54
네... 처음부터 인정하고 사죄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란 건 물론 피해자들이 우후죽순 더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사건이 더 폭로된다면 이러나 저러나 재기는 불가능하겠죠.)
2018.03.28 11:56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라 신경 끄고 있었죠. 솔직히 좀 지겨울 정도였네요 --;;;
본인에게 관심 없는 여자에게 키스 시도를 한 게 사실이라면 쉴드 불가지만, 이윤택 김기덕 조재현 같은 흉악범들은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라는 듯 납작 엎드려 쥐죽은 듯이 숨어 있는데 참..
그러게 그냥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고 자숙하지.. 인생 종칠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
가라 님 말씀대로 평소에 잘 추근대고 다녀서 그게 누군지 언제였는지 기억을 못한거 같네요. --
이 사건이 근자감으로 성추행을 일삼는 아저씨들에게 경종이 되길.
2018.03.28 23:10
더불어 이차가해자들도 남김없이 고소해서 경종을 울렸으면 합니다.
2018.03.28 16:11
처음 정봉주 사건의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은 도망갔다가 나와서 하는 해명이 왜 저래? 저거 기사의 주장이 사실이라서 저러는 거네 였어요. 그리고 기사를 다시 읽어 보니 이기적이지만 저렇게 밖에 대응 못 할 것 같다 였어요. 그 전제는 실제 기사내용대로의 일이 벌어졌다면 서울시장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둘째 문제고 이걸 인정해 버린다면 가정은... 부인은... 이 가장 먼저 생각나서 식은 땀이 났을 거라고 봐요.
당시 정봉주가 감옥가기 전에 했던 많은 퍼포먼스에는 부인과 함께 하는게 많았어요. 그런데 감옥가기 직전 급박하고 몰래 시간을 내서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미혼인 여자를 불러내서 추행을 하고 너를 보지 못하고 감옥가는게 아쉬웠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걸 인정했다면 가능성도 희박했던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정치인생을 지속하는 순간 기사도 잠잠해지고 어떻게든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부인했던 건 출소 이후 부인과 어떻게 지내는지는 몰라도 잘 지내고 있었다면 바로 그 기사를 인정하는 순간 가정이 깨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먼저 였을 거라는 거죠.
그러니 말했잖아요. 남녀 안 가리고 사람들과 엮이지 말아야 한다구요. 언감생심 이성분에 사심을 품다니 그 누구와도 사심을 가진 만남에 대해서는 처벌을 해야 합니다. 업무용어 이외에는 절대 대화를 해서도 안되요. 길거리에서 교미 붙은 똥개들에 뜨거운 물을 끼얹듯이 뜨거운 물 법이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대화를 나눌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미리 입과 눈에 오바로크를 박아놔야 해요. 이성을 끌만한 자신의 매력이 없으면 혼자 늙어 죽어야죠. 여성분들이 아마조네스처럼 여성들만 사는 여성왕국만을 만들어서 살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오래전부터 찬성해오던 바입니다. 법만 지킨다면 적극 찬성이죠. 그런데 대놓고 법을 어기겠다고 하더군요. 남자아이는 죽이고 여자아이만 키우겠다는데 그럼 그 아이들은 어디서 생산되나요? 남의 아이를 훔쳐 오겠다는 것인지가 궁금해요. 살인과 납치만 해결하면 그런 신세계에 적극 찬성합니다.
이걸로 미투가 멈추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시작도 하기전에 끝나버리는 분위기인데 아직 군대나 학교, 일터는 시작도 안했습니다. 그 곳 뿐이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도 시작도 안했어요. 이건 모든 곳의 폭력까지 가려면 먼 장거리 입니다, 이렇게 된 거 가정내 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폭력부터 지금도 터져 나와야 할 게 많은데 이걸로 끝나서는 안되죠.
2018.03.28 23:11
남자아이는 죽이거나 납치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게 해결책일리도 없구요. 불쾌하군요.
정씨가 거짓말이라면 왜저럴까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거 같더군요. 물론 당장은 정계 진출이 힘들겠죠 프레시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다면 후에 '나는 당했다'로 나올 구멍을 만들고 있는거 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지금 보면 지지자들의 결속력을 더욱 좋아졌고 또 다른 음모론은 벌써부터 나올려고 하더군요. 궁예질이지만 정씨는 사건이 터진 초반부터 이걸 노린거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