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6 13:40
1.하아...연휴예요. 모든 것이 멈춰있는 지겨운 며칠이죠. 1년에 두번 이상씩은 겪어야 하죠.
2.내가 하는 걸 크게 나누면 네가지 뿐이거든요. 돈을 벌거나, 돈을 벌 시간을 기다리거나, 여자를 만나거나, 여자를 만날 시간을 기다리는 거죠. 사실 그래서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데 쓰죠.
3.하지만 '정확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나마 나아요. 개장 시각이 가까워지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그 시간은 '뭘 기다리는 시간인지'분명해지는 거죠. 그래서 그걸 준비하느라 밀도 있게 보낼 수 있고, 덕분에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게 돼요.
하지만 이렇게 연휴가 되어서 시간이 퍼져버리면 뭘 기다리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거든요. 그냥 이 시간이, 연휴가 어서 끝나버리길 기다리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이러면 정말 시간이 안 가요. 미친듯이 지루해지죠.
다른 연휴는 몰라도 설날과 추석은 주식시장과 술집...둘 모두가 닫으니까요. 둘 중 하나라도 살아 있으면 뭔가 시도해 볼 수 있는데 둘 다 닫혀버리니 시옥(詩獄)에 갇혀버린 것 같아요.
4.휴.
5.누군가는 시간이 많아서 부럽다며 이런저런 권유를 해요. 좋은 책들을 읽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라고 말이죠. 내가 보기에 그런 걸 권유하는 사람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이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다 본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거잖아요? 내 마음이 동할만한 걸 권해야지 왜 자신이 하고싶은 걸 내게 권하는지 모르겠어요.
6.오늘은 진짜 정말로 사람을 불러낼 수가 없어요. 아무리 만날 사람이 없는 날에도 제물을 바쳐서 강제소환할 수 있는 몇 명은 있거든요. 하지만 그들조차도 설날과 추석 당일만큼은 '그들 자신'으로 돌아가죠. 365일중 단 2일...이 2일만큼은 내가 강제소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 자신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뭐...좋은 일이죠. 그들에게 말이죠.
7.이런 날은 마포구의 그 녀석들이 보고 싶기도 해요. 라인을 켜서 메시지를 썼다가 지웠다 하는 중이예요.
그야 그들도 오늘 심심해하고 있겠죠. 문제는, 그들을 오늘 만난다면 다시 관계가 이어지게 되거든요. 아니...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들과의 만남을 다시 이어가는 게 문제가 될지 아닐지 생각해보는 중이예요.
----------------------------------------
오늘 생일파티 번개라도 해볼까 하다가...오늘만큼은 절대 불가능일 것 같아서 말았어요. 다음주에 v네 가게에서 한번 해볼까 싶어요.
생일파티를 여러 번 하다보니 이젠 알겠거든요. 모르는 사람들과 생일파티를 할 때는 어딘가의 방을 빌려서 해봐야 재미가 없어요. 나는 좋은 진행자가 아니거든요. 분위기를 잘 띄워주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어야 기분 좀 살죠.
난 그냥 명절이 싫습니다 먹을 것도 많고 풍족한 시간이라 진심은 그렇치도 않을런지요.
지금도 난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어릴 때 숨박꼭질 하며 고개 숙여 눈을 감고 아무것도 안보이면 남도 날 못보는줄 알고 있었던 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