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7 21:19
<코코>를 보고 난 직후의 감상은 '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최고인 거 아닐까!'였습니다. 순진하게도...
애지중지하며(...) 별점 관리하는 왓챠를 켜서 4.5점(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싶을 명작영화'에 주는 점수)을 매기고 나서
왓챠 코멘트들을 좀 읽은 다음에 듀게를 켜서 코코 감상평들을 읽어보았죠.
저는 별달리 떠올리질 못했던 비판점들이 있는 걸 보면서, 뭐 디즈니 특유의 보수성과 가족주의는 떨쳐낼 수 없긴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관점이며 상상력은 제법 신선하고 멋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별점을 4점으로 내렸죠('명작영화'에 해당합니다).
근데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앉아서 곰곰이 복기를 하고 있자니,
극중 헥터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해서 사라져 간 노인 캐릭터였던 '치치'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처음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던 장면이었죠.
그런데 치치가 유품으로 남겼던 기타는 주인공 미구엘이 잘 '써먹은' 다음 극중의 결정적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의 직전에서,
노래하다 수영장에 빠진 미구엘이 구출되는 장면 와중에 수영장 바닥에 그대로 가라앉은 채로 영화에선 다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버린 치치와 그의 기타, 그리고 치치의 슬럼가(?) 풍경과 그뒤의 구성을 되새김질해보게 되니...
영화 속 주황색 꽃잎처럼 따스하게 보이던 영화가 문득 섬뜩해지더군요.
별점은 3.5점으로 내려갔구요(...) ('좋은 면들이 있긴 한데 아쉬움이나 단점이 분명한 영화').
그동안 디즈니 영화를 보며 큰 신경을 기울여 본 적은 없이... 뭐 애니메이션이니까, 라는 관대한, 아니 그보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보아왔던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디즈니를 비판하는 의견들을 보아오면서도 뭐 명과 암이 있으니까... 정도로 생각을 했고.
근데 그동안 봤던 디즈니 작품 중 가장 휘황찬란한 비주얼을 보여줬던 이 영화의 아래에
이토록 섬뜩한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단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뭐, 그런 두서없는 감상평.
역시 이래서 듀게는 소중해요! (?)
2018.02.07 21:37
2018.02.07 22:05
저는 사후세계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전부 잃은지라... 뭐 물론 처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도 있겠지만요.
2018.02.07 22:23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별로예요. 일단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냥 다 떠나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지 않은 듯해요.
케이블에서 요즘 가끔 해 주는 업!은 볼 때마다 재미있는데. 몬스터 주식회사도 몇 십 번 봤을 거예요.
2018.02.07 22:38
2018.02.07 23:33
하.....듀게 코코 타임이 다시 돌아왔군요. 이젠 듀게에서 제목만 봐도 가슴이 철렁해요. 또 어떤 욕을 먹을래나.
미국에서 반응은 괜찮은 편이고 얼마 전 미국 친구들과 이 영화 이야기를 할 때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어요.
멕시코 현지에서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단 이야기도 들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 어쩔 수 없죠 누가 별 한개를 주든 열개를 주든. 전 2월말 4k-UHD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_^
2018.02.07 23:41
괜찮게 본 사람도 많은데 로튼토마토 어쩌구 하는건 좀 황당하네요 ㅋㅋ
2018.02.08 09:38
2018.02.08 10:41
2018.02.08 21:12
치치와 같은 처지로 잊혀지고 사라져 갈 사자(死者)들에 대한 (의도적이진 않았겠지만) 무신경함이 섬뜩했어요. 살아생전에 나쁜 짓을 하고 살아서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천애고아와 같은 신세로 쓸쓸하게 살다 인연도 잘 맺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사람들이 (최근의 고독사 문제도 문득 떠오르고) 죽은 뒤의 세상에서조차도 그런 처지에 놓여진 채로 있을지도 모른다는게... 가족과 인연과 사랑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그 강조를 위해 명암으로 둔 잊혀져 가고 있는 망자들을 그렇게 그려둔 것─ 저도 지금 이렇게 짧게나마 정리해보니 더 섬뜩해지는 것만 같아서 께림칙하네요. ㅎㅎ; 맞는 인용일지는 모르겠지만 스피박이 말했던 '서발턴' 같은 개념도 떠오르구요... 뭐, 그렇습니다.
2018.02.08 16:34
저도 첫인상은 좋았는데 두고두고 기분이 나빠지는 포인트가 있긴 해요. 섬뜩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러고 보니.. 내 조상은 살인마도 아니고 가족 버린 냉혈한도 아니라네~~ 오예! 하고 안도하는 그 심리가 섬뜩해요. 그럼 살인자의 가족이나 가해자의 가족들은 어쩌란 건지. 악역은 피 섞이지 않은 남에게 슬쩍 밀어버리고 속 편해하는 건 치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