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the easy part)

2018.02.02 05:20

여은성 조회 수:599


 1.어느날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코인 투기는 안 하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이봐, 나는 똑똑하다고. 똑똑한 내가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과 운빨싸움을 벌이라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잖아.'


 라고요. 멍청했다면 기량이나 계산이 필요없는 무언가에 돈을 넣어놓는 게 맞겠죠. 코인이든 복권이든간에요. 어차피 펌핑 세력이 어디 있는지, 어떤 숫자가 당첨될지는 멍청하든 똑똑하든 알 수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똑똑하거나, 또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여긴다면 운빨싸움은 가급적 피하게 되는 거죠.



 2.주식을 도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누군가가 '주식이 도박인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당연히 '아니다'예요.


 하지만 '주식장이 도박장이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얼마쯤은 '그렇다'예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인간들은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걸 악용하거나, 자극적으로 바꿔버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식은 도박이 아니예요. 주식 자체에는 아무 문제도 없죠. 다만 주식을 도박처럼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거죠.



 3.요즘 같은 주식장에선 누구나 돈을 벌어요. 그러니까 요즘 돈을 버는 건 자랑할 거리가 못 돼요. 만족해서도 안 되고요. 슈퍼마리오 게임에서도 매우 어려운 구간과 그냥 별이랑 아이템을 퍼주는 구간이 있잖아요? 별이랑 아이템을 퍼주는 구간에서는 누구든 행복하게 게임을 할 수 있죠. 별도 먹고 버섯도 먹고 꽃이나 너구리 꼬리도 먹으면서 달릴 수 있어요. 자로 잰 듯 달리고 점프하면서 별과 아이템을 다 먹으면서 달리는 사람도 있고 슬렁슬렁 먹으면서 가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어쨌든 그 구간에서는 누구도 게임오버를 겪을 일은 없다는 거예요. 


 한데 내가 아는 건 이거예요. 현실은 슈퍼마리오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현실에서 별과 아이템을 퍼줄 때는 행복하게 게임을 해선 안 돼요. 그 때야말로 쓸어담을 수 있는 만큼 별과 아이템을 쓸어담아야 하는 때거든요. 왜냐면 이런 기간은 아주 잠깐이고 또다시 힘든 구간이 올 테니까요. 그리고 그 힘든 구간은 아주 오래 지속되는 법이고요.



 4.휴.



 5.위에 썼듯이 요즘 돈을 버는 건 자랑할 일이 아니예요. 왜냐면 괜찮은 포트폴리오를 짜서 아무 거나 사도 대충 오르거든요. 하락장에서 돈을 벌어야 진짜 실력자죠.


 하지만 이건 현실 세계의 진짜 돈이 걸린 일이잖아요. 게임이라면 어려운 스테이지를 골라서 실력을 뽐내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진짜 돈을 가지고 하는 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좋죠. 그러니까 어려운 구간이 나오면 게임기 앞을 떠나버리는 거예요. 어려운 구간은 아예 상대하지 않고 스킵하는 거죠.


 한데 사실은 이것도 어려운 일이예요. 현실에서는 쉬운 구간이 언제 끝나고 어려운 구간이 언제 시작될지 가르쳐 주지 않거든요. 갑자기 끝나고 갑자기 휘몰아치는 일이 다반사죠. 현금으로 몽땅 바꿔서 또다시 기회를 기다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해요.



 6.몇번 썼듯이 요즘은 열심히 살고 있어요. 왜냐면 돈을 벌기 쉬운(비교적) 시기니까요. 돈을 벌기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뛰어봐야 별 소득이 없거든요. 투자의 천재라면 상관없겠지만, 투자의 천재가 아니라면 바로 이런 쉬운 시기에야말로 미친듯이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좋아도 '야호! 오늘은 실적을 냈어!'라고 기뻐할 수가 없는거예요. 아무리 잘 해도 결국 뒤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던 루트가 있거든요. 그래서 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이런 쉬운 시기에는 잘한 걸로 만족해선 안 되거든요.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잘할 수 있는 만큼 잘하는 게 정말로 중요한 거니까요.



 7.위의 대화에서 내가 똑똑하다고 말한 건 당연히 농담이예요. 내가 정말로 똑똑했다면 풍요의 시기 한가운데서 기근의 시기를 걱정하며 살지 않겠죠. 어느 때든 풍요로운 시기로 만들 능력을 갖췄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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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같은 시기...'평범한 사람도 승리자로 만들어주는 시기'에는 주위에 투자를 권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내 말을 듣고 뭔가의 결심을 하는 건 좋지 않죠. 누군가가 나 때문에 중요한 결단을 내리면 끝까지 따라다니며 케어해 줘야 해서 매우 피곤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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