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하루의 대화...

2018.02.01 12:26

여은성 조회 수:609


 1.어제는 마감을 끝내고 듀게인과 밥을 먹었어요. 그의 닉네임은...데자와라고 해 두죠. 점심 식사를 하다가 한 사장에게 연락이 와서 바로 저녁 약속을 잡았어요.


 한식뷔페에서 아구찜과 명란을 처음 시도해 봤는데 둘 다 먹을 만했어요. 식사 후 데자와가 차로 나를 데려다 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어요. 


 

 2.언젠가 썼듯이 나는 여자로 태어났다면 망설임없이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예요.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닌 이유는 페미니즘이 내게 쓸모가 없어서이지 페미니즘이 싫어서는 아니예요. 부러워하면 부러워했지 싫어하지는 않죠.


 요즘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 생각을 말해 줬어요.


 '나는 쟤네들이 부러워. 쟤네들은 적어도 아프다고 외치면 누군가가 도와주러는 오잖아. 도와주러 오고, 함께 분노도 해주지. 하지만 내겐 그런 좋은 일이 없었어. 내가 아프다고 외쳐 봐야 조롱하러 오면 왔지 도와주러 오는 놈은 없었거든.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지. 약한 면을 드러내는 건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야. 내게는.'


 뭐 그래요...문제는 나쁜 일을 겪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나쁜 일을 겪은 우리 자신을 세상이 어떻게 대하는지예요. 어차피 나쁜 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법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나쁜 일을 겪어도 날 도와주는 놈도, 화를 내주는 놈도 없었죠.



 3.그래서 나는 두 가지가 싫어요. 첫번째는 남에게 도움받는 거고 두번째는 남을 돕는 거죠. 특히 남에게 도움받는 건, 도와 주겠다고 오는 놈이 있으면 정말 같잖을 것 같아요. 도움이 전혀 필요가 없거든요.


 하여간 그래요. 스스로 생각해 보기에 자기 자신이, 누군가가 도와주러 올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면 원 맨 아미가 될 수밖에요.



 4.휴.



 5.저녁에는 한 사장을 만났어요. 사장과 만나서 저녁을 먹고 가게에 갔는데 아까 만난 데자와가 가게에 없었어요. 점심을 먹을 때 이따 술자리에 온다는 듯이 얘기했어서 올 줄 알았거든요. 연락을 해 보니 곧 오겠다고 했어요. 


 술을 마시며 직원-이하 숏컷-이 내게 근황을 물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자 숏컷이 '그러고 다니니까 너한테 똥파리들이 꼬이지.'라고 빈정거렸어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나는 똥파리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왜냐면 똥파리들조차 없으면, 나는 너무 외롭거든.'


 그러자 숏컷은 피식 웃고 '지금 온다는 애도 똥파리 중 하나야?'라고 물었어요. 이전에 숏컷도 봤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아니라고 대답했죠. 하긴, 아니라고 대답했으니까 이 대화를 지금 듀게에 옮기는 거겠죠? 



 6.사실 전날에 술자리+만화 마감이 겹쳐서 컨디션이 안좋았지만 나 외에는 손님이 한 팀도 없었어요. 중간에 떠나기도 뭐해서 바틀을 하나 더 시키고 가게가 끝날 때까지 죽쳤어요.


 사장이 빌어먹을 동태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나는 생선을 먹지 않지만 그냥 따라갔어요. 동태국은 동태국 치고는 맛있었어요.



 7.아...심심하네요. 어쨌든 빌어먹을 해장을 해야 해요. 


 사실 늘 해장을 해야 한다고 떠들지만 이건 뻥이예요. 그냥 먹고 싶은 걸 먹으러 가고 싶으면서 해장을 한다고 속이는 거죠. 내가 정말로 해장을 해야 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일 거거든요. 해장이라는 말 자체가 왜 생긴건지 잘 이해가 안 돼요. 원래 술을 마셨을 땐 아무것도 안 먹는 게 제일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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