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들...

2018.01.15 17:39

여은성 조회 수:854


 1.코인 투기판에서 돈을 잃은 친구가 말했어요. 코인이 10원만 떨어져도 속이 쓰리다고요.


 '돈이 문제가 아냐. 내 판단이 병신이란 점이 속이 쓰린거죠.'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코인판에 판단력 따윈 필요없을걸. 거긴 재무재표도 뭐도 없잖아.'라고 대답해 줬죠. 그러자 친구는 '직감이나 운이라고 해도 되겠군.'이라고 대답했어요.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내 이야기를 해 줬죠.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최근에 파라다이스로 2배 가량을 먹었지. 한데 가장 좋은 부분은 그게 아니었어.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는 팔자마자 폭락하는 파라다이스를 봤을 때였지.'


 그래요. 돈도 좋지만 우리 인간들은 운을 시험하고 싶어하죠. 우리는 우리가 선택받았다는 느낌을 한번이라도 가져보고 싶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침몰할 게 뻔한 배에 굳이 승선하는 거예요. 배와 함께 침몰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예요.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내리는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 그 배에 타는 거죠.



 2.예전에 쓴 글에서는 mn이 매우 험악한 인간인 것처럼 썼지만 딱히 그렇진 않아요. 사실 mn은 24시간 내내 그 살벌한 인상으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식사를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팔굽혀펴기를 할 때도요. 그러니까 그건 mn에게 일상인 거죠.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건 mn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지 mn이 아니예요.


 전에 썼듯이 나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내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면 반드시 그 상대에게 욕을 한번씩 해요. 꼭 들리도록요.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래야 공평한 거잖아요? 나는 누군지 모를 상대가 뿜는 담배 냄새를 맡았고, 상대는 누군지 모를 내 욕을 듣고. 쌤쌤인거죠. 아니...이건 공평한 걸 넘어서 관대한 거예요. 아무짓도 안한 내게 담배 연기를 뿜었는데 욕 몇마디로 넘어가 주다니. 나처럼 관대한 사람이 또 어딨어요?


 어느날 mn과 편의점에 들어가는데 두 명의 양아치가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그 담배 냄새를 피해서 편의점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어요. 이단 헌트가 와도 피해갈 수 없을 정도였죠. 그래서 편의점에 들어가며 그들에게 이런저런 욕을 해줬어요. 잠시 후 편의점에서 나오는데 그 둘은 매우 멀찍이 떨어진 곳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나 혼자였다면 편의점 문을 나설 때 그들은 내게 덤볐거나 아직 편의점 앞에 있었겠죠. 


 '야아...바로 이런 기분이구나. 넌 10대 내내 이 기분을 느끼면서 살았던거야?'


 라고 말하자 mn은 '뭐가요?'라고 되물었어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이제야 알겠다고. 이게 바로 일진이 된 기분인 거구나. 나한테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 후로는 mn과 다니면서는 길빵을 하는 사람들에게 욕하지 않게 됐어요. 내가 마치 옆에 있는 덩치를 믿고 그러는 것처럼 보일까봐요.



 3.어느날 빈디체의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이런저런 iptv를 둘러봤지만 볼만한 공포영화가 없었어요. 실망하는 내게 빈디체가 물어왔어요. 왜 그렇게 공포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와서 대답해 줬죠.


 '나는 비일상을 좋아하거든. 그리고 공포영화야말로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다가 서서히 경계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장르지.'


 그러자 빈디체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어요. 


 '비일상을 보고 싶은 거면 로맨스 영화를 보면 될 텐데. 뭐하러 공포 영화를 보는 걸까.'



 4.휴.


 5.오늘은 뭘 할까요...흠. 여기서의 '뭘 할까요'는 '무슨 가게에 갈까요'와 같은 말이예요. 친해지는 싶은 사람이 일하는 가게를 하나 알게 되었으니까 거길 가야겠죠. 뭐 그래요. 여러분도 알겠지만 '누군가와 친해지는 동안'은 정말 재미있죠.

 그리고 친해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재미가 없으니까 잘 안 가게 되는 거죠. 왜 재미가 없어졌냐고요? 친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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