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0 18:46
등산알탕, 계곡알탕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808000035
[밀물썰물] '등산 알탕'
부산일보, 입력 : 2016-08-07 [19:36:38]
...여튼 간만에 용어검색 좀 해봤습니다. 그러다...참 신세계를 구경했네요...-_-;;
더 정확히는 의관을 함부로 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러지? 몇 사람의 주책없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되게 일관적이고 또 되게 자부심과 근자감이 넘치는 이 정신나간 행동들에는 대체 무슨 뜻이 있는걸까?
그러다 문득 권만기 감독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남자가 어떤 공간에서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은 그 가운데서는 그가 짱이라는 얘깁니다."
권만기 감독의 단편영화 <초능력자>
권감독의 영화 초능력자에는 부모님을 잃고 어린 동생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는 고교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답게 섬뜩하고 무서운 학교 짱 하나도 나오구요.
이 영화에서 정말 인상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가 실은 바로 이 짱이라는 아이의 이미지였죠. 이 아이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주인공 형제를 괴롭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인공 형제가 살고 있는 집에 쳐들어와서 제멋대로 뒹굴면서 두 형제를 시종일관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정말 섬뜩하리만큼 긴장감이 넘치고 끔찍한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학교 짱이 벌거벗고 집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속옷 한 장은 걸치고 있었습니다만...이게 뭐랄까...정말 소름끼치더군요! 원 세상에, 저는 남자가 단지 벗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무섭고 위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제가 저 장면의 연출 의도에 대해서 질의를 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물론 의도가 있는 연출입니다. 저는 그 학교 짱이 압도적인 두려움과 주변 상황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그렇게 거침없이 벌거벗고 다닌 것이죠....이건 남자들 사이에서의 어떤 암묵적인 질서와도 같은 것인데, 어떤 무리 사이에서 -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 누군가 의관을 함부로 해도 좋다는 것은, 혹은 아무렇게나 벗고도 전혀 여의치 않고 거닐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 무리에서 가장 세다는 뜻이거든요."
.....문득 어렸을 때부터 티비나 드라마에서 하도 많이 봐서 익숙했던 어떤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왜 이런 장면 있지 않습니다. 두 아저씨가 다투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넥타이 잡아 풀고, 팔 걷어부치고 그러다가 아니면 웃통을 훌훌 벗고...그게 다 '내가 너보다 세다!'고 과시하려는 행동이었다는....
그러고 보니 영화<시카리오>에서도 이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하나 있네요. 주인공으로 분한 에밀리 블런트가 C.I.A.의 어떤 인물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 말입니다. 저 유리 벽 너머에 모인 F.B.I.의 신사들은 하나같이 타이에 슈트 차림의 단정한 몸차림새였는데 낯설게 끼어든 그 외부인은 진짜 헐렁한 남방 차림에 면바지에 그리고 맨발에 슬러퍼 차림이었죠. (그리고 더 깨는 건 심지어 쩍벌까지!!!) 남들 다 경직된 차림새에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앉아 있는데(왜 아니겠어요....방금 엄청난 살륙의 현장을 보고 왔는데...) 그 사람 혼자서 정말 여유만만한 표정에 더 할 수 없이 편안한 차림새더군요. 그러면서 우리의 주인공에게 즉석 면접을...여튼 딱 봐도 저 사람이 이들 무리에서는 가장 짱인가보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는게 느껴졌거든요.
조쉬 브롤린과 베네치오 델 토로
여튼 이 알탕 소동의 주역들 심리상태가 심히 그런게 아닌가 싶단 말입니다. "나 정말 이렇게 센 남자란 말이지!!!" 이렇게 세상을 향해 과시하려고 한다는 거죠. 권만기 감독 말대로 해석하면 말이죠. 정말이지, 이 사람들 뭔가 되게 자랑스러워 보여요. 뭔가 엄청 큰 일들 하신것 같고....ㅎㅎ
2017.06.10 19:07
2017.06.11 10:22
권만기 감독의 얘기는 고전적인 미학의 이야기였나 싶기도 하더군요.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미술에서 남성누드에 대한 이와 비슷한 이론이 있거든요. 다만 대상을 어떻게 묘사하는냐가 관건인듯 싶습니다. 벌거벗은 남자를 성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우스꽝스럽게 묘사할 수도 있고 아니면 권감독처럼 사납고 위협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남성누드가 갖는 함의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금방 수긍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마지막 이야기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가 영화에서는 정말 무섭게 묘사된걸 본터라...시각적으로 이런 상징도 가능하구나 싶어서 계속 생각하게 되더군요.
2017.06.10 19:25
2017.06.11 10:29
동감합니다. 애초에 어떤 캐릭터를 우위에 두었다고 설정을 하고 거기에 위협적인 분위기의 누드 이미지까지 겹치면 정말 소름끼치는 긴장감을 유발하는것 같습니다.
2017.06.10 19:28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대체로 반대 아닌가요? 돈의 맛 비평에서 특정 장면을 예로 들며 옷을 벗은 사람보다 입은 사람의 신분이 높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듯이요. 제가 알기로도, 현실의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 혼자 옷을 입고 있고 나머지는 옷을 벗고 있다면 옷을 입은 사람이 대체로 갑인 법이고요. 10대건 30대건간에요. 제목만 보고 헬스남들이 인스타에 올리는 몸 사진에 관한 얘긴가 했는데 아니군요.
2017.06.11 00:01
2017.06.12 19:01
그러고 보니 여성누드와 남성누드는 갖는 의미가 많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완전 다르네요. 남성 누드가 저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미지라면 여성 누드는...솔직히, 어떨 땐 여성 누드 작품들 보면 예술이고 나발이고 저건 그냥 이미지로 성 착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2017.06.10 23:06
권감독의 말이 그의 영화속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는 납득이 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확장시켜 (벗은 놈이 쎈놈이다라는걸) 적용하는건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그리고 싸울때 옷벗는다고해서 전혀 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약자의 허세 또는 잘봐줘야 또라이 코스프레 입니다.
2017.06.11 10:32
막줄에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연출된 시각적 이미지로만 가능한 것인데 현실에서 마구 따라하려니까 약자의 허세나 또라이 코스프레가 되는듯 합니다. 그런데 팔 걷어부치는 것 정도야 '나 화났어!' 정도이지만 웃통 훌훌 벗어던지는건 좀 위협적이긴 하더군요.
2017.06.11 00:22
보편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하려면 알몸이 상징하는 건 야만스러움이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스스로 거리낌없이 야만을 뒤집어쓰면서 우월을 표현할수도 있겠고, 때로는 제도권의 강자가 상대방인 약자의 옷을 억지로 벗겨 그사람을 강제로 야만의 수준에 끌어내릴 수도 있겠죠.
물론 항상 들어맞는 것도 아닙니다. 왓치맨에서 맨하탄 박사는 빤스만 입고 다니면서 초월성을 뿜뿜하지만 그 초월성에 야만성이 닿아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심지어 한 단계 더욱 초월한 이후에는 빤쓰마저 벗어버리죠. 이 경우에 나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상징이 됩니다. 순수함이라던가 자연 그 자체라던가 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상징을 읽어내고 사회상과 연관짓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 매우 즐겁고 의미있는 과정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래 알탕 조개탕 글부터 해서 이 글까지 봤을때는 여기에 어떤 의도가 느껴져요. 그러니까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에도 자꾸 딴죽걸고 싶어집니다.
2017.06.11 10:33
당연히 의도가 있죠. 얼마나 꼴값들을 떨고 있나 비웃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ㅎㅎ
2017.06.11 10:23
2017.06.11 10:37
어떤 행위에 대해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하지만 생각을 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안그러면 저런 또라이 짓들이 대체 왜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저런 또라이 짓에 화난 사람들이 한 말을 가지고 되려 억지부리면서 오히려 엉뚱하게 뒤집어 씌우는 짓거리들이나 하게 되니까요. 정말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는...ㅎㅎ
2017.06.11 10:47
2017.06.12 07:03
2017.06.11 11:02
2017.06.11 12:31
계곡알탕, 등산알탕으로 검색을 하셔야...
2017.06.11 11:30
'극히 일부의(ㅋㅋㅋㅋㅋ)' 한국 남자들 꼴은 정말 이제 우습지도 않습니다. 근데 다 저게 이 나라에서 저래도 되니까 저러는 거 아니겠어요. 나라 꼬라지 정말. 으휴.
2017.06.11 11:48
2017.06.11 12:00
그런 '극히 일부의 한국 남자들에 대한 글'을 보면서 발광하고 난리떠는 극히 일부의 한국 남자들 중 일부의 한국 남자들이 잔뜩 있는 걸 보면 일부라는 단어가 잘못 된 것도 같고 막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뭔 소릴까...)
2017.06.11 12:32
일부 리그…라고 하죠 ㅎㅎ 전장을 설정할 때 필요없는 전역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2017.06.11 11:54
2017.06.11 12:40
주제가 정말 흥미롭죠…^^;; 전부터 생각해온 것인데 알탕영화 얘기 나온 김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쟁과는 별도로 권만기 감독의 단편영화 <초능력자>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운이 좋아 단편영화제 할 때 극장에서 봤네요. 그 큰 스크린에서 학교짱역의 남자애가 벌고 벗고 돌아다니는 장면은... 진짜 공포영화가 따로 없더군요...그런데 내가 이 장면 정말 넘 섬뜩하고 무서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감독님 진짜 기뻐하시더라는...
2017.06.11 12:52
저메키스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베오울프'에서도 그로델과 전투를 앞둔 베오울프가 '괴물도 맨몸일테니 나도 맨몸으로 싸우겠다'며 왕비 앞에서 갑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장면이 등장하죠. 야만성 + 허세 + 몸자랑 + 남근주의가 결합해 '나는 알몸이어도 전혀 거리낄 것 없고 당당하다. 니놈들 눈치 따위 전혀 신경 안 쓰고 오히려 부러워하는 시선만 느껴진다'란 심리랄까요... =_=; 보스들이 뭔가 야만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지위를 확인시키는 모습은 꽤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범죄영화에서 그냥 아래 애들 시키거나 깔끔하게 칼로 혹은 총으로 끝내도 될 상황임에도 굳이 보스가 직접 나서 야구방망이 휘두르거나(대부), 빠루 휘두르거나(신세계), 돼지 다리뼈를 휘두르고(황해), 왕좌의 게임에서도 라니스터의 첫 등장신은 사냥한 사슴 가죽을 손수 벗기며 반쯤 핏덩이가 된 사슴과 함께 나오는 신이었죠 아마. 뒷자리에서 점잔만 빼는 보스가 아니라 자신이 여전히 일선에서 싸울만큼 신체적으로도 강인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또 보스가 수영장이나 침실에서 헐벗은 여인네들 옆에 낀 채 정장 빼입은 부하들 불러 이것 저것 지시하거나, 정장 빼입은 부하들 속에서 보스는 난닝구나 잠옷 입고 돌아다니는 장면도 자주 보이죠. '여긴 완벽한 내 영역이므로 나는 경계 따위 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죠.
근데 이건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실질적 힘 또는 카리스마가 있을 때 통하는 얘기고 등산간 아저씨들이 계곡알탕 하는 건 그냥 발가벗고 계곡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 추억팔이 + 꼴불견일 뿐...=_=;
2017.06.11 20:28
영화들 찾아보면 그런 사례가 진짜 많을것 같습니다. 미국의 추리 작가 넬슨 드밀의 소설 <장군의 딸>에도 그런 대목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부사관 준위는 경직된 자세에 반듯한 차림새를 한 여성 장교와 흑인 장교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씁쓸해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다…나같은 백인 남자 군인들은 평시에는 편안한 차림새에 건들거리는 자세로 다녀도 상관없지만 저들은 언제나 반듯한 군인의 자세를 지녀야하고 언제나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다…"
2017.06.11 13:27
자발적으로 벗는것과 타의에 의하여 벗겨지는 것과의 구분이 필요하고 본문에 인용된 권감독의 주장은 전자에 해당되는 것일겁니다.
스스로 벗는다는건 일반적으로 알몸이 드러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명권에서 '수치'는 '보는 사람'들에 대한 벗는자의 감정상태를 전제하는데
스스로 벗고 과시를 하는 심리는 '네놈들 따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너희를 예의를 지킬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즉,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소리죠.
그런데, 알탕 남자들의 심리를 100% 전자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는 조금 다른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는건 그냥 개저씨들 특유의 무개념, 무싸가지 그야말로 개같은 종특의 발현에 다름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2017.06.11 20:34
2017.06.11 16:30
2017.06.11 20:43
그래서 현존하는 고대 로마의 금석문 자료에 해방노예들이 그에 대해 남긴 푸념들이 일부 남아있습니다.
…노예 시절에 정말 괴로웠던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주인들이 내 앞에서 의관을 함부로 하고 속옷을 마구 갈아 입고… 심지어는 내 앞에서 전혀 개의치도 않고 용변을 보는 것이었다…정말 그것이 가장 괴로웠다…내가 정말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아무리 내가 노예라 해도 말이 통하고 생각을 하는 사람인데, 내 앞에서 오줌을 싸고 똥까지 싸는 모습을 보일건 대체 뭐란 말인가!…
…―,.― …이 구절을 읽은 뒤로는…제가 울 강아지나 고양이들 앞에서도 정말 조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づ_ど)
남중 남고를 나온 사람임에도 권만기 감독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네요. 도대체 어떤 의민지 상상이 안되요.
옷벗고 놀고있는 무리들 가운데 강한 자는 홀로 마지막까지 옷을 입고 아빠 미소 띄며 가오를 잡고 있는 쪽이 아무래도 더 자연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러다 성화에 못이겨 선심쓰는 것처럼 벗고 어울려 주는 그런 장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