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문재인)

2017.05.15 13:35

여은성 조회 수:2216


 #.언젠가 썼듯이 나는 아주 쪼잔해요. 예를 들면, 같은 남자에게 그냥 뭘 사주는 법은 없죠. 같은 남자를 좋은 곳에 데려가는 건 날 보좌하고 띄우는 역할을 하라고 데려가는 거지 나보다 더 나대라고 데려가는 게 아니거든요. 좋은 형님 캐릭터를 잡고 허허거리며 그냥 음주가무비를 내주는 사람이 어딘가 있겠지만, 그게 나는 절대 아니예요. 


 그야 이건 공정한 거래예요. 돈은 내가 내고, 같이 데려가는 사람도 나를 적당히 주인공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아주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서로의 역할을 합의하고 가는 거죠. 적어도 나는 내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거짓말하고 다니지는 않아요. 오히려 자신이 이타적인 녀석이라고 떠드는 놈들이 꼭 뒤끝이 있어요.


 왜 이런 걸 쓰냐면...뭐 그렇잖아요. 인간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 도구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아요. 한데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속성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큰 권력을 맡기기에 적합하지 않죠. 토가시 요시히로가 정치인에 대해 말했듯이 '입후보하는 녀석'들은 애초에 믿을 수 없는 거예요.


 하긴 이건 모두가 알죠. 그렇기 때문에 '권력욕은 없지만 권력의지는 있는'이라는...요상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사람을 다들 대통령으로 원하는 거고요. 


 문재인에 대한 글이예요. 정치글이 아니라 잡담 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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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최근 문재인이 당선되고 누군가의 평을 봤어요. 무언가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거나 치우친 방향성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으며 높게 평가하는 평이었느데 누구의 평인지는 모르겠네요.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한 문재인의 적합성과도 일치했어요. 적어도 내 기준으로 보기에는 문재인이 '내가 나야! 나 문재인이야! 감히 날 못 알아보는 거야? 내가 문재인이라는 걸 보여 주겠어!'라고 자의식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자의식이 강한 녀석들은 그렇거든요. 한 가지의 신념도 강해요. 좋게 말하면 몰두하는 거지만 나쁘게 말하면 매몰된 거죠. 한 가지의 생각이 강한 녀석들은 저울의 평형을 맞춰낼 수 없어요. 그런 녀석들이 가진 시야는 자신의 시야 하나뿐이라 멀리서 저울을 부감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문재인의 레벨까지 갈 것도 없이 그 아래...국회의원▷서울 유지▷지방 유지▷초역세권에 건물 두세 개 가진 수준의 인간들 정도까지 한참 내려가도 자신의 자의식을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 투성이예요. 심지어 sns에서 말이나 글만 가지고 먹고 사는 녀석들조차 자신의 자의식을 어쩌지 못하고 나대잖아요. 문준용의 인터뷰에 대고 '야근하는 게임회사는 없다'라고 헛소리를 질러대는 녀석이라던가, 방구석에서 sns로 부두 마술을 시도했다던 그 정의당 녀석이라던가 하는 놈들 말이죠. 오늘도 오마이뉴스의 누군가가 어이없는 드립을 쳤고요. 하긴 현실에서 돈이나 권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sns로라도 나대고 싶었겠죠. 


 내가 문재인 정도의 인생을 살았다면 '내가 해온 일들 전시회'를 매년 열었을 거예요. 당연히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자랑질해야 하는 거잖아요? 자랑하거나, 더 큰 것을 손에 넣을 명성자산으로 삼는 게 기본인 거예요. 그러나 문재인은 그러지 않았더군요. 신기했어요.



 2.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문재인이 한 언행을 예로 들어가며 매우 나쁘게 말했어요. 흠...나는 그래요. 누군가를 잘 평가하지도 않지만, 평가를 한다면 그가 한 일이나 말로 평가하지 않아요.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으니까 무의미하다고 여기거든요.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메스를 들이대는 건 꼴불견이예요. 말의 메스를 들이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굳이 평가해야만 한다면, 나는 그가 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들 위주로 평가해요. 한데...'하지 않았던 일'로 누군가가 높게 평가되려면 그 사람의 체급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죠. 


 

 3.자랑할 게 없는 녀석들은 그렇거든요. 자신이 손에 넣은 것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안 한 일'을 자랑하기도 해요. 자신의 양심이나 신념 뭐 그딴 걸 주워섬기며, 그걸 이익이나 돈과 바꿀 기회가 있었지만 바꾸지 않았다고 자랑해대요. 그런 녀석들을 보면 한마디 하고 싶어요.


 '이봐, 그거 푼돈이잖아. 양심이나 신념을 싼값에 팔 준비가 된 나이긴 하지만, 나라도 그런 가격엔 팔지 않아.'


 하지만 문재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엄청난 것들과 바꿀 기회가 너무도 분명하게 있었어요. 분명하게 있었고, 아주 많았죠. 

 


 4.휴.


 

 5.늘 썼듯이 나는 나대는 놈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엔 자신의 자의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한다고 여기는 놈들이 너무 많아요. 노무현을 때려댄 언론이나 지식인들도 그런 부류일 뿐인거죠.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언론지형이나 정치지형의 밸런스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아닌, '대통령을 비판하는 고고하고 쿨한 나.' '같은 편도 그냥 넘어가주지 않는, 도덕 강박증을 앓고 있는 깔끔한 나.'를 과시하는 거였을 뿐이죠. 


 녀석들은 자신이 저울의 어디에 서야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건지를 제대로 고민하는 게 아니었어요. 주어진 알량한 권력을 가지고 나대는 것에만 관심있었던 거예요. 


 뭐 이건 이해해요. 인간은 나 이외의 것을 도구로 삼고 싶어하지 자기자신이 도구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으니까요. 나는 조국이나 표창원도 '나대는 사람'으로 분류하거든요. 다만 '나대는 나쁜사람'들과 방향성이 다를 뿐인거죠. 그들은 그냥 자신의 善을 추구하는 걸로 자신의 자의식을 만족시키는 거라고 여겨요. 내겐 술집에 가서 예쁜 여자들과 서로의 몸에 샴페인을 뿌려주며 노는 거나,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는 일이나 똑같은 일이예요.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거니까요. 


 왜 이렇게 여기냐면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스스로를 도구로 여기지 않고 주인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위험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늘 있거든요. 그들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자신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지 알 수가 없어요.


 소중한 뉴스룸 인터뷰시간을 '너희들을 이해시켜 주겠어!'라는 듯 괴상한 철학 강의로 낭비해버리는 안희정, 비판을 받으면 그것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막말과 sns를 동원해서 반격하는 걸 서슴지 않는 이재명, 뭔가에 꽃히면 취한 것 같이 과열된 것 같이 뜨거워지는 표창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문재인을 만나자 기어이 갑철수 얘기를 꺼냈어야 직성이 풀린 안철수...그들을 볼 때마다 인간은 어지간히 단련되어도 자의식을 담아내야 할 그릇 밖으로 흘려버리는 실수를 하는구나...라고 주억거리곤 해요. 그야 그들은 적재적소에 배치해 주면 유용할 유닛이겠죠. 적절한 감시와 함께요. 



 6.하지만 문재인은...흠. 지금까지 문재인에 대해 들은 게 다 사실이라면 둘 중 하나겠죠. 이 자는 평생 사람들을 속여왔거나, 아니면 정말로 스스로를 '도구화'시키는 데 성공한 인간이거나. 듀게에 종종 쓰는 것처럼 나는 정치가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모조리 AI로 대체해야 한다고 여겨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 정치를 맡긴다면 스스로를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도 믿죠. 하지만 여긴 현실 세계잖아요. 현실 세계의 정치판에서 승리해 온 건 멍청한 놈들을 뜯어먹고 사는 육식 공룡들뿐이었어요. 그래서 문재인의 진정한 실체를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자원들을 가지고 줄세우기를 한다면 대통령을 맡기기에 적합도가 제일 높은 인간은 문재인이 아닐까...하고 여기는 중이예요.



 7.문재인에 대한 일화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인생을 살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미담들이 계속 발굴되는 걸 보고 '왜 이런 인생을 살지?'라고 생각했어요. 그야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 문재인에 대한 일화들을 들었을 뿐이예요. 정말 자신을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인지 뭔지는 알 수 없죠.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잠깐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 일화들이 다 사실이라면 문재인은 인간의 본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너무 높은 능력치를 타고 태어났는데 감정이 없는 나머지 인생이 너무 심심해서 그냥 도전과제 삼아 평생 착한 척을 하며 사는 괴물이 아닐까?'


 ...라고요. 하지만 문재인에겐 연민도 있고 분노도 있어요. 인간성이 옅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요...흠.


 어쨌든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이 정도의 검증을 통과해낸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문재인에게서 볼 수 없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볼 수 없을 거라는 거죠.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그걸 포기하고 도구 쪽을 선택한 사람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요. 


 본능에 거역하며 사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너무 궁금해요. 있다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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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약간 걱정되네요. 열성 문재인 지지자로 보일까봐서요. 위에 쓴 글은 그냥 문재인의 대통령으로서의 적합도에 대해서 쓴 것 뿐이예요. 문재인을 내 부모 같은 가까운 사람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나는 나를 아이로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부모를 좋아하지,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줄 부모는 좋아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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