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하거나 장난치는 걸 좋아합니다. 살짝 비꼬는 것도. 근데 문제는 이게 가끔씩 안 먹히는 곳에서도 한다는 건데, 그래도 어느정도는 참아가면서 살았습니다. 친한 애들끼리 있을때만 하고, `인사하고 가끔 밥을 한끼씩 먹는` 사람들 앞에서는 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끔 툭툭 나와버릴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윤동주의 시에 관해 발표수업을 할때, 60세 현대시 교수님을 앞에 두고,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하하.

라고 말했다가 쿡쿡 거리는 학우들의 웃음과 교수님의 굳은 표정.

며칠전 수업 때 학과장님이 1학년들한테 임용고시에 대해 한 마디하라고 했을때,

-시험이 굉장히 힘들죠. 슈퍼스타케이 시즌3를 노리는게 더 나을지 몰라요.하하.

라고 했다가 정적.


그외 몇번을 제외하곤 조용조용 지내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내일 마지막 수업인데 발표가 있습니다.(대체 왜 이런 재앙이..교수님 정말, G20이 끝나니까 세계가 안 지켜본다고 막 나가십니다.) 아는 동생에게 마지막 수업때 발표를 시키는게 말이나 되느냐, 그것도 4학년에게. 하면서 넋두리를 하다가 후배가 아이디어를 하나 내주었습니다.


-마지막인데, 뭔가 크게 하나 저질러.

-미친거야, 아니면 정신이 나간거야.

-이제 졸업인데 뭘 망설여. 추억은 하나쯤 남겨줘야지.


헛소리 말라며 전화를 끊고 발표 준비를 하다가.. 자꾸 안절부절하게 됩니다. 후배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돌면서 정말 뭔가 하나를 하고 싶긴한데.. 지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졸업을 앞두고 제적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뭔가가 계속 하고 싶어지긴 합니다. PPT로 장난쳤던건 예전에 몇번 해봐서 식상하고, 뭔가는 해야할 것 같긴 합니다.


추억거리가 될 가볍고 재밌을 발표 아이디어가 있을까요.작년에 동기 하나는(지금은 휴학중입니다.) 검은 정장에 선그라스를 끼고 발표를 했었습니다만, 그런 스타일은 별로입니다. 아니면, 정말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고 조용히 발표를 끝마쳐야 하는 걸까요. 


멍청한 짓 하지말자, 하지말자 하면서 머리는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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