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쓰려다가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씁니다. 영화 또는 요약본을 보셨다고 치고 글을 쓰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취지와 결론에는 동감하지만 조작의 증거로서는 매우 부족한 영화였습니다.

오해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선 전제로 깔고 갈게요.


1. 전자개표기나 전자투표기는 절대 신뢰해서는 안 되며,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린 것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2. 영화가 제안한 전자개표기를 보조적인 수단(수개표 후 확인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 찬성합니다. 비용은 조금 증가하겠지만요.

함께 제안한 독일처럼 투표소에서 직접 개표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관리인력이 분산되며 생기는 문제가 없는진 봐야겠죠.

3. 영화에서 제기된 의심들은 선관위에서 반드시 시연회 등을 포함하여 깨끗하게 해명해야 합니다.


이제 조작 가능성의 근거로 내세운 부분들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1. 시간 역순 문제. 

이건 컴퓨터 시간 오차 문제로 쉽게 설명가능합니다. 몇 분 정도 차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일에 미리 시간을 네트워크를 통해서 맞춘 다음에 하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개표소마다 관리자가 휴대폰을 보고 맞추도록 했답니다.

도대체 왜인진 모르겠지만, 저희 부모님이 간혹 저한테 휴대폰 시간 안 맞다고 물어보시면, 시간 자동 설정 옵션이 꺼져있더라고요.

모든 분들의 휴대폰 시간이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매뉴얼이 저렇다면, 컴퓨터 시간을 미리 맞추는 수고도 안했겠죠.


저는 역순이 되었을 때 오차가 몇분 정도씩 났는지 분포도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안나오고 넘어갔더군요.

그게 나와야 오차로 설명가능한 수준인지, 의심해야할 수준인지를 판단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2. K=1.5 문제. 

이 영화에서 계속해서 미분류표는 랜덤하게 추출된 표이므로, 분류표와 비슷한 비율(K=1.0)정도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미분류표는 전체 표 중에 3%정도를 랜덤하게 추출한 표가 아닙니다. 개표기가 인식에 실패한 표들을 모은 것이죠.

이런 당연한 문제를 왜 통계학 전문가 두 분이 생각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한데, 쓰셨다는 논문은 아직 인터넷에 없는 모양이더군요.


비유를 해볼게요. 덧셈은 잘하지만 뺄셈은 아직 잘 못하는 아이에게, 덧셈 문제 100문제, 뺄셈 문제 100문제를 섞어서 줍니다.

이 아이가 40문제를 못 풀었다고 하면, 그중에 덧셈 20문제과 뺄셈 20문제 정도가 나오는 게 정상일까요?

당연히 덧셈 문제보다 뺄셈 문제가 훨씬 많이 나오는 것이겠죠.


전자개표기는 '기계'이니까 당연히 미분류표도 아무런 경향이 없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전자개표기의 인식 알고리즘에 따라 당연히 약점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전자개표기가 순간적으로 빛이 어두울 때 미분류표가 생기는 거라면, 미분류표의 K값은 1.0 정도가 나오는 게 맞겠죠.

하지만 표의 제일 끝쪽에 찍혀있는 인주를 인식하는 데 약간 약점이 있는 거라면, 미분류표에는 1번 표가 다른 표보다 많이 나오겠죠.

게다가 문재인 투표자와 박근혜 투표자 간에 극명한 특성(세대) 차이가 있었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1.5란 수치가 좀 높긴 합니다. 하지만 조작이라고 설명하기보단 개표기의 성능 문제라고 보는 게 더 간단합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미분류표를 더 만들어야 할 동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거죠.

미분류표만큼 빠진 표를 다른 표로 채워넣은 것이 아니냐는 가설을 세웠지만, 이건 말이 안 되죠.

그냥 다른 표를 박근혜 표로 분류하면 그만인데, 그만큼 박근혜 표를 미분류로 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해킹을 하다 보니 뭔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K=1.5 이건 그냥 전자개표기의 성능 또는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것과 무관하게 3%의 미분류율까지 생각하면, 개표기 성능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 같습니다.


이것도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동일한 개표기를 사용한 다른 선거에 미분류표 비율을 확인하는 겁니다.

만약 거기서도 K=1.5와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면, 그건 개표기 특성이라고 보는 게 명확합니다.

거기서는 전혀 다른 수치가 나왔다면, 이건 재검표가 필요한 사항이 되는 거죠.

이전 대선에서는 1.0이 나왔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과연 동일한 기계를 썼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왜 최근 총선에 대해서 같은 분석을 하지 않았는지 상당히 아쉽습니다.


3. 개표기 조작 실험

개표기 소프트웨어에 접근하는 순간 너무나 당연히 가능한 것입니다. 이걸 굳이 실험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요.

제겐 투표함에다가 가짜 1번표를 무더기로 넣은 다음에, 개표를 해보니 1번표가 엄청 많이 늘었죠?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실험에 참가했던 분들이 너무 반복적으로 놀라셔서 연기자인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썼듯이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 점에는 큰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개표기 조작을 통해서 예를 들어 100장당 1장씩 꾸준히 혼표를 넣었다고 한다면, 검표 과정에서 문제가 훨씬 많았겠죠.

사람이 하는 것이니 놓치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만, 전국적으로 수정사항이 더 많이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표 과정에서 수정이 된 경우는 이 정도밖에 나온 것이 없었죠.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028_0012468338&cID=10301&pID=10300

심지어는 가장 오차가 컸던 투표소 검표결과에는 박근혜 표가 더 늘어나고 문재인 표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엔 나오지 않았지만, 파파이스에서 김어준 씨가 말한 것 중에 황당한 것이 있더군요.

개표 직전에 개표기를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개표 프로그램 완결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는단 거죠.

과연 그 개표 프로그램의 완결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의 완결성은 확인을 하는 걸까요?

윈도에는 이미 프로그램을 인증서로 서명할 수 있는 기능이 멀쩡히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서명된 인증서의 핑거프린트와 루트 인증기관 인증서 등을 눈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굳이 개표 직전에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뭐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한다니 충격적이죠.

완결성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서명이 되어 있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다행이고요.


그 외 역누적 문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겠습니다. 개표 순서에 어떤 것이 영향을 미치는진 모르겠지만,

오전까지는 문재인이 이기는 분위기였다가 오후 늦게 넘어갔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전자개표기라는 것이 이만큼 조작에 취약할 수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지난 대선은 조작된 것이 틀림없어'로 받아들이기엔  근거가 많이 취약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관위가 과연 이 영화에 대응을 할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실제 개표기를 가지고 미분류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확실하겠죠.

(물론 그래봤자 그거 조작해서 시연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 그만이니, 음모론이란 없앨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선관위가 더 꼼꼼하게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가능성은 작지만 개표방식을 개선할지도 모릅니다.

참관인도 더 많이 모집할 수 있을 거고요. 그게 이 영화의 순기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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