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4 13:15
안악 3호분 회랑 행렬도, A.D. 357년(고구려 고국원왕 집권기), 동북아역사재단 디지털 복원도(2012년)
어제 저녁 수업을 하기 위해 바삐 길을 걷던 중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술 한잔 하자는 얘기였죠. 그러고 보니 저는 그때 전화한 친구네 집 근처를 지나고 있었어요. 제 일터가 친구네 동네였으니까요. 그래서 일이 끝나자마자 함께 술 한잔 걸치기로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 얘기로 넘어왔습니다. 이 근처 문화센터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해 수업하러 왔다고 얘기했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런거 듣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제가 심드렁하게 대답했죠. 학생들이지... 학교 다니는 애들 아니고 누가 그런 얘기를 듣겠다고 하겠냐...
그런데 막상 이렇게 대답하고 나니까 마구 씁쓸해지는거 있죠..
2016.09.24 13:19
2016.09.24 13:25
그러게 말입니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해도 정말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역사라는 것도 눈에 들어올텐데...
2016.09.24 14:37
스웨덴에는 대학에는 fristående kurs 라고 불리는 코스들이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어떤 3에서 5년 정도의 programme학부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수업들 입니다. 레벨이나 수준과 상관없습니다. 아무튼 몇년 전 기사에 대학 몇몇 인문학쪽 수업 과학쪽 수업(우주학 같은거)은 나이드신 어른들이 다 점령한다고 읽었어요. 나이가 들어 시간이 생기면서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수업들을 듣는 거지요. 문제는 이 분들은 뭐 학점을 딸 필요가 없기에 입학만 하지 시험을 안본다고 하더군요. 스웨덴에서 대학은 입학한 학생수에 맞쳐 정부로 부터 돈을 한번 받고 또 수업을 통과한 학생 수에 따라 돈을 받는데 학생들이 시험조차 안보니 경제적으로는 남지 않는 장사라고.
대학 뿐만 아니라 많은 popular education 기관에도 어른들이 돌아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제 동료도 지금 63세 인데 학교 일은 60 %만 하세요. 40%는 벌써 퇴직인거죠. 이번 여름에 수업을 듣는 다고 해서, 잉? 했더니 popular education 기관에서 그림을 배우시더군요.
저도 나이들어 일이 줄면 영화나 문학, 아니면 책의 세계에서 벗어나 합창, 정원 손질 같은 거 공부하고 싶어요.
2016.09.24 22:05
2016.09.25 00:49
2016.09.25 07:30
2016.09.24 16:24
크.. 그래도 배우는 나이대인 어린 세대가 와서 배우는 건 좋은 일이지요. 어떤 기관에서 강의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어르신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가득한 곳에서 역사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강의가 근대 이전이면 괜찮지만 근대 이후, 특히 현대에 가까이 올 수록 그분들에게는 역사가 아닌 인생이었기 때문에 발언 하나하나 점검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2016.09.24 22:12
2016.09.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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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4 22:13
2016.09.24 20:45
저 듣고 싶어요.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ㅠ 제가 학부생 마인드이긴 합니다만;
2016.09.24 22:28
2016.09.26 16:25
저도 참 궁금한게 많은 사람인데 (먹고사는거에 도움 그닥 안되는거)
요새는 그런건 다 치워놓고 돈버는거에 도움되는 공부(제가 하기 싫은거)를 억지로 해야돼서 너무 괴로워요...
2016.09.26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