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감상평

이미 드라마 라인은 짜놓아져 있었죠. 전세계적으로 미디어에서 얼마나 칭송하고 설레발쳤던가요. 심지어 복싱의 복자에 관심도 없던 한국서도 이리 말들이 많이 나왔으니 말이죠. 물론 제가 말한 요지는 경기 중에 안 나왔다는 겁니다. 요즘 맥스 켈러먼, 짐 래플리같은 사람들이 역사적인~ 하면서 HBO같은 데서 때 되면 틀어주는 미사어구 작렬하는 경기는 안 나왔다는 게 아쉽다는 거죠.

순수 복싱팬들은 뭐 100% 만족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흡족하게 봤을 겁니다. 단순히 서클링하면서 피하고, 각 잡고 기다리는 메이웨더 보고 투지가 떨어진다느니, 파퀴아오는 예전만큼 펀치를 안 지른다느니 해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보는 관점은 그들이 슬러거 복서들이 아니라서 그렇죠. 그런 slugfest한 경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만, 순수주의자 입장은 다릅니다. 복스에 있어서 방법론이라든지, 수 싸움, 과학적인 걸 따지죠. 풋워크가 어쩌네, 링을 이리 활용하네 등등... 나름 복싱의 미학이라고나 해야할까. 상대가 이 스텝으로 영역을 침범하려 들면, 리버스를 해서 어떻게 대응한다든지 하는... (메이웨더의 코너에서의 컨택 루트같은 무슨 법칙같은 것도 성립될 수 있고) 이게 또 어마어마한 신체 능력, 재능, 기술로 뒷받침되어서 나타나면 전율이 일어나죠. 순수주의란 것은 그런 관점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맞붙어서 싸워서 누구를 발랐네, 피떡을 만들었네가 아니라, 누가 신체적 능력,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해서 포인트를 따내고 우월하게 복스를 해 내느냐를 본다는 거죠.

델 라 호야는 현역때도 그렇고, 흥행성을 많이 염두해 두던 복서니까요. 그 점에서 아쉽다고 표하는 건 사업자, 프로모터 입장에선 또 당연한 겁니다. 밥 애럼이 당체급 극강이라 불리는 엘리트 복서, 메달리스트 리곤도를 탑 랭크에 데려 왔지만, 막상 매치를 보면서 "뭐 이렇게 재미없는 경기를 하냐?"며 흥행성 떨어진다고 질책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올림픽 2관왕 선수를 데려다 놓고는 마카오서 계약 매치수나 채우고 앉은 프로모팅 대우 받는 실정을 보면 알 수 있죠.

어느 순수주의자가 욕했나요? 대부분 칼럼니스트들이나 복싱 라이터들은 스탯이 말해주는 경기였다고 평하고 있습니다만...

네,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겠네요. 맥콜이 TV 광고하는 건 또 얼마만인가요.

그런 치고 박는 재미를 추구한다면야 졸전이라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유명세와 달리 요근래 벌어진 슬러거 중에 슬러거들 간의 경기를 중계해 주면 좋지 않았겠나 싶더라고요. 루슬란 프로포드니코프하고 루카스 마티세 경기요. 둘이 피 칠갑이 되게 붙어요. 그야말로 우월한 복스를 넘어선 X싸움 보는 듯 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둘 다 맷집이든 빠따든 안 꿀리지만, 결국 맷집만 믿고 무지막지하게 맞아대며 돌려 주려했던 프로포드니코프가 지는 경기입니다만....

둘 다 나이도 들고 해서 전성기에 비해 꺾여 있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한 5~6년 전에 붙었으면 더 재밌었을 거라고 얘기한 거고요.

그리고 전 챔피언 타이틀과 해설 능력은 별개의 문제죠. 역사상 가장 강했던 복서를 꼽으라면 로이 존스 주니어를 꼽겠습니다만, 코멘데이터로는 선수 출신 중에서 폴 말리나지를 더 좋아합니다. 로이 존스 주니어는 해설 보면 "지금 건 좋았어요." 같은 그냥 정형화된 말만 하는데 말리나지는 중계시 관전 포인트를 잘 짚어내죠.

비웃지 마세요.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 왜 피해의식을 가지십니까...

호야는 현재 프로모션 회사 가진 사업가예요. 그밖에 어떤 레전드가 뭔 말을 하든 개의치 않습니다만 (타이슨, 알리는 혹평하고, 홀리필드랑 모슬리는 파퀴아오가 이겼다고 봤다고 하더라고요...아마 래리 머천트가 정정해서 그 자리에 나와서 마이크를 갖다댔어도 똑같은 얘기를 했겠지만←요지는 예전부터 메이웨더 항상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경기에 대한 감상이야 각자 다르듯 자기 주관이 크게 실효성을 가질 수는 없는 거겠죠. 그렇게 따지면 챔피언 출신 선수 칼 프로치는 경기 보고 뭐라 말했나요?

http://www.boxingscene.com/froch-mayweather-good-pacquiao-poor--90580

결과적으로 저랑 비슷한 감상을 거쳐서 메이웨더를 칭찬해 줬네요. 또 다른 사례로 국내의 복싱 블로거는요?

http://aquavitae.egloos.com/3518069

마찬가지로 저랑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순수주의자가 어떤 사람들인가 궁금해 하시는데, 어감이 굉장히 스노브하게 들리시나 보네요. 어지간한 해외 복싱 골수팬이면 purist라는 관용어구에 속합니다. 그 복싱 순수주의자라는 말은 일반 대중적인 치고 박고 싸우는 brawl 좋아하는 regular fan과 구분지으려고 파생된 말이기도 하니, 거부감이야 드시겠습니다만 뭐 존재하는 부류이니까 어쩔 수 없죠. 순수주의자에 대한 설명은 위의 댓글에 이미 언급해서 재차 하진 않을게요. 밑에 경기 후기 사설 역시 저랑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메이웨더에 대해 호평 하고 있습니다. 도망자라느니 심심했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죠.

http://www.bloodyelbow.com/2015/5/3/8538747/mayweather-vs-pacquiao-results-analysis-boxing-decision

http://www.boxingscene.com/floyd-mayweather-cements-his-position-all-time-great--90569

경기 스탯을 참조하면, 이 경기는 박빙이 아니라, 메이웨더가 크게 리드하는 경기였죠 (http://www.dailymail.co.uk/sport/boxing/article-3065922/Floyd-Mayweather-vs-Manny-Pacquiao-fight-scorecard-Official-round-round-boxing-stats-compared-Jeff-Powell-s-verdict.html). 그런데 챔피언 출신 해설위원 변정일의 중계내내 말하던 지금 두 선수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가 전문해설이면(기사에서의 제프 파웰 같은 얼토당토않은 채점 수준과 쌍벽인..), 박노준의 인사이드 파크 호텔도 정당해지는 겁니다.

자격지심을 가지고 괜한 데다 화 풀지 않으셨으면 해요. 누구는 디워가 재밌고, 누구는 아트하우스 영화가 재미 없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저는 설득시키려 한 적도 없고 제 나름의 관전한 소감만 작성해 올린 게 다예요. 그런데 넘겨 짚으며 모르는 소리 한다고 윽박지르던 사람이 있는 거죠.. 흐음.

메이웨더가 head pull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지만 굳이 여기서 하지는 않겠어요. 뭐 다들 나름의 관점이 있지 않겠어요.

끌어들인 적 없어요. 이러한 것도 있다 소개한 게 전부죠. 저도 대중적으로 호응을 못 불러 일으킨 건 아쉽다 글에다 적어놨고요.

여기서 파퀴아오가 울분에 차서 자신을 보통 복서라 칭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

아 그만 까야겠네요

시청자 입장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예가 조금 공정치 않은 거 같습니다. 벙커링은 선풀을 하면 거의 무조건 막을 수 있지만 메이웨더의 저 디펜스는 솔직히 깰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만 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