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0 11:07
요즘 저에게 단테 바람이 불어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말이 詩 라지만 단테가 100곡의 詩 속에 녹여낸 사상이 어디 한두개 여야 말이죠.
이번 기회에 당장 완독은 못하더라도 준비작업만은 탄탄하게 해두고 싶습니다.
몇일전에는 답답한 나머지 신곡 여러 번역판을 지르고 말았는데
이게 원전만 볼게 아니더군요. 하기사 평소 축척된 지식이 단테에 대한것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주로 문학고전쪽이었는데 고대철학 비중이 높아지니 감당이 안되는군요.
나 만의 단테 신곡 탑
가지고 있는 단테관련것들....
강유원 단테 신곡 강연(오디오북)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최민순 신부 역 신곡(상,하) 카톨릭 출판사
김운찬 역 신곡(지옥,연옥,천국)열린책들
한형곤 역 신곡 서해문집
박상진 역 신곡 (지옥,연옥,천국) 민음사
보르헤스 신곡 강연(7일밤)
이마비치 도모노부(단테 신곡강의)
이게 답니다.
단테가 성서와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을 많이 읽고 신곡을 지었다고 하는데 나같은 미물이 이 책 읽는다고
이해될것같지도 않고...
일단 최민순 신부 판본을 기본서로 詩 적으로 접근은 해볼려고 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워낙 오래된 번역이라....... (이번에 새로 맞춤법을 교정해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2014.07.20 11:12
2014.07.20 11:18
진짜 가독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는데 각주가 뒤에 있다보니 정말 불편하더군요. 박상진 이분 강연(1시간 20분짜리) 유튭에 있어 봤습니다만 색과 빛으로 신곡을 강연하는게 특이했습니다.
시간이 짧지만 이해의 방향성은 대충 알겠더군요.
2014.07.20 11:25
신곡은 행 표기가 분명하고 삽화가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2014.07.20 11:34
민음사 판이 블레이크 그림이 있어 좋긴 하지만 그림체가 좀 정신이 없던데 그 보다 흑백으로 그린 구스타브 도레 그림이 저에게는 맞더군요. 그림 한장이 모든걸 이야기 하는것 같기도 하고...
행표기 부분은 시학적 특징인 "영웅 육각운"을 나타내기 위해 중요한것 같습니다. 운쪼가 무지 중요하더군요. 절대 신곡은 소설처럼 읽을 책이 아니었습니다.
보르헤스도 소리내어 읽어야 된다고 언급을 하는데 옛 선친들이 공자왈 맹자왈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ㅎㅎ
2014.07.20 12:15
"이번 기회에 당장 완독은 못하더라도 준비작업만은 탄탄하게 해두고 싶습니다."
주석 있는 판본으로 일단 완독부터 하시고요. 그 다음에 해설서를 보고 주변지식 보충하고 나중에 재독하셔야죠. 고전을 한 번 읽고 소화하려 하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인데다가 완독하지 않을 걸 뭐하러 요란하게 준비작업을 합니까? 일단 읽으세요.
2014.07.20 12:52
무조건 읽는게 맞는데 신곡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A를 읽다보면 A2를 언급하기도 하고 각주에 A 설명이 있어도 A를 받아들일수 있는건 단순 뜻 뿐이라 그 속뜻을 알지 못하고서는 비몽사몽간에 눈이 문장만 따라가더라는거지요. 보통 이럴경우 나온 A2,A3에 대한 풍족한 설명을 갈구하게 되는데 읽는데 좀 늦더라도 풍족한 관련글을 선호하는 편이라 부가 책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그냥 포기상태가 되어버리고... 일단 뜻을 완전히 이해 못하더라도 무조건 읽으라는것은 전체 맥을 잡기 위함이라는것에는 동감을 합니다만 과연 그 인내력이 버텨낼지 저자신도 의문입니다.
2014.07.20 20:39
제가 고딩 때 이거 읽겠다고 뎀볐다가 경험한 게 바로 이거였습니다. OTL
2014.07.21 10:07
2014.07.20 12:34
구스타브 도레 삽화가 삽인된 책은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책인가 보네요.
열린책들 번역은 어떤 편인가요?
2014.07.20 12:57
열린책은 삽화가 없습니다. 도레의 판화가 있는 책은 황금부엉이에서 나온 "단테의 신곡"이라는 책입니다.
2014.07.20 16:52
열린책들 번역은 뭐 문장을 읽기에는 쉽습니다. 특별히 거슬리는 것도 없고요. 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너무 지루해서 전 연옥편 거의 마지막까지 읽다 때려치웠어요. 전자책으로 읽어서 각주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_-; 고전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인이 재미로 읽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높은 듯 합니다. 누가 파우스트랑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된다는데, 전 신곡도 때려친 마당에 파우스트도 안 읽으려고요. :P
2014.07.20 17:01
파우스트 1부는 괜찮은데 2부.. 2부는 너무 길고 난삽해서 진짜 괴롭더라고요. 제가 하는 희곡모임에서 파우스트 5회 연달아 읽었다가(그래도 엔딩 못 봄) 회원 급감을 겪었어요. 단테 신곡 지옥편은 작가의 리비도가 마음껏 분출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연옥 후반부서부터 슬슬 초자아스러워져서 지루하죠. 자꾸 설교하니까. 고전읽는 모임은 결국 신곡 천국편 읽다가 와해됐어요ㅋㅋ
2014.07.20 17:15
ㅋㅋ 제가 올바른(적어도 저에게는) 결단을 내린 거 같아서 마음이 더 홀가분해졌네요. 단테 안녕~
2014.07.20 13:45
민음사판이 원작의 3행시 형식을 살려 세 줄씩 연을 나눠줘서(그래봤자 한국어로는 도저히 그 시감을 느낄 수 없지만 줄바꿈 효과로 덜 졸림..) 읽기 편하고요,
번역면에서도 한형곤의 서해문집에 비해 박상진의 민음사 것이 좀더 의역이 되었다고 할까요,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라 읽기 나았어요. 저는 서해문집에서 나온 신곡 앞부분에 단테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개괄해주었고 매 곡마다 한두 쪽 가량 해설을 붙여줘서, 그리고 지옥연옥천국이 한 권에 다 들어있고 하드커버인 게 마음에 들어 다른 데 것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서해문집판으로 시작했는데 연옥부터는 민음사로 갈아탔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번역이 훨씬 깔끔하고 중간중간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도 들어가 있어(그림이 아주 디테일하게 해당 장면을 담고 있어서 독해하는데 작게나마 도움됨) 좋았어요.
신곡은 최민순 신부 번역이 유명한데 그것은 아마 '내용 이해하기는 개역된 새한글성경이 좋지만 은혜받기에는 옛날식 성경이 낫다'는 뭐, 그런 차원도 있을 것 같아요. 최민순 신부는 1935년생으로 구사하는 어휘가 옛스럽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단테 신곡의 아우라와 어울리는지도요. 민음사판처럼 한국어에 충실한 번역이라 생각하고요, 가끔 시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아우라는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옛스러운 느낌은 많이 가시지 않았나 싶어요. 열린책들 번역은 서해문집, 민음사, 최민순 번역에 비해 눈에 띄는 건 없었지만 무난했어요. 전자책으로 기기에 넣어다니며 보기 편하고요. 그런데 전자책 편집이 아무래도 빡빡하다보니 읽기 좋다는 느낌은 못 받음. 삼행씩 구분된 민음사판으로 읽기 시작하시되 기왕 다른 번역본들도 사두셨으니 다같이 펼쳐놓고 비교해가며 읽으시면 될 듯요. 어차피 완벽한 번역은 없고 이곳은 이 번역이, 저 곳은 저 번역이 나으니까요. 아예 너댓명이 각자 다른 번역본 들고 와서 신곡읽는 모임해도 재밌어요.
2014.07.20 13:58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신곡 책만 봐서는 당췌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석을 봐도 모름.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베르길리우스 같은 짱 유명한 사람들부터해서 탈레스니 아낙사고라스니 하는 애들까지 눈에 발라둔 상태에서 읽어야 하는 게 신곡이란 책인데, 그 정도 얄팍한 교양이라도 갖춘 독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우리에겐 주석의 주석이 필요하죠:-) 위에 언급한 사람들은 다행히 언급된 분량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아요. 문제는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과 단테가 살았던 당대 피렌체와 로마교황, 신성로마제국황제 간의 정치 지형도를 머리에 입력하는 게 어렵습니다. 어려운데 해야 신곡을 이해할 수 있음. 민음사판 번역하신 박상진씨께서 해설서 쓰셨으니까 같이 보시고 그 책도 어려워서 잘 안 읽힌다 싶으면 푸른숲에서 나온 [단테-중세 천 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세요. 얇고 쉬운데 단테 생애와 당시 시대상에 대해 잘 써놨어요. 그런데 절판..
2014.07.20 14:20
그리고 이건 야매 팁ㅋㅋ인데요. 저는 깔끔하다는 민음사 번역으로 읽어도 뭔 말인지 어려워서 쉽게 풀어 쓴 소설판 신곡으로 먼저 줄거리를 파악하고 봤어요. 소설판 신곡도 몇 가지 있을 텐데 제가 본 건 동문사에서 나오고 최승이 엮은 거예요. 이것도 절판이라 도서관에서 빌려보다가 의외로 각종 주석과 해설이 다 들어있고 형식도 원작의 삼부작 각 33곡(지옥편만 서곡까지 34곡) 형식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참조하기 편하길래 헌책방에서 구입해서 봄. 가령 신곡에 계속 나오는 14세기 피렌체의 네리당(흑당) 블랑키당(백당)을 최승의 소설판 신곡에서는 그냥 교황당, 황제당으로 써주는 식이에요. 이해하기 편하죠. 이렇게 기본 줄거리 파악- 여러 번역본으로 원작 반복 독해 - 해설서 병행독 하시면 악명 높은 신곡도 완독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시간 넉넉히 잡고 주 1회 다른 분들과 모여서 읽는 것도 추천드려요(토론 말고 와서 직접 책 읽는 거요.)
그렇게 공부하다가 지치면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같은 거 읽어주심 재밌고요. 이제껏 주석으로 읽은 조각조각 당대 배경들이 잘 묘사되어 있어 즐거워요. (그런 면에서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는 굳이 안 읽으셔도 되고요:))
2014.07.20 14:55
2014.07.20 15:06
[로마공화정]과 [교황의 역사] 같은 책도 쉽고 그림 많고 신곡에 참고할 인명들 죽 나와요. 매번 구글검색 하느니 이런 책들 곁에 놓고 보는 것도 괜찮아요. 완독 기원합니다!
2014.07.20 15:40
2014.07.20 15:51
참고하겠습니다. 신곡은 못찾았는데 아이네이스가 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
2014.07.20 17:59
전 민음사걸로 봤는데 각주가 뒤에 있어서 좀 불편하긴 했습니다.
참고서적 관련은 아래 댓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