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곧 세 돌이 돼요. 많이 컸어요.

전 결혼 전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생활 패턴도 제멋대로였기 때문에

결혼 후 아이가 생겼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도 양수가 터진다던가 지독한 진통을 겪는다던가 하는 과정이 없이(이슬도 안비쳤어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아이를 만나지 못하고 누워 있는데, 배가 홀쭉해진 것만 실감이 날 뿐 진짜 내가 엄마가 된 것인가 의아했더랬죠.

하지만 이틀 후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여기 계란과자 아드님요" 하면서 조그만 물주머니같은 아이를 안겨주는데 뿅...!

저도 별수없이 팔불출이 되더군요.


아들은 굉장히 순하고, 별로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수더분한 아이입니다.

입이 짧긴 하지만 먹는 것도 주는대로 잘 받아먹고요. 기저귀도 26개월때 한번에 뗐고

그 후로 이불에 실례하거나 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배변훈련을 잘 마쳤어요.

또 지금껏 심하게 아픈 적 없어서 감기 같은 것 외엔 병원에 가본 일이 없고, 밤낮 뒤바뀐 적도 없고 기타등등...

저는 일하는 엄마지만 친정과 시댁이 모두 멀어서 도움받을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애가 그걸 알고 엄마 편하게 해주려고 그런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악다구니 쓰면서 울지도 않고 조금 삐졌다가도 달래 주면 금방 헤헤 웃는 아이거든요.


지금껏 부모님을 비롯한 친구들, 남자친구들, 남편 등등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 왔지만,

아들은 좀 달라요.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또다른 나 같아요. 둘이 함께 퍼즐 맞추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또 다른 나 자신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아들은 이제 말도 조리있게 잘 하고 32피스짜리 퍼즐도 혼자 잘 맞추고 하는데, 겁이 많고 굉장히 감성적이예요.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안정환 아들 리환이만큼 겁이 많아요. 그래서 저도 안정환이랑 똑같은 말을 해요. 그렇게 겁이 많아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오늘 아침에 함께 출근하는데 아들이 옆자리에 앉은 제 손을 살포시 잡더군요.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 나오는 그 구절하고 똑같이 생각했어요. 모두가 나에게 객관적인 이 세상에서, 너를 끝없이 예뻐해 주는 한 사람을 네가 가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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