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들이 해본 건 따라하고 싶어 바를 좀 다녀봤어요. 뭐 나도 이제 어른이 됐으니 남들이 하는 것 만큼은 해 보자 하고 칵테일 위주로 마셔봤어요. 맛있더군요. 마가리타 같은 건 소금이 둘러져 있어 이걸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안먹었지만 칵테일이란건 대체로 맛있었어요. 그야 왠지 맛있을 거 같은 이름 위주로 시키긴 했지만요. 어쨌든 이런 저런 좋다고 소문난 바를 다녀본 결과 바텐더라는 만화에서 칵테일에 대해 말하던 건 미스터 초밥왕에서 초밥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바를 가야겠다 싶어 진짜 어른들이 가는 바를 가봤어요. 물론 세상이 저를 바꾸게 둬선 안 되니 추리닝을 입고 갔죠. 처음엔 뭐가뭔지 몰라서 칵테일 있냐고 물어봤다가 경멸 비슷한 시선을 받았어요. 그래서 샴페인만 시키다가 어느날 위스키란걸 처음으로 마셔봤어요. 발렌타인 마스터즈였는데 이게 12와 17을 섞은 거고 한국에만 나온다는건 최근 알게 됐죠. 그리고 흔히 말하는 양주라는 물건이 대체로 위스키를 가리키는 거란 것도 알게됐어요.


 그리고 맥켈란 12나 뭐 그런것도 마셔봤는데 처음엔 숫자가 적을수록 오래된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12, 15, 18은 얼마나 됐는가를 나타내는 표시였고 왜 숫자가 클수록 비싸지는지도 이해를 했죠. 하긴 더 오래 묵힌 게 더 싸단건 말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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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며 타인의 시선따위는 초월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게됐어요. 위스키의 12, 15, 18사이에 가격만큼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지만...없다고 여겨지지만 한번 18을 시켰다면 어쩐지 다시는 12를 못시키게 되는거예요. 생각해보면 맥주가 아니라 양주를 까는것부터가 허세인데 12년 짜리를 시킨다고 '오빠 요즘 돈 없어?'란 말을 듣는 건 이상한 일이예요. 12년 위스키도 충분히 비싸거든요. 하지만 뭐 그게 그 세계의 섭리인가보죠.


 어쨌든 이왕 경험해보는 김에 모든 위스키를 다 시음해보고 이왕 비싼걸 시킬거라면 그래도 확실하게 맛있는 비싼 걸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종류별로 한번 소감을 풀자면...


 맥켈란 15는 어떤 바텐더가 다크초콜릿 맛이 난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 같아요. 다크초콜릿 맛 같은 건 안납니다. 그래도 12와의 차이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18은 더 쎄지기만 할뿐 좋아진다는 느낌은 없더군요. 글렌피딕은 15와 18을 먹어봤는데 이건 블라인드테스트를 해도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을거같아요. 글렌리벳은 피딕보다 더 무난하긴 한데 15와 18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인지하고 먹으면 다른 걸 알겠는데 아마 블라인드로 주면 모를듯. 무난함의 대명사인 발렌타인은 마스터즈와 17을 먹어봤는데 분명히 다르긴 하지만 그게 더 맛있다는 뜻은 아닌 거 같네요. 발렌타인30은 가격이 미쳤기 때문에 아직 못먹어봤어요. 로얄샬루트21은 그냥 허세로 먹는 술 같아서 더이상 시킬필요 없을 듯 하고 발베니는 12만 먹어봤는데 가성비를 따져보면 마스터즈를 시킬바엔 이걸시킬듯.


 보드카는 그레이구스만 먹어봤는데 이건 술먹은 다음날 머리 대신 배가 아프고 싶으면 먹는 술 같더군요. 영원히 안먹을듯. 다음에 가면 코냑이란 걸 주문해 보려고 합니다.


 슬슬 뭐가 어떤 술이다란걸 알게 되니 새로운 바에 갈 때마다 메뉴판 구경하는 게 재밌게 됐어요. 대체로 다른 지역의 바들보다 비싼 바에서도 꼭 이상하게 다른 데보다 싼 위스키가 하나씩은 있더군요. 


 그런데 위스키 좀 마셔봤다 하는 분은 12,15,18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좋은 방향의 차이라고 확신하시나요? 그렇다고 인정할 만한 건 지금까지 글렌피딕18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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