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6 00:56
일요일 밤입니다. 아내와 와인 한잔 하면서 영화 한편 봤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술마시며 봐서 그런지.. 어떤 장면에서 눈물이 펑펑. 주책입니다.
잔잔한 영화라 어디가 슬프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카메라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장면이 그렇게 슬프더군요. 아이가 늘 바라보는 건 역시 부모죠. 눈물이 펑펑.
주말에는 동네 물놀이장에 텐트 쳐놓고 놀았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갔네요.
핫딜이라고 산 텐트는 좀 더웠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잘 놀더군요. 요즘 부쩍 자라서 자기 주장이 강해진 둘째
부모를 많이 안닮아서 사진빨이 좋은 첫째, 부럽습니다. 자식을 부러워 하다니.. ㅋㅋㅋ
저녁은 집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를 해먹었네요. 아내가 주문한 파르팔레 토마토 소스. 아이들이 잘 먹어서 기뻤습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나비며 잠자리를 쫓더니.. 나비 모양 파스타도 맛있다네요.
식어도 먹을만한게 큰 장점인 파르팔레..
파스타만 먹기가 그래서 샐러드도 하나 만들었네요. 아버지가 텃밭 가꾸시며 길러온 채소에 익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애플 비니거로 만든 드레싱을 뿌리고 그 위에 리코타 치즈 토핑을 얹습니다.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리코타 치즈. 우유가 남아돌길래 만들어 봤는데 고소하니 맛있군요.
밥 하나를 만들어도 내 새끼가 잘 먹는 게 내가 맛있는 것보다 기쁩니다. 만약 육년 넘게 길러 온 내 자식이 남의 애라면 그 마음은 어떨까요? 일단.. 그 시간 동안 함께 부대낀 그 아이가 남의 애라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눈물 펑펑 쏟은 다음에.. 우리 아이들에게 더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로 갑니다.
2014.06.16 00:57
2014.06.16 01:06
2014.06.16 07:19
저도 닮았다고 느꼈어요. 이목구비보다 표정이나 체격이나 뭐 그런 게요.
2014.06.16 09:20
후쿠야마 마사하루 잘생겼더라구요
일본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나하며 감탄하며 봤어요
2014.06.16 03:32
어휴. 카메라 장면 눈물나죠.... 저도 욱했던 장면이에요.
2014.06.16 11:41
어찌보면 울 것 까지야 싶은데.. 술마시고 보니 더 욱했나 봐요. ㅎ
2014.06.16 09:05
1. 저역시 카메라 장면 울컥!
2. 리코타 치즈.. 간단해보이기에 저도 만들어보려고 맘만 먹고 해보지는 못했네요.. 건강한 식단 마련한 아빠 멋지네요.
2014.06.16 11:42
아내가 등을 떠밀어야 겨우 겨우 이정도라도 하니.. 사실 다 아내의 공이죠. ^^;; 리코타 치즈는 유통기한 임박한 우유에 생크림을 섞어서 레몬즙이나 식초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 거의 실패가 없다고 하더군요. 한번 아이들이랑 같이 해보시면 좋을듯.
2014.06.16 12:47
아들 역의 니노미야 케이타는 일본에서 이 영화가 공개되기 2년 전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가족이 되자"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었어요.
그렇게 좋아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눈물 흘린 장면은 아주 많았어요. 첫 장면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제일 많이 울었지만요. 설정을 알고 있었으니까, 도입부에서처럼 특별히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분위기 없이 평범한 시간이 이들에게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마음에요. 첫 장면에서 나란히 가족을 찍는 카메라 높이가 아이한테 맞춰진 게 아니라 아버지한테 맞춰져서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그림 안에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앞으로의 이야기를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더 눈물이 솟아올라 왔죠.
카메라 장면에서 관객이 울지 않았다면 감독은 아마 크게 실망하고 당황했을 거예요. 그 장면과 갈라졌던 길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회심의 장면이잖아요. 카메라 장면과 대구를 이루는 장면이 이 영화보다 1년 먼저 시작했던 [고잉 마이 홈]이라는 드라마에 나와요. 10주간의 시간을 들여 봤기 때문에, 장면이 주는 울림은 훨씬 컸죠. 물론 그것 말고 더 큰 이유가 있지만요. 아들과 아버지, 그들의 자기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나서야 알게 되는 자기의 아들과 아버지를 향한 애정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두 작품 모두에 들어간 장면들이라고 생각해요. [고잉 마이 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연기한 나츠야기 이사오 씨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고잉 마이 홈] 촬영 중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병을 알았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공개 전에 영면하셨어요. 이분이 출연하신 [희망의 나라]를 보고 싶어요. 원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니 그걸 빌미로 해서라도 일반 공개로 상영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는 나츠야기 이사오뿐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으로 출연해서 참 좋았어요. 주인공 상사 역의 쿠니무라 준, 장모 역의 키키 키린, 후부키 준, 릴리 프랭키, 오노 마치코...
이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기로 했잖아요. 고레에다 감독이 미국 측 배급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선가 실명 토크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나왔던 이름이 후쿠야마 마사하루 역에 톰 크루즈, 릴리 프랭키 역에 잭 블랙이었다고 해요. 감독님이 톰 크루즈가 맡으면 나이가 너무 많아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워 했지만, 그냥 여담이겠죠.
2014.06.17 00:48
잭 블랙은 좋네요. 나쁘지 않습니다. 톰 크루즈는 글쎄요. 브래들리 쿠퍼나 라이언 고슬링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정보 감사합니다. 고잉 마이 홈.. 찾아봐야 겠어요. 나츠야기 이사오씨가 돌아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쩐지 저희 아버지와도 비슷한 이미지셨는데
2014.06.16 13:24
2014.06.17 00:48
감사합니다. 얼빠진 소리 같기도 하지만.. 아이 얼굴을 한참동안 그저 바라보는 경우도 있어요. 너무 이뻐서요. 이러면 팔불출인데 말이죠. ㅎㅎ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정우성이랑 이미지가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