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01:12
라푼젤, 주먹왕랄프 봤을 때도 느꼈지만,
갈등 해결에 있어 디즈니가 보여주는 방식은 진이 빠질 정도로 너무 단순합니다.
이번 겨울왕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중간에 몰입이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만남과 헤어짐, 데우스엑스마키나 이게 전부였죠.
안나의 엘사를 구하려는 행동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단어로 치환하기에는 너무 급박했고 당연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헉 글을 쓰다가 얘들만 갑자기 작아졌어요. 다시 커지지가 않아요.)
디즈니의 캐릭터는 고민이 없는 것 같아요. 동기만 뚜렷할 뿐이죠.
어쩌면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다음 픽사 작품은 언제쯤 나오나 고대하게끔 하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2014.01.29 01:37
2014.01.29 01:51
2014.01.29 02:20
그 것이 주인공들의 노력과 분투의 산물이지 어떻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지 잘 모르겠네요.
2014.01.29 09:53
엘사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엘사의 입장에서 보면 진짜 모든 걸 let it go 했을 뿐인데, 일이 알아서 해결되었죠. (감옥 탈출한 거 하나 있네요.)
그리고 안나와 크리스토프 둘 다 노력은 했다고 하지만, 그것과 마지막 결론과의 상관성은 다른 얘기지요. 그간 쌓였던 엘사의 아픔으로 볼 때 해결책은 너무 단순했습니다. 겨울왕국이 디즈니의 클리셰를 돌파했다는 분이 많았는데 저는 디즈니 판타지의 또다른 재현이라고 느꼈으며 그것에 실망했습니다. 주제만 달라졌다 뿐이지 다루는 방식은 같았다고 느꼈습니다.
2014.01.29 10:49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해결책이 단순한 것을 지칭할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엘사가 마음의 문을 열면 힘을 컨트롤 할수 있다는건 설정이죠.
어떤 극 바깥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힘이 갑자기 엘사의 마음을 열게해서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고 캐릭터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해결이구요.
설정의 단순함 (왜 마음의 문을 열면 힘이 컨트롤 되는지?) 이나 극중 인물들의 심리묘사의 개연성이나 디테일을 비판할 순 있겠습니다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SF나 싸이코드라마로 보면 재미없는게 당연하지요.
2014.01.29 11:09
저는 엘사가 마음의 문을 열면 힘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설정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걸 따지고 들거면 엘사의 무한한 마법의 힘이나 아렌델 국민의 공주에 대한 열렬한 지지 이런 걸 따지고 들지요.
저는 안나가 엘사를 감싸고 돈 행동의 여파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봅니다.
극 중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 의 힘은 한스를 이겨냈고 엘사의 마음의 문을 열게 했으며 안나를 되살렸죠. 극중 모든 갈등이 저거 하나로 해결되었으니 초월적인 힘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2014.01.29 01:59
2014.01.29 06:28
자매애란 주제에 충실하게 짜인 이야기였지요. 다른 건 내던지다시피 했지만 저연령 관객을 포괄하고 짧은 상영시간을 맞추는 조건에서 괜찮았어요.
저는 잣대를 여러개 준비해놓고 그 중 두어개 정도만 기준을 넘어도 좋게 보는 터라 하나의 절대적 기준이 있는 분들과는 평가가 다를지도 모릅니다만.
2014.01.29 09:56
저 같은 경우는 영화를 잘 보다가도 하나가 맥이 끊기면 김이 빠져버립니다. 겨울왕국 같은 경우에도 중간까지는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2014.01.29 07:31
2014.01.29 09:57
부러워요. 그런 영화 찾아보기가 쉽지 않죠.
2014.01.29 09:47
저도 이 영화 줄거리가 단순하다는 지적이 종종 보이는데 의외였어요. 디즈니 만화들 중에서 여자와 자매들간의 미묘한 심리를 이렇게 그려낸 작품이 있었나.
2014.01.29 10:03
저 같은 경우 캐릭터는 정말 좋았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는 꽝이라고 느꼈습니다. 캐릭터들이 너무 아까웠어요. 쟤들이 저런 곳에서 놀기에는 정말 아까운데...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2014.01.29 10:32
본문 수준으로 서사적 수준을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거의 모든 작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대향연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훌륭합니다.
2014.01.29 10:53
맞습니다. 신화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특기라고 볼 수 있죠. 포뇨에 이르서서는 아예 작정하고 만드는 것 같던데요...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디즈니보다 훌륭한 이유는 인물들의 심정 변화에 있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직접적인 참견이 적기 때문이죠. (센과 치히로는 제외)
2014.01.29 11:03
뮤지컬 넘버들로 꽉 채운 중반까지는 정말 몰입하면서 봤는데 그 이후부터는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잘 몰라서 허겁지겁 끝낸 기분이에요. 특히나 갑작스런 악당의 등장은 헛웃음만 나오게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면 안될것 같은데 그거야 모 전연령을 아우러야 하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으니 넘어가야죠.
2014.01.29 11:16
저도 한스가 중간에 정체를 서서히 드러낼 때
"에이, 하지마. 하지마. 어설픈 거 하지마. 니가 영화 결론 내지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014.01.29 11:04
겨울왕국의 이야기가 탄탄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영화적 재미와는 별도로요.
자매애라는 소재가 새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매간의 애/증을 섬세하게 풀어내지는 못했죠.
가령 엘사와 안나가 어렸을 적 트롤들에게 찾아갔던 이야기_안나의 머리카락이 부분적으로 하얗게 변한 까닭이 엘사의 마법 때문이었고 엘사가 죄책감을 느꼈다는 것_ 의 유일한 목격자는 크리스토프죠.
그런데 그 크리스토프와 안나가 다시 만나서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제 머리카락이요?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요!")
크리스토프는 엘사와 안나를 봤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아요. 그 사건은 크리스토프와 엘사와 안나의 운명을 결정했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도 말이죠.
전 이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편집이 된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여기서 안나가 엘사의 두려움 그리고 안나에 대한 사랑(안나가 다칠까봐 안나를 다시도 만나지 않음)을 깨닫고 아렌델로 돌아가서 엘사를 위해 칼을 막았다면 더 개연성 있는 이야기가 됐을 것 같아요. (왜 글씨가 작아지는거지???)
그 오랜 시간 동안의 거절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엘사를 사랑하는 이유가 '어렸을 적 즐거운 기억만 남아서' 라는 건 너무 빈약하지 않은가요.
어떤 댓글을 보니 시나리오의 다른 버젼에선 엘사와 안나의 갈등이 더 깊었다고 하던데, 디즈니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짜보다가 (글씨!!크기가!!)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제일 디즈니다운 시나리오로 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4.01.29 11:21
예. 참 디즈니 다웠어요.
그래도 조금만 더 섬세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제겐 겨울왕국이 너무 아쉬운 작품이에요.
2014.01.29 15:40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보여주는 초점이 원하시는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건 진지한 내러티브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보는 디즈니 동화니까요. 동화로 받아들였고 동화로써 감명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심리 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대신에 뮤지컬 풍으로 노래로 마음을 대신하면서 그 심리를 전달하는 방식을 극의 전략으로 채택했고 그 효과가 컸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응도 높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는 미야자키 식으로 섬세함을 전달하고, 디즈니는 디즈니답게 짧고 굵게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내면적 상처라는 소스만을 단순하게 다루는 대신 볼거리도 같이 제공하는 뷔페식 상차림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그 대상에 감정이입하도록 하는 방법을 택한 거죠.
동화의 역할과 소설의 역할이 다르듯, 디즈니 애니와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역할이 다르듯, 지향점이 다르면 표현 수준도 달라지는 거라고 봐요. 내러티브의 수준이라는 건 그 이야기가 지향하는 수준과 초점의 차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뭐, 어차피 모든 사람이 다 그러한 방식에 공감할 수는 없을테니, 모든 사람이 다 이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겠죠. ㅎㅎ
2014.01.29 15:47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좋은 뮤지컬 넘버가 있으면 되는 겁니다.
혁신적 내러티브를 기대하는 건 무리 아닐까요
2014.01.29 16:17
전형적인 디즈니는 탈피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아동용이라면 충분하지만,,,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엘사"라는 캐릭터인데 개인적으로 위키드의 초록마녀랑 너무 겹쳐보여서
봤던 걸 또 보는 느낌이라(게다가 무대로 아니고 스크린으로) 별로였습니다
2014.01.30 21:17
2014.01.31 01:17
음..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제가 이해하는 거랑 많이 다른 뜻으로 사용하시는 것 같네요. 단순히 초월적이거나 거대한 힘이 아니라 극 바깥에 있던 것이 뜬금없이 나타나서 중요한 갈등을 해결하고 결말을 짓는 것 아닌가요?
설정따위는 관심 없다고 하셨지만 초반부터 그 설정이 표현되어왔고 또 중요한 요소로 극 안에 존재해 왔다는게.. 말씀하신 사건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는 중요한 근거일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생각하신건 그냥 서브플롯님이 캐릭터 및 줄거리에 감정이입하지 못하고 느끼던 괴리감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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