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로 어제까지 종교 따위 믿지 않아! 하시던 분이 갑자기 무슨 체험 혹은 심적인 깨달음을 얻고 다음날부터 종교인이 되는 걸 몇 케이스 봤거든요. 그들은 보았고 나는 못 보았으니 이게 설명이 될 주제겠어요? 물론 아무것도 못 체험한;;; 날라리 종교인들이 대다수겠지만 진짜 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들이 못 본 저를 설득할 수도 없고, 못 본 제가 그들을 논할 수도 없는 문제죠. 안그런가요.. 종교인의 개인적인 신비체험(마음의 확신??)은 비종교인과 백날 나눠봐야 답이 없는 거고, 비종교인의 논리로 백날 싸워봐야 평행선 아니겠어요?-.-
엘리아데는 종교적 심성이란 것이, 단순히 기독교나, 불교같은 것을 열심히 믿는 것이 아니라, 성스러움에 대한 인간의 감수성이 인류에 공통적인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예컨데, 첫사랑과 함께 걸었던 특별한 장소는 여타 내가 매일 가는 동네 슈퍼나 만화방과는 다른 어떤 '성스러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구분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이죠. 왜 인간이 이러한 감수성(어떤 것의 의미를 일상적인 것 이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는가는 진화심리학이 설명하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진화의 소산인지 사람에게는 모든 일을 원인과 결과로, 내가 한 행위와 그 반작용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 (내가 무식하든, 동시대 지식이 미천하든)을 설명하려는 욕구, 우연을 give & take의 결과로 보고싶은 심리가 종교의 기반이 되고, 그 다음은 큰 문제일 수록 큰 권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종교적 심성을 종교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