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를 마무리하며...

2010.10.23 04:17

being 조회 수:2993

1.

 

허각이 우승했네요.

 

네. 저도 재인이 떨어진 김에 각군에게 문자 몰아줬습니다. 그리고 허각이 우승하라고 빌었어요. 머리로요. 음..머리로'만'요.

 

그리고 허각이 우승해서 어느 정도는 만족했어요.  리얼리티쇼인 슈스케의 기승전결로도 완벽하고요. 막노동을 하며 타고난 목소리만 가지고 험하게 살아온 사람이 목소리 하나만 달랑 들고 참가한 공개 오디션에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조건의 도련님과 우연히 친분을 맺게 되면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 점점 성장해가지요...(라고 하고 싶은데, 허각은 눈에 띄게 성장한건 없죠. 원래 노래 잘했으니까.)  하지만 목소리와 노래 부르는 것 하나는 자신있었던 그는 라이벌 미션에서 존박에게 패하고 '역시 나는 주인공은 될 수 없다.'며 씁쓸해하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구사일생하고.. 그리고 첫 생방송 무대의 그냥저냥한 감흥. 그리고 계속 3~4인자. 그러다가 칙칙(...)한 발라드에서 좀 더 발랄하고 업된 노래로 선곡을 바꾼 후에 빵 터지면서 시청자 투표로 상황 역전..그리고 결승은 몇몇 **녀들이 재미로 바라던 '허각-존박' 브라덜매치. 그리고 우승.

 

허각에게 존박이란 실은 애증의 존재였을거라 생각해요. 좋은 부모 밑에서 정성스럽게 키워져 잘 자란, 구김없이 순진하고 때론 빙구 같아 귀여운 '본토영어' 구사자 도련님, 잘 생긴거나 괜찮은 배경 뿐만 아니라 존박의 성격도 부드럽고 스윗하고 쾌활하죠.  그리고 '노래에 본인의 개성이 없다'는 류의 평가를 계속 받아온 자신과는 다르게 존박은 '모든 노래를 본인화해서 보르는 점은 참 좋다'는 평을 들어왔잖아요. 무작정 '좋다'는 깔끔한 감정만 가지기는 힘들었을거라 생각해요. 애증에 해당하는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있었겠죠. 허각군은 착한 사람인지라 '증'의 감정은 잘 갈무리하고 동생이랑 친하게 잘 지내는 듯 했지만...(또 존박이 형을 상당히 좋아했어서 딱히 미워할 구석도 없을테고..) 하여간 마음 고생이 좀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허각의 목소리나 보컬 스타일이 그냥저냥이라고 계속 생각을 함에도 (하늘을 날다..를 듣고 나서는 '이적 만세'를 외쳤고, 오늘은 별로 좋아하는 보컬이 아니었음에도 저절로 '김태우는 레알 노래신이야!'를 외쳤거든요..오늘 윤종신의 마지막 평..'레드오션에 들어가는거다. 그 필드에는 정말 강자가 많다'는 평에 정말 동감했어요..) 허각이 툭 하면 하던 '신은 나에게 목소리만 빼고는 다 빼앗아 갔다'는 중얼거림을 좋게 넘어가는 마음으로 듣고 말았던 것도,  허각이 느꼈을 타고난 조건(외모, 자란 환경, 교육, 그리고 그것에 따라 사람이 저절로 풍기게 되는 매너나 교양이나 세련됨의 수준..)에 대한 열등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그래서 허각이 우승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억원의 상금이 허각에게 간건 특히 좋은 일이고요. 오늘 무대도 허각의 무대가 훨씬 좋았어요. (둘 다 그냥 그렇긴 했지만..) 혹시 각군이 우승 못할까봐 집안 핸드폰 다 동원해서 문자질을 했고, 너무 무대가 기울어서 누가 우승할지 긴장감도 없긴 했지만 하여간 우승했을 때는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 뿐이에요. 

 

전 역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존박이 더 좋아요. 머리로 이성으로 허각을 응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역시 취향이 가는건 존박이에요. 물론 존박보다 더 좋은건 김지수와 장재인이지만..

 

그래도 허각군, 우승 축하해요. 가창력은 더 갈고 닦아야 할 것 같아요. 정말로요. 윤종신씨 말따나 노래의 강자들이 피터지게 들이박는 최고의 레드오션 시장에 특출난 개성이 없는 상태로 진입하는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정말 최고의 가창력을 갈고 닦지 않는 이상 눈에 띄기 힘들테고, 비교도 쉽게 당하고 평가도 박해지겠죠. 물론 닦고 닦여 최고의 수준에 올라간다면 만인의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될 목소리이실테고요..  이승철은 후자를 본거고 윤종신은 전자를 걱정한거고...

 

하지만...신이 주신 단 하나의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노래를 하며 평생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렸어요. 그 길을 열어제친 것은 본인의 간절함과 능력이지요. 축하해요 허각씨. 진심으로.

 

 

 

 

2.

 

그래요. 허각과 존박 중 꼭 선택하라면 존박이 더 좋아요. 다듬어지지 않았고 허술한 점도 많은데 그래도 마음이 가요. 외모 때문이라고 간단히 치부하기에는 존박 외모가 넘사벽은 아니고..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건 존박의 목소리나 무대매너와 그의 성품? 뭐 이런 것 같아요. 그리고 재인이가 그리워요. 잉잉....김지수는..지수는 본선 올라오면서는 특출나게 좋았던 적은 없어요. 선곡이 이상했나봐요. 모두들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이문세 미션 때도 그냥저냥한..  자작곡을 들고 나오면 좋을까요? 좋겠죠?

 

텐아시아에서 기사를 읽었어요. 아닌가, 시사IN인가. 가물가물하네요. 하여간 기사를 읽었어요. 슈퍼스타K는 타고난 배경-교육과 그에 따른 취향, 미적 감각의 정도이 어느정도 작용하는 프로젝트런웨이와는  다르게, 정말 타고난 목소리 하나만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프로라고.

 

그러고보면 미국판 프로젝트런웨이에 툭 하면 등장하는 단어가 'taste level'이죠. 예술과, 그것의 파생 상품 격인 패션은 본래 귀족의 것이었으니 취향, 미적감각이 특출나게 빼어나거나 자신만의 무엇인가가 있거나 그게 안된다면 하다 평균 이상으로 잘 훈련되어 고상하기라도 해야 기본은 하죠. 그리고 저에게 프런 재미의 핵심은 그런 좋은 취향? 감각?을 가진 몇몇이 그것들을 '의복'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에요. 정말 신기해요. 예술가들은 저런 사람들이구나..싶어요. 반대로 프런에서 제일 짜증나는 사람들은 옷을 못 만드는 사람이라기 보다 취향이 정말 (내 눈에는) 영 아닌 사람들이죠.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당신 명색이 디자이너잖아!! 어쩜 그런 취향을 가질 수가!!!!' 심사위원들도 견디기 힘든가봐요. 그런 후보들을 보면 정말 진저리치며 내치더라고요.

 

그리고 전 노래도 단순한 가창력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taste level...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하여간 그런 예술적 느낌이 크게 작용하지 않나요. 모두가 다 사랑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특정 계층에 특히 사랑받는 곡을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있고..정말 풍기는 아우라부터가 급이 다른 뮤지션이 있고..

 

음..이렇게 이야기하다가도, 제가 인간적으로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이승철을 생각해보면 타고난 목소리, 갈고 닦인 목소리의 파워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정말 이 사람은 제 취향의 목소리도 아니고 제 취향의 사람과는 정말정말 거리가 먼데도 노래 참 잘 불러요..그래서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빠져든단말이죠..췟...-ㅅ-

 

쓰고보니 전 인간성과 미적감각, 음악성을 혼동하고 있는 듯? 음..확실히 잘 구분 안하고 혼동하며 썼군...

 

뭐 그래요. 존박도 데뷔하길 바라요. 매력있는 목소리에 매력있는 사람이거든요. 계속 보고 싶다고요. 누군가 꼭 데려갔으면.. 아니, 존박 스스로가 노래 하며 평생 살겠다고 생각을 다잡고 가요계로 좀 나와줬으면.. (노스케롤라이나로 다시 갈건 아니겠쥐-ㅅ-)  재인이는 당연히 가수 하겠죠?  1년 후에 슈스케 3에서 데뷔무대 할까? 아니면 중간에 엘범을?  지수씨도 당연히 노래 계속 할테고요. 기분좋게 느긋한 느낌으로 음악을 즐기면서 쓴 곡들을 들려줘요. 가장 어울릴 것 같아..

 

허각군은 중간에 떨어져도 어느 기획사에서든 데려갈거라 생각했는데 우승까지 했으니 걱정 없고요 ^^

 

 

재미있게 잘 봤어요 슈퍼스타 K2.

 

 

p.s. MBC에서 준비한는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은 어쩐지 보기 싫다능.

 

 

 

 

아아..사실 도시의 개? 이 프로 보고 싶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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