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잡담...

2021.06.15 10:02

여은성 조회 수:843


 1.조국과 이준석을 둘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둘 다 안됐긴 해요. 그들이 악인이건 스펙이 좋건간에...예정된 추락을 겪어야만 했었다는 점, 겪어야만 한다는 점에서요. 아무리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건 좋은 경험이 아니거든요.



 2.만화가가 연재를 따내는 능력과 연재를 잘 이어가는 능력이 별개이듯이 정치판도 그렇잖아요. 지지를 얻어내는 것까지는 잘 하는데 진짜 실력이나 청렴성을 검증받아야 할 상황이 오면 박살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대중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간극은 납득해 주기도 하고, 인기몰이를 할 정도의 사람이면 실제로 능력도 있는 법이예요. 그러나 이준석은 글쎄요. 요 몇년간 본 사례들 중 '인기를 얻는' 능력과 '얻은 인기를 유지하는' 능력의 간극이 매우 큰 것 같단 말이죠.



 3.학자들이 말하길, 사람들은 화자가 말하는 내용이 아닌 태도로 판단을 내린다고 해요. 그 점에 있어서 이준석은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죠. 이준석도 토론에서 여러번 처발렸지만 '처발리고 나서 안 처발린 척'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거든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대충 유식해 보이는 말들을 아주 빠르게 늘어놓으면서 구멍난 부분들을 마구 용접하죠. 실제로 토론에서 이기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죠.


 비꼬는 게 아니라 이건 정치인에게-그리고 포커 플레이어에게-매우 중요한 능력이예요. 백번 토론해서 백번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토론에서 밀렸을 때, 카드패에서 밀렸을 때 적어도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 밀린 척 연기하는 건 매우 중요한 거죠.


 이 부분에서 안철수는 안타깝게도 자신이 가진 만큼 입을 못털어요. 이준석은 자기가 똑똑한 것보다 더 똑똑한 척하는 걸 잘하는데 안철수는 자기가 똑똑한 것보다 훨씬 멍청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죠.



 4.휴.



 5.이준석의 두번째 문제는 늘 조급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총알 100개를 들고있으면 총알 100개를 다 써버리는 듯한 언행을 취하죠. 자신이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 총알도 빵빵할 때는 마구 쏴갈겨도 사람들이 아무 말 못하죠.


 문제는 이준석을 상대했던 사람들은, 이준석이 총알 100개를 다 퍼부었던 걸 기억하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나중에 입장이 바뀌면 두고보자'라고 생각하는 중일 거고요.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총알 100개가 있으면 6~70발 정도만 쏘고 어느정도의 총알은 남기는 여유와 관대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준석은 표현의 내용과 세기, 태도에서 지나치게 급발진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이것 또한 '지금까지는' 장점이예요. 저렇게 강한 말과 태도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준석에게 열광하도록 만들었던 것들이 이제 곧 리바운드로 돌아갈 것 같으니까 문제인 거죠.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 있을 때는 남에게 반드시 관용을 보여야 앞날이 평화롭죠.



 6.이준석의 세번째 문제는 별 기반이 없다는 거겠죠. 안철수처럼 야외에서 가져온 엄청난 커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내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근혜 본인처럼 엄청난 정치수저를 물은 것도 아니예요. 


 아니 그야 그것 또한 '지금까지는' 장점이었겠죠.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서 거침없는 말들을 하고 사람들에게 사이다 소리를 들은 거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실제로 잃을 게 생겨버렸고, 앞으로도 계속 사이다 발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세상이란 게 그렇잖아요? 사이다 발언을 하면 주위의 아는 사람들은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들은 좋아해 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살아도 될 만큼 자유롭지 않게 됐죠. 



 7.어쨌든 이준석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장점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이 모조리 단점으로 작용하는 토끼굴에 빠져버린 남자의 앞길이 궁금해서 말이죠. 


 사이다 공장이 사이다를 더이상 만들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될까...그 공장은 문을 닫거나 아니면 다른 걸 만드는 공장으로 변신해야만 해요. 문제는 이준석은 최소한 사이다를 계속 만들던가, 아니면 사이다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거거든요. 한데 그게 가능할까요. 대중에게 사이다를 건네주는 건 노하우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포지션을 가지고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대중들이 사이다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던가...




 -------------------------------------------

 



 심심하네요. 열심히 살았으니 오늘 저녁부터 내일 낮은 쉬려고 해요. 오늘 저녁은 이따 홍대나 강남에 고기나 먹으러 갈까 하고...내일 낮엔 망고빙수+낮술을 먹거나 가로수길을 어정거리고 싶네요. 이따 저녁이나 낼낮에 맛집이나 같이갈분있음 여기로. https://open.kakao.com/o/gwShBndd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9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00
116234 [기사] 데이비드오·권리세, '우결' 투입..4커플 체제 [14] zaru 2011.06.08 4378
116233 최희진 징역 2년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8] 가끔영화 2011.05.14 4378
116232 서태지...그건 개인의 사생활? [28] 2011.04.25 4378
116231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미자 [17] settler 2011.01.14 4378
116230 사람이 먼저다? [44] Warlord 2012.11.21 4377
116229 신체분리마술의 비밀 [9] 가벼운계란 2011.03.24 4377
116228 지금 남자의 자격. [11] mithrandir 2010.06.13 4377
116227 고대 성추행 의대생 실형 확정, 대구 자살학생 가해자 실형확정, 의사부인살인사건 파기환송 [3] 삼각김밥 2012.06.28 4376
116226 방금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장근석 즉석 팬미팅 구경했네요.... [9] 디나 2011.10.08 4376
116225 헬스장에서 쓰러졌어요 [14] 지금청춘 2011.08.04 4376
116224 고전만 읽다가 천명관 고래 읽는데 곤혹스럽네요. [11] 무비스타 2011.05.17 4376
116223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들 말입니다 [12] 빛나는 2010.07.14 4376
116222 요즘 김연아라는 이름이 나올까 조마조마했었던거 저 뿐인가요? [13] soboo 2016.11.19 4375
116221 남성분들 목욕탕 가실때 [11] 달빛처럼 2014.03.15 4375
116220 달이 지구의 일부였다니 [14] 나나당당 2012.10.19 4375
116219 초코 틴틴의 배신 [12] Johndoe 2011.12.10 4375
116218 와 뿌나ㅠㅠㅠㅠㅠ 정기준이ㅠㅠㅠㅠㅠㅠㅠ [27] Paul. 2011.11.03 4375
116217 밤은 정말 거의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나요? [25] 안녕핫세요 2010.12.23 4375
116216 내 생애 최악의 설렁탕. [10] S.S.S. 2010.07.04 4375
116215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어도... [13] autechre 2013.11.02 43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