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요지 감독 영화 두 편을  oldies님 추천으로 봤어요.


'황혼의 사무라이' 

아래에 로이배티님께서 상세한 리뷰 올리시기도 했고, 짧게 적겠습니다.

제일 볼만했던 점은 가난한 살림살이 그 자체였습니다. 방과 마당에 널려 있는 소품들과 먹는 장면과 이런저런 가사노동의 장면들이 다 이상하게도 재미있었어요. 

얼마전 게시판에서 수저 얘기가 있어서인지 건더기 없는 국물조차 국자로 떠서 젓가락질로(숟가락은 왜 안 쓰는 거니) 마시는 것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난에 찌든 생활인 사무라이가 자신과 거의 같은 경로로 살아온 다른 사무라이 한 명을 처단해야 하는데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서로를 봅니다. 다만 주인공은 녹봉을 받는 신분으로서 아직은 지킬 것이 있으니(노모, 자식) 자기 처지에서나 인간성으로나 무리임에도, 사멸해 가는 명분을 따릅니다. 

주인공 사무라이 역할 배우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연기를 하는데 편안하고 좋으네요. 우리나라 배우 중 누굴 닮았는데 누군지 모르겠어요. 면도 안 된 헤어스타일 저 지경이라도 잘 생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니 잘 생겼기 때문에 저 지경으로 해갖고도 다닐 수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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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와 '늙은 나'의 대결이랄까. 짧지만 멋진 칼싸움.




'작은 집'(2014)

역시 인상적이었던 것만 짧게 쓰겠습니다.

시간적으로는 '스파이의 아내'와 겹치네요. 35년 무렵부터 44년까지가 회상되는 시간입니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듣고(읽고) 전하는 이는 조카손자이고 이모할머니가 회상의 주체입니다. 할머니가 회고록 같은 걸 쓰는데 조카가 이 독신 할머니를 방문해서 그때그때 쓰여진 글을 읽고 코멘트도 하고 독려도 하는 사이사이에 회상 장면이 들어갑니다.(역시 글쓰기는 누군가의 감시와 격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보면서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가 생각이 났어요. 연인을 지켜보는 시선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지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는 이모할머니가 고용살이하는 집 사모님과 그분 남편의 회사 부하직원이 연인관계가 되며 이모할머니가 그들을 보는 시선 역할을 합니다. 고용살이하러 들어간 빨간 지붕 집이 영화 제목이 되는 집이고요. 일본 집 치고 작지 않은데 왜 '작은 집'인 것인가. 이것도 '황혼의 사무라이'처럼 중의적일 수 있겠습니다. 과격한 역사적 시간을 살아가는 보통의 작은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요. 


영화를 보면 자신들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통 사람들의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니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많이 소개됩니다. 범상한 회사원들은 점령지를 통해 돈을 벌 궁리를 하고 미국하고는 상대가 어려우니 싸우지 말고 협상하면 좋겠다는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난징 점령기념 애드벌룬이 뜨고 신문에 난 점령기념 백화점 세일 광고를 보고 사러가자며 좋아하기도 하고요.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 모습. 이랬다는 할머니의 글을 보고 손자가 말도 안 된다, 그때 난징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는데 이랬다고? 라며 어이없어 하지요. 저는 이 영화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하는 대학생인 조카가 상당히 역사 지식이 제대로라는 생각을 했는데 현재 일본 대학생들이 이만한 역사의식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야마다 요지 감독의 이 두 영화 공통점이라면 중심 인물들이 매우매우 선량하다는 것입니다. 그냥 우리 편 좋은 편입니다. 선량할 뿐만 아니라 지혜롭기도 하고요. 이 정도의 지각을 갖춘 착한 사람들과는 가까이 지내고 싶네요. 하지만 주변 인물들, '작은 집' 주인인 남편 회사 사장이나 직원들은 우리가 잘 아는 일본의 조직 문화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심지어 직원의 결혼 문제까지 국가적 사업으로 밀어 붙입니다. '후방의 우리가 할 일은 자식을 번성시키는 것이다'라며. 이 회사원들과는 절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죠. 대다수가 이런 분위기일 것이고 그러니 이들은 주인공이 못 되겠죠. 은근히 선악구도가 있지만 두드러지지 않게 매끄럽게 처리하니 이것이 현실이고 일상이라는 배경으로 자리잡습니다. 


다른 일본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영화 속 디테일에 정말 정성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참 섬세하고 얼렁뚱땅이라는 게 없다 싶습니다.


두 영화가 다 마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고 본 후에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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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모님과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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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회사 부하 직원과 사모님. 부하 직원 임창정 닮지 않았나요? 이 사진은 별로 안 닮게 나왔는데 첫 등장부터 딱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이분 생긴 건 안 그런데 알고보면 바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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