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13:59
* 고기 별로 안좋아합니다.
* 정확히는, 안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형태도 분명해요. 셀프로 고기를 구워야하는걸 싫어합니다.
이는 '사회생활'이란 것 때문입니다. 회식을 하러 고기집에 가면 반드시 누군가가 고기를 구워야합니다.
나이상 막내건 직급상 막내건, 혹은 청일점이건 홍일점이건 누군가 한명은 굽습니다.
그럼 한국 특유의 오지랖과 결합된 미주알 고주알이 튀어나옵니다.
고기를 잘굽네, 고기를 못굽네, 익었네, 안익었네, 익은 고기는 어디 치워둬야하는데 누구는 접시위에 두라고 하고 누구는 불판위에 상추 올려놓고 거기 올려두라고 하고.
메피스토는 '분명하게' 고기를 못굽는 축입니다. 일단 손이 느려요.
고기 뒤집을 타이밍도 잘모르겠습니다. 그조차도 오지랖들이 참 많아서 누구는 색변했을때마다 계속 뒤집고, 누구는 진득하게 있다가 타기 전에 뒤집고 blah blah.
물론 타이밍을 몰라도, 손이 느려도, 남들 말 무시하고 잔소리 하는 이에게 "가만 있어봐요~"라고 좋게 얘기하고 잘 구울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러려면 (남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정말이지 고기 굽는데 영혼을 쏟아야합니다. 일이 되어버리는거죠.
아무튼 밥먹는 자리에서조차 밥먹는걸로 잔소리를 들어야하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일전에는 앞에 앉아있던 양반이 고기 그렇게 구워서 사회생활 하겠냐란 얘길 하더군요....
그렇게 사회생활 잘 아시는 분이 입사는 저보다 빨리했고 나이도 많으면서 직급은 왜 저보다 더 낮은지 묻고싶었지만, 그걸 참는게 진짜 '사회생활'이겠지요.
친구들과 먹는데도 이것들이 꼰대화가 되었는지 제가 만만한건지 꼰대류 오지랖 오의를 펼치길래 네놈들 따위와는 두번다시 고기 안먹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자기들이 살테니까 고기집가자고 하면 한우갈비를 먹으러 가지고해도 그냥 잠수탑니다. 톡이 오면 '안감 안먹 안봄'이라고 간단하게 답을 보냅니다.
한우갈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강력한 안티AT필드라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가난하게 자란 메피스토는 한우갈비가 딱히 더 맛있는 줄 모릅니다.
사실, 가만히 있는데 남이 부지런히 구워주는 고기를 먹는것도 솔직히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들은 고기굽는 동안에는 대부분 내가 알아서 먹으면 됨...이라며 잘먹지 않기도 하니 더 그렇습니다.
그럼 고기집 안가고 고기를 어떻게 먹냐고요? 문명인은 기계를 써야죠.
통고기 시즈닝해서 에어프라이어에 넣어두고 두께에 따라 100'C 20분~40분 돌린 뒤 꺼내서 잘 예열된 기름두른 팬에 앞뒤 각 1분정도 구워준뒤 . 칼로썰면 끝.
배달을 시켜도 됩니다. 직접 가서 픽업해와도 되고요. 잘 요리된 고기를 구하는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시간과 정성, 재료비 생각하면 직접 하는 요리대비 비용측면에서도 큰차이가 없습니다.
* 치킨마렵네요. 오늘 KFC에선 통베이컨버거란게 나왔습니다.
징거패티 위에 통베이컨을 올린 모양새던데 근래 출시된 버거킹 통베이컨 버거가 생각났습니다. 근데 그 버거가 제 입맛엔 영 안맞았기에 망설여집니다.
사실 버거킹이나 KFC는 워낙 자주 가는 곳인지라 신제품이 나오면 주말이나 휴일에 가서 꼭 사먹는데, 근래를 비롯, 출시된 여러 신제품 중 만족한 제품은 한손에 꼽습니다.
메피스토는 새로 출시된 버거들의 맛에 무척이나 인색한 보수적 꼰대입니다. 심지어 이벤트 당첨으로 쿠폰으로 먹은 주제에 인색합니다.
버거킹은 와퍼. KFC는 징거. 맥날은 빅맥. 롯데리아는 불고기&데리버거.
나머진 모두 사마외도이자 마교이며 이교도이고 이단자들 입니다.
2021.06.23 14:08
2021.06.23 14:17
저도 직장 다닐 때 고기집 회식 싫어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누군가 노동 + 내가 안 해도 눈치 봄, 이런 식이라서요.
저기 버거집들 메뉴엔 잘 안 먹어서 무식하긴 한데 맥날의 1955버거도 안 쳐 주시나요? 이건 좀 전통적 버거맛이 난다 싶어 기억을 하고 있어서요.
2021.06.23 16:33
Lunagazer/
미디엄 레어가 먹고싶은데 실력이 부족하여 단 한번도 미디엄레어로 나온적이 없습니다. 표면을 마이야르 시키다보면 속까지 익고, 속이 익을까봐 조리를 약하게하면 생고기이고... 에이프라이기를 이용한것도 리버스시어링이 마이야르와 미디엄레어 두가지 모두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기에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제대로 나오진 않더군요. 방법의 문제라기보단 두께 및 상황에 따라 프라잉을 하거나 시간조절을 해야하는데 그러기엔 4cm이상 두께 스테이크의 트라이 횟수가 너무 적고 머리도 나쁜 메피스토입니다. 뭐 하다보면 당장이라도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네요. 요리도 감각이라는데 직업이 요리사가 아닌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싶습니다.
thoma/1955도 괜찮지만 역시 가장 무난무난하고 직관적인건 빅맥이라서요. 왜때문인지 1955는 베이컨토마토디럭스랑 햇갈리기도합니다.
2021.06.23 16:42
대개는 불이 세서 그렇습니다. 두께 육질 부위에 따라 다르긴합니다만 시어링에 신경을 너무쓰시지말고 일단 중불에서 출발하셔서 자주 뒤집으며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굽기전 고기겉면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해주셨다면 이정도로도 마이야르는 훌륭하게 나옵니다. 심부온도계로 55도 내외 나오면 내리시고 레스팅 시간만 잘지켜주시면 확률이 좀 올라갈겁니다.
2021.06.23 16:45
중약불씁니다. 치킨타올로 수분 빡빡문지르고요. 레스팅은 탄력적으로 조절하지만 5~10분? 하지만 온도계가 없습니다. 역시 찌르는 온도계를 사야겠군요...(먼산...)
2021.06.23 16:58
온도계 쌉니다 ㅎㅎ 저는 내꺼 먹을때는 귀찮아서 안쓸때도 많습니다만 좀 각잡고 신경써야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써요. 부족한 실력을 인정하는 것이 오버쿡 언더쿡보다 낫더라고요. ㅋㅋ
2021.06.23 17:05
2021.06.23 19:42
예전엔 그냥 그랬는데, 나이먹으며 심술이 늘어나고 성격이 괴팍해지다보니 가까운 소리에서 그런 잔소리가 나오면 집게 옆으로 치우고 불만이면 니들이 구워보라고 한 뒤 팔짱끼고 뒤로 물러납니다.
2021.06.23 17:39
조금이라도 탄 부분이 있으면 싫어해서 삶은 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의외로 "물에 빠진 고기"는 못먹는다는 사람도 많더군요 ㅎㅎ
2021.06.23 19:43
아, 이거 며칠전 만난 지인이 똑같은 얘길했지요. 육개장이랑 미역국에 들어간 쇠고기 얘길했는데, '물에 빠진 고기'얘길 하더군요ㅎ..육고기 말고 전 물에 빠진 어류는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2021.06.23 19:29
저도 같은 이유로 회식 자리에서 고기굽는 집에서 먹는거 아~주 싫어합니다.
누가 굽네, 마네, 잘굽네 어쩌네 하는거 피곤해요.
집에서 고기구워먹는건 좋아해요. 내가 혼자 구워먹으면 되니까요.
전 그냥 프라이팬에 바삭바삭하게 구운 삽겹살을 좋아하니까요.
(고기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바짝 안굽는다고 하죠.)
2021.06.23 19:40
아...저도 바삭삼겹 좋아합니다. 어릴적부터 모친이 프라이팬에 그렇게 구워주던걸 먹어버릇해서 그런가, 소위 '육즙가득 삼겹'보다 적당히 얇은 두께에 바싹구운 삼겹을 더 선호하지요. 바삭하게 구운건 그거대로의 맛이 있어요.
2021.06.23 20:51
저는 컨디션이 좋을때는 그 오지랍과 티키타카가 좋더라고요. ㅎㅎ
물론 정신육체적 컨디션 난조로 무슨 말을 들어도 상처가 될때는 고기굽기 싫어요
집에서 해먹기는 스테이크가 제일 무난한 것 같아요. 팬프라잉 기술만 좀 익숙해지시면 10분남짓한 시간의 투자로 근사한 저녁이 생기지 않습니까. 시간여유있으시면 물많은 야채과일 받치고 찌는 수육도 괜찮죠. 일단 뒷정리가 깔끔해서 좋아요. 저는 예전에 혼자살때 냉동삼겹이랑 목살을 300그람정도씩 소분두고 한번씩 꺼내먹었는데 역시 문제는 뒷처리입니다. ㅋ 먹자마자 꼼꼼히 청소안해주면 유증기들 가재도구에 내려 붙어서 끈적거리는 것도 짜증나고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