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8 23:36
밑에 세계사 이야기가 나오니 반가워서 씁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뒷바라지 못해 주겠다는 말 한마디로 피아노를 끊은 후부터는 아무 생각없이 쭉 역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다가 대학교 때 역사 전공하고, 결국 대학원까지 가서 역사를 했네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중 언제나 서양사가 좋았고 특히 영국사를 전공해야겠다고 중 3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왜 영국사가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좋더라구요. 나중에 생각하면 언어 장벽때문이라도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대학에서 할 거라고 꿈꾸던 공부와 실제로 하는 공부는 좀 차이가 크더라구요. 개론을 다시 한 번 쭉 흝어주는 정도? 그래서 삼국사기와 영국 대헌장을 직접 원문 해석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죠. 내가 드디어 이 유명한 걸 직접 손으로 만지는구나 하는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기엔 역사를 업으로 삼기엔 감정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어릴 때 신동우 화백이 그린 한국사 만화 10권짜리가 있었는데 그게 아마 제 역사 공부의 근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윤승운 선생님의 '맹꽁이 서당'도 있네요. 요즘 봐도 여전히 재미있더라구요.(궁금한 건 도대체 맹꽁이 서당의 시대는 언제일까요? 영조? 고종? 하면서 보다 보니 그냥 조선왕조가 끝나 버려서 나중엔 청학동인가?하고 생각도 해 봤지만, 중간에 암행어사 에피소드도 나오니 도무지 감을 못 잡겠어요) 그런데, 점점 역사 공부하며 보니 두 책 모두 사관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서... 그나마 신동우 화백 한국사 만화는 이제 안 나오지만 맹꽁이 서당은 요즘도 인기죠. 거기서 연산군, 광해군은 두 말할 여지 없는 폭군, 등등으로 나오는 걸 보니 좀 씁쓸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야사 등등을 알기엔 최고인 것 같아요. 고려 시대도 나오지만 그건 조선시대에 비하면 꽤 약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요즘 욕 많이 먹는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있네요. 요즘 새로 나온 개정판은 못 봤지만, 예전 건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말입니다. 나름 복장 등도 고증에 충실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일본판은 확실히 별 재미는 없었고, 그 외의 이원복 시리즈는 괴롭더라구요. 특히 주간조선에 연재하는 연재물(하기야 그게 다시 책으로 나오는 거지만)을 보면 이 사람의 사관이 만화라는 형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퍼져 나가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최근엔 김 진의 '바람의 나라'가 좋더군요. 의외로 제가 사학과 갔더니 '바람의 나라'때문에 사학과 왔다, 고구려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몇 명은 아예 교수님께 '세류'에 대해 묻는 바람에 선생님이 의아해 하시기도 했었죠.
원하던 대로 영국사 전공했지만, 대학원 생활의 정치에 지치고, 우리나라에서 서양사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끼고는 잠깐 쉰다는 게 결국 여태껏 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서양사 공부는 그냥 유학 전단계일 뿐이더군요. 나름 석사 논문에 공을 들였건만, 원하는 시대 공부를 위해선 독학한다는 기분으로 공부하는 게 차라리 맘 편하더라구요. 그리고 역사계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역사는 과연 input은 많고 output은 적은 분야더군요.
언제나 국사가 가장 흥미가 덜했기 때문에 누가 물어보면 서양사 전공이라고 발 빼고 다녔는데, 요즘 역사 문화 체험 교사 강의를 듣고 다닙니다. 노후가 불안하니 이것저것 가릴 입장이 아닌 것 같아요. 역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더니 그 사이 많이 변해서 완전히 새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석기 시대쪽(석기~청동기)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에휴~
2010.10.19 00:34
2010.10.19 00:50
2010.10.19 08:48
2010.10.19 09:05
2010.10.19 16:34
하지만 배운 건 없어지는 건 아니라던데 언젠가 써 먹을 때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