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봤는데.. 이렇게 제대로 영화를 보는 게 거의 십몇년만인걸 생각하면, 절레절레네요, 요즘의 한국은 메가기업이 저런 걸 배급하나요? 특정 제작진 빨로 한국까지 들어온 것 같은데, 제 기준에선 절대 메이져 극장에 걸릴 영화는 아니네요. 잘 쳐줘봐야 영화제용, 그것도 수많은 경쟁작 중 1 정도의 위치가 어울립니다. 시간과 표값이 아까웠어요.
다만 태국어를 진지하게 들어보는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고, 이 언어는 매우 아름답게 들리네요. 이 나라가 매니아가 많던데 조금 이해하게 되는 언어와 풍경들이었어요.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게 문명의 본질이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절대 가까이 가지도 관여하지도 말아야 겠다는 생각.
보는 내내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가 생각났어요. 수많은 퇴마물들의 클리셰를 게으르게 반복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실소가... 이 플레이타임, 이 예산과 이 주목도로 훨씬 나은 오리지널리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깊은 통찰 없이 요즘 예술 영화의 트랜드를 가져다 붙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미드소마부터 시작해서.. 뭐 많잖아요?
p.s. 감독에 대해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봤는데, 자기 피사체를 되게 피상적으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얘라면 마땅히 이렇게 행동하겠지' 같은거요. 그냥 괴물 하나 만들어 놓고 걔가 얼마나 크리피한지 전시하는 영화인데, 만일 주인공 편에서 이야기를 다시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가 자신의 대상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다른 성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문제를 못 느끼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여하튼 저라면.. 공짜로 누가 보여주는 게 아니라면, 그냥 평범한 상업영화를 보는 경험이 훨 나았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내가 본 영화 컬렉션을 늘리고 싶은 분들 (대부분의 듀게분들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아니라면 비추.
오늘 기준 78만명이 봤네요. 나홍진 이름값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