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2 11:30
- 영어 제목은 SOLOS 인데 한글로는 '솔로'라고 해놨네요. 편당 30분 남짓되는 에피소드 7개로 이루어진 앤솔로지구요. 스포일러 없을 겁니다.
(얘들이 다 애인 없는 얘긴가보지? ㅋㅋㅋ 라고 썩은 드립을 치고 계시다면... 사실 절반은 맞습니다.)
- 스토리 소개는 뭐 앤솔로지라서... 대략 이렇습니다.
1. 레아
혼자서 시간여행을 연구하는 천재 젊은이 레아가 30분 동안 혼자(?) 떠듭니다.
2. 톰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유부남이자 애 아빠 톰씨가 3만 달러 주고 구입한 자기 대체용 로봇과 30분간 떠듭니다.
3. 페그
어쩌다 돌아올 수 없는 우주 실험에 자원한 페그 할머니가 30분간 인공지능 스피커의 추임새에 맞춰 혼자 떠듭니다.
4. 사샤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20년간 독거 생활을 하고 있는 사샤가 이제 좀 나가보라는 인공지능 스피커에다 대고 30분간 화를 냅니다.
5. 제니
약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상태에 빠져 있는 제니가 30분간 그 답을 찾기 위해 혼자 떠듭니다.
6. 네라
미래의 불임 치료법으로 임신에 성공한 네라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하는 아들을 앞에 두고 30분간 사실상 혼자 떠듭니다.
7. 스튜어트
오토라는 젊은이가 치매 노인 요양 시설로 스튜어트라는 할배를 찾아가 싱기방기한 주사기로 기억을 되찾아준 후 사실상 혼자 떠들게 만듭니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ㅋㅋㅋ
- 그러니까 제목인 SOLOS는 시리즈의 컨셉을 나타낸 겁니다. 모든 에피소드가 사실상 주인공 배우 한 명의 원맨쇼에요. 문자 그대로 독백을 하기도 하고, 인공지능 스피커의 도움을 살짝 받기도 하고, 과학 기술을 핑계로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이야기에 따라선 도우미 배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뭐 대체로는 원맨쇼 맞습니다.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에 SF적 아이템이 하나씩 이야기에 필수적인 도구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장르에도 SF라고 적혀 있고 '블랙미러'와 연결지어 언급되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 '과학' 부분이 정말 격하게 지 맘대로입니다. ㅋㅋ 뭐 블랙미러도 그냥 대충 과학 핑계대는 환타지였던 건 맞지만... 문제는 첫 에피소드 '레아'입니다. 그냥 대충인 게 아니라 아주 예쁘장하고 귀염뽀짝하게, '팬시' 느낌 가득하게 묘사를 하다 보니 항마력이 필요할 지경(...) 아마 많은 분들이 첫 에피소드를 보다가 때려 치우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엄청 고민했구요.
그래도 전 워낙 앤솔로지 매니아이고, 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팬시 비주얼을 극복하고 이야기에 집중하면 뭔가 알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일단 첫 에피소드를 끝냈죠. 그래서 결론은... 구립니다. ㅋㅋㅋ 앤 해서웨이가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열정적인 연기로 마음아픈 캐릭터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표현해주는데, 솔직히 그 연기도 제 취향엔 너무 과시적이었고. 사연 자체는 애달프지만 그 역시 너무 과시적이랄까... 그래서 진짜라는 느낌이 잘 안 들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하나를 봤으니 다음을 재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다음 이러다가 에라 내친 김에 끝까지 보자!! 하고 끝냈는데요.
- 결국엔...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무슨 배우들 포트폴리오 같아요. 기쁘고, 슬프고, 차분하고, 흥겹고, 오열하고, 깔깔 크게 웃고, 슬픔을 감내하고... 뭐 이런 희노애락 연기를 내가 이렇게 모두 잘 소화하노라!! 라는 식이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다보니 나중엔 진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안 들려요. 그냥 응 이 배우 역시 잘 하네, 이 배우는 모르는 사람인데 연기 괜찮네, 모건 프리먼은 미투 문제 다 해결됐나? 암튼 연기는 잘 하네... 이러다 끝. 계속해서 심각하고 슬프고 우울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긴 하는데 넘나 튀는, 그리고 인위적인 형식 때문인지 그걸 좋은 배우들이 열심히 표현해줘도 별로 몰입이 안 돼요.
그나마 에피소드 5, 6, 7번은 막판을 살짝 꼬아서 장르적 재미 같은 걸 살짝 추구해주긴 하는데요, 뭐 딱히 신선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얄팍하단 느낌이었습니다.
- 요약하자면.
다 보고 나서 '와, 이걸 한 번에 다 본 나님 칭찬해!!!'라는 기분이 드는 시리즈였습니다. 시간 낭비해놓고 칭찬은 무슨
이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으시다면 그 배우 에피소드만 챙겨보세요. 그러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헬렌 미렌 에피소드가 가장 괜찮았는데, 아마도 이 분 연기에 화려하고 과시적인 느낌이 거의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도 가장 평범하게 공감 가능했구요.
+ 다 보고 나선 사악한 제작자가 '야 야 내가 아마존 프라임 눈 먼 돈 스틸 성공했는데, 와서 좀 날로 먹고 갈래? ㅋㅋㅋ' 라며 자기 친한 배우들에게 연락 돌리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 혹시라도 한 번 볼까? 싶으신 분들에게 진지하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SF'라는 장르 구분은 그냥 못 본 걸로 하세요. 그런 쪽으로 기대하셨다간 절대로 첫 에피소드를 견뎌내실 수 없습니다. ㅋㅋㅋ
+++ 위에 언급한 김에 모건 프리먼 관련해서 검색을 좀 해봤는데. 일단은 다 근거 없음으로 마무리가 된 모양이군요.
++++ 중간에 살짝 '이 에피소드들이 사실 서로 연결되는?' 이라는 식의 떡밥을 던지는데요. 속지 마세요. ㅋㅋㅋㅋㅋ 나중에 정말로 그런 게 나오긴 하는데, 헛웃음 나옵니다. 너무 하찮아서 정말 작가를 한 대 때리고 싶었어요.
2021.08.12 11:35
2021.08.12 11:45
일단 추천은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메모메모... ㅋㅋ 감사하구요.
보니깐 '모던 러브' 두 번째 시즌이 이번 달에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시즌 1이 별 임팩트는 없어도 술술 잘 넘어가는 시리즈였던 기억이 있어서 이건 나중에 챙겨볼까 합니다.
2021.08.12 12:00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좀 나오고, sf라니까 언젠가는 봐야지 싶었는데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2021.08.12 12:39
2021.08.12 12:10
2021.08.12 12:42
2021.08.12 13:26
아아, 이정도면 듀게의 기미ㅅ... 이거 구독 당시 볼까말까 망설였었는데 안 본 제가 참 대견하네요; 감사드립니다. 앤 헤서웨이는 연기 스타일에 더해 생김새가 워낙 큼직큼직해서인지 눈물 한 방울을 흘려도 절절, 그냥 웃었을 뿐인데도 함박 웃음인 것 같고 뭐 그렇네요. 헬렌 미렌 편만 챙겨봐야 겠어요.
2021.08.12 14:38
2021.08.12 13:29
이번 것도 영화보다 나은 리뷰!! 재밌게 읽었어요.
시국과 맞물린 시도는 뭔가 그럴듯한데... 보는 과정의 힘듦이 손에 잡힐 듯한 글입니다.
아마존 열심히 훑으시고 뭔가 낚아올리는 작품도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ㅎㅎㅎ
2021.08.12 14:43
2021.08.12 13:35
예고편 봤을 때부터 코로나 시기에 뭐라도 해보자 했던 기획이 아닐까 싶었는데 확실히 캐스팅은 좋아도 모던 러브 때처럼 끌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언제 한 번 볼까 했는데 배티님 리뷰를 보고나니 아예 제껴놓게 될 것 같은 ㅎㅎ
앤 해서웨이는 치웨텔 에지오포랑 함께 비슷하게 코로나 시기에 더그 라이먼 감독이 잽싸게 아이디어를 내서 각본을 쓰고 만들어진 Locked Down이라는 HBO 맥스 오리지널 영화에도 출연한 모양인데 이것도 평이 별로 안좋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mepeWor5JPk
2021.08.12 14:47
2021.08.12 16:27
구설수가 뭐 사실 구체적인 잘못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좀 싸가지가 없다더라, 수상소감으로 돌려서 동료배우들 깐다더라 이런 카더라 수준이라 그게 영향이 꼭 있다고는 개인적으로 보지않고 그냥 최근 몇년간 작품 선구안이 떨어진 것 같더라구요. 최신작들 흥행도 그렇지만 평가 상태가 다들;;;
2021.08.12 18:16
그렇긴 했죠. 미국에서 거의 국민 밉상급으로 욕 먹고 있었다... 는 기사들이 막 뜨긴 했어도 무슨 범죄나 폐륜을 저질렀던 것도 아니니 그게 커리어에 큰 지장은 주지 않았겠네요.
미칠 듯이 잘 나가던 배우들이 갑자기 주춤한 느낌이 들면 늘 속사연이 궁금하더라구요. 이 분도 그렇고 당장이라도 지구를 정복해버릴 기세였던 제니퍼 로렌스도 활동이 상당히 뜸해졌고...
2021.08.13 00:11
제니퍼 로렌스는 정말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출연작마다 빵빵 터뜨렸었는데 확실히 운도 좀 따랐던 것 같아요. 이후로는 점점 범작이나 망작도 나오면서 어느정도 평균회귀를 하다가 본인이 번아웃이 왔는지 휴식기를 갖는 와중에 결혼도 하고 코로나도 닥치면서 이래저래 공백이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제 복귀준비 하더라구요. 출연진 ㅎㄷㄷ한 아담 맥케이 감독 넷플릭스 신작 영화 촬영도 끝냈고
아마존이 이렇게 앤솔로지로 사기 잘치죠. 소울메이츠는 이거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ㅋㅋ 라우더밀크도 한번 확인해보세요. 왜 3시즌나온 쇼를 1시즌만 올렸는지 분노가 치밀지만 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