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제가 나눌 고민은 딱 정해져 있어서, 막상 이런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저를 모르는 분들에게 하게 되네요.

 

요즈음 저는 제 자신에게서 어떤 경향을 발견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조금만 제 뜻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말하면 마음에서 밀어내 버리는 경향이요.

 

그 대상은 주로 친구들이 되어요.

 

관계없는 타인이나 지인이 그러는 건 오히려 괜찮아요. 가족을 비롯 아주 가까운 사람들도 그 관계 내에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요.

 

그런데 친구들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특히 저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는 서로의 사정상 오래 못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가

 

가끔 만나면, 그 친구의 어떠한 점이 너무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싫어져요.

 

그래서 또 안 만나고 있다가 또 어찌어찌 때가 되어 만나게 되는데,

 

이 친구가 하는 말들 중에 마음에 안 든다 싶은 말이 있으면 두고두고 곱씹게 되고, 친구가 더 미워집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런 걸 몰라요. 제가 자기를 이만큼 껄끄럽게 생각하는 줄 모를 겁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가 했으면 그냥 그런갑다...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말과 행동도

 

이 친구가 하면 다 못마땅하고, 배려 부족하고, 철없어서 그런 것처럼 느껴져요.

 

 

이 친구에 대한  마음이 제일 심한 거고요,

 

이 친구에게 갖는 마음 정도는 아니라도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도

 

그 친구들이 조금만 제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거나 하면 마음 속에서 아, 얘는 이래서 안되겠구나 싶습니다.

 

A는 맨날 자기 가족만 챙기면서 말만 내게 지극한 것처럼 굴고, 자기 얘기는 하나도 안 하고 내 얘기만 들으려고 유도심문하니, 앞으로 틈을 주어서는 안 되겠어.

 

B는 너무 현실적이야. 모든 일이 다 그렇게 현실적인 기준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닌데. 얘한테는 깊게 뭘 얘기할 필요가 없어.

 

C는 너무 꿈꾸는 소리만 해. 아직 철이 덜 든건가. 좀 인터넷도 하고(...)세상 물정을 알아야지 세상 사람들이 다 저같지 않다는 걸 알지.

 

D는 날 잘 챙겨주는 척 예쁘게 말하면서 사실은 예전에 우리가 싸웠던 앙금을 여전히 품고 있는지도 몰라.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아야지.

 

 

....써놓고 보니 정말 추악하기까지 하군요.

 

그런데 정말 다 저렇게 흠이 잡혀요. 그나마 저런 생각을 품지 않고 대하는 친구가 한둘 있는데,

 

공통적으로 '가깝게 지내며 어느 정도 터놓되 상대방을 절대 긁는 소리를 하지 않고' '과하게 칭찬하거나 예쁘게 말하지는 않는데 듣기 싫을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 다는 점과

 

서로 자주 못만난다는;;;점이 있군요.

 

 

예전에도 제 마음에 뾰죽뾰죽한 데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저 역시 친구들을 대할 때 가식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요즘들어 힘든 일이 있으면 절대 친구한테는 나눌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저는 예전에 힘든 일이 있으면, 몇몇 친구들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위로를 얻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누구에게도 제가 정말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런 부분을 내비치거나 들키는 게 수치스러워요. 저는 그냥 제가 '힘들게 열심히 살려고 생활하곤 있지만' '적어도 마음상태나 가족들과의 사이는 평화로운' 상태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제 속을 털어놓아도 딱 어느선까지만 털어놓게 됩니다.

 

사실은 되게 힘들 때도 많고 근본적으로 제 마음이 늘 위태위태한데 말입니다.

 

 

 

이러다 보니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제 이야기 속 제 진심이나 제 생활의 실상을 알아채는 건 아닌지 두려워요.

 

사실 이만큼 살았으면(?), 다들 눈치들이 빤해져서 상대가 겉으로는 '행복하다' 고 말한다고 해도 그게 진짜 행복해서 하는 말이 아닐 수 있단 걸 알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의 진심을, 실상을 꿰뚫어볼까봐 두렵습니다.

 

 

사실 이런 일을 주 고민거리로 삼을만한 상황은 아닌데,

 

요즘 들어 저런 점이 제 마음에 또렷해지는 것 같고, 그것이 너무 답답하여 듀게에라도 털어놓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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