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일상 글

2021.08.22 16:57

thoma 조회 수:751


어제 비도 시원하게 내리고 해서 머리 정리를 좀 했습니다. 컷을 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낫네요. 머리 감아 보니 얼마나 손이 덜 가고 좋은지.

커피에 물내리는데 등뒤로 바람이 슬쩍 지나갑니다.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네요. 바야흐로 커피 맛이 더 좋아지는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끝나가면 좀 우울하고 여름이 끝나가면 살 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래도 '없는 사람 살기엔 여름이 낫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안 통하는 말이죠. 여름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해진 것 같아요.


'디 아메리칸즈' 5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서비스 끝을 알려서 완주를 걱정했는데...나는 왜 아직 나를 이렇게 저평가하는 것일까요.ㅎㅎ  예전 직장의 장이 자기평가서에 좀 솔직하게 썼더니 '본인을 이렇게 평가하는데 누가 잘 평가해주겠느냐' 비슷한 말을 하며 면박을 주던 것이 기억납니다. 사실상 형식적인 평가서였는데 동료들 대부분 스스로를 각 항목 '상'에 체크하고 좋은 점을 적극 어필했더군요. 자신을 객관화시키지 않는 것이 잘 하는 것인가? 무조건 사랑해 줘야 사랑한만큼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객관화와 자기 사랑, 각각 필요한 장면들이 있겠지만 저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편이고 좀 저평가하는 편이고 미화시키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불행에 안주하는 습관 같은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어요.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사고 습관.


'디 아메리칸즈' 4에서 윌리엄이라는 스파이가 죽어요. 출연 분량이 짧았지만 이 캐릭터가 저는 마음에 들었었는데, 시니컬하면서 유능한 사람이었죠. 오랜 세월 외로운 스파이 생활에 지친 사람이지만 끝내 정체성을 잃진 않았고.....좀더 대접받았어야 했는데 고통스럽게 죽네요. 그리고 엘리자베스 역의 케리 러셀 연기 참 잘 합니다. 화나서 소리치는데 이마와 눈 밑에 혈관이 튀어나올 듯. 이 드라마로 상 좀 받았나 찾아보니 후보만 오른 것 같네요.


저같이 원래 사교생활 없고 바깥 경제활동 없이 사는 사람도 이제 좀 지치는데 코로나로 힘든 분들 가늠이 어렵습니다. 빨리 치료약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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