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도 이제 딱 하루 남았네요. (아, 물론 폐막식도 있지만.. 폐막은 너무 파장 분위기라 외로워요.)


오늘은 [휘파람을 불고 싶다], [타인의 뒤뜰], [무법자], [신과 인간] 을 보았어요.

[무법자]와 [그을린] 사이에서 고민하고, [신과 인간]과 [시선 너머]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다 골랐는데요.


1. 우선 [휘파람을 불고 싶다]는 좋았어요. [예언자] 느낌이 난다는 영화가 있단 말을 들었는데 전 그게 [무법자]인 줄 알았거든요. (제목이 비슷해서ㅋㅎㅎ)

근데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무법자]를 보고 나니 [무법자]는 영 다른 영화더라구요. 오히려 [휘파람을 불고 싶다]가 [예언자] 느낌이 살짝 나는 거 같고..

[예언자]보다는 좀 심플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주연 배우가 전문 배우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연기를 굉장히 굉장히 잘해요.

(미약한 스포) 근데 전 홈페이지나 티켓카탈로그의 시놉을 보고 희망적인 얘기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리고 첫키스를 했나요? 왜 전 키스씬이 (몇 시간 됐다고) 벌써 기억이 안 나는지! (스포 끝) 어쨌든 볼 만했고, 아침 첫타임이었는데도 전혀 졸립지 않았어요. 


2. 그 다음은 [타인의 뒤뜰],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들었고, [미스 리틀 선샤인]의 그 꼬맹이가 나와서 왠지 그런 느낌의 영화인가? 했는데 (선댄스에 대한 선입견;)

꼭 그렇지만은 않았구요. 사실 엄청 좋진 않았고 그냥 미적지근했어요.

[미스 리틀 선샤인]이나 [선샤인 클리닝]처럼 상냥한 영화는 아닌 거 같구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처럼 귀엽거나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처럼 따땃따땃하지도 않고..

(이상이 제가 선댄스 꼬리표 달린 영화에 가진 편견들) 왠지 [시리어스 맨]을 보고 난 뒤의 기분하고 비슷한 듯.


3. [무법자]를 택하고 [그을린]을 선택... 하기까지도 고민이 엄청 많았습니다만 (현장부스 마감시간까지 고민하다가 취소했을 정도!)

하고 나서 후회도 많았어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영화를 한 편이라도 더 보려고 노력하는데 늘 놓친 영화가 아쉬워 죽겠습니다.

결국 어느것을볼까요 딩동댕동 하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무법자]로 결정하고서, [그을린]을 수수료까지 내고 취소하고, 집에 왔는데..

[그을린]이 매진+티켓교환게시판에서 구한다는 글이 난무하더군요. 그 순간 첫 번째로 '[그을린]이 그렇게 좋나? [그을린] 볼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했고

'괜히 수수료 내고 취소했네. 교환부스에 낼 걸 그랬네.'하고 또 후회했다지요. (더 아쉬운 건, 월요일에도 [그을린] 표를 예매해놨는데 앞타임 마스터클래스 끝나고

시간이 너무 빠듯하길래 쏘쿨하게 포기하고 [무엇보다 먼저인 삶]으로 바꿔버렸거든요. 인연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무법자]도 좋긴 좋았지 말입니다. [영광의 날들]의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뭉친 작품이라고 듣고 예매 리스트에 올렸던 영화거든요.

저에게는 [영광의 날들]보다는 더 나았는데, [알제리 전투] 같은 영화와 비교해보면 또 좀... 뭔가 명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마침 우연찮게 어제 프랑스와 알제리 관계에 대해 다른 카페에서 길게 대화를 하고서, 바로 오늘 이 영화를 보게 돼서 좋았어요.

맏아들 역으로 나온 로슈디 젬은 정말 멋있는 거 같아요! '최근 가장 바쁜 마그레브 배우'라는데, 정말 여기저기에서 많이 본 것 같구요.

(얼라, 근데 찾아보니 [생선 쿠스쿠스]에서 사위로 나왔던 배우는 이 배우가 아닌가보네요? IMDB에서 찾아봐도 이름이 없네요.

정작 [무법자] 바로 다음에 본 [신의 인간]과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나왔던 건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 [신참경찰]에서 멋있었던 건 확실히 기억해요.)

처음에 말했듯이 [예언자]랑 비슷한 영화인 줄 오해했는데, 보다보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설핏 떠오르더군요.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요.


4. [신과 인간]은 [시선 너머]와 고민하다가,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서 선택했는데요.

역시 엊그제 인터넷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이슬람교인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고 실제로 지금 알음알음 그렇게 하고 있어서 정부에서 제제를 가해야한다.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에 대해서 댓글로 의견을 나누었던 주제(?)라서 영화를 되게 흥미롭게 봤어요.

근데 뭐랄까.. 고요한 수도원이란 것 이외에는 [신과 인간] 쪽이 훨씬 사건도 많고 파란만장한 데도 불구하고 [위대한 침묵]보다 좀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치만 숙연해지는 순간순간들은 참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영화제 끝나면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텔지어]를 제일 먼저 봐야지'라고 맘 먹었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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