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회의 분위기는 무척 다크합니다.

많은 드라마들에서 종종 보이는 '지들끼리만 심각한' 무거움이 아니라 현실적인 어두움이죠.

거기에 캐릭터까지 입체적이고 살아있으니 엄청난 몰입감을 동반하면서 작은 사건이 생겨도 엄청난 서스펜스를 만들어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5화에서 선재 여자친구의 문자 사건이 그렇죠. 

별것도 아닌 작은 일인데 전 이 장면에서 엄청 애를 태웠거든요.

혹여 이선재가 강준형과 서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오해때문에 오혜원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라도 할까봐요.(워낙에 전개가 빠른 드라마이니)


사실 오혜원-이선재-강준형이 한집에서 지내는 모든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같이 서있는 역삼각형같은 이 관계를 보고 있자면 아슬아슬해요.


말할수 없는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풍기는 어둡고 지적이면서 퇴폐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그 관계에서 피어나는 아름답고 애절한 감정선이 뒤엉켜 엄청난 시너지를 냅니다.

아아 너무나 섹시한 드라마예요.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관능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혜원-선재-준형 이 세사람의 관계는 오이디푸스 신화적인 느낌이 나기까지 하거든요.


오혜원과 강준형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린 청년 이선재가 나타났어요. 마치 출산처럼 오혜원(어머니)가 이선재(아이)를 데리고 온것이죠.

마침 강준형과 이선재사이는 스승과 제자관계가 될 참인데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듯 아버지와 스승은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하죠.


2화에서 강준형이 입시 전 이선재의 선물을 사는 장면을 보세요.

물론 강준형은 뛰어난 제자를 획득하여 출세하려는 속물적인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정말 그것뿐이라면 선재의 합격기원선물까지 굳이 챙길필요는 없어요.

혜원이 뭘 그렇게까지 하냐는데도 신이나서 선물을 고르는 그 뒷모습에서는 흡사 여느 아버지들이 보이더군요.

짧은 씬이었지만 모든 장면이 기능적으로 섬세하게 짜여진 이 드라마에서 이 장면이 허투로 나왔을리는 없어 보입니다.


5화에서는 그 느낌이 더 또렷해졌어요. 술을 가르쳐준다며 자연스레 술을 권하는 모양새, 대하는 태도, 말투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강준형이 이선재에게 인간적으로 엄청난 정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아이가 없는 떼쟁이 중년 남성이 쌈빡한 대체제를 찾아 아버지 기분 좀 내며 마음을 쏟는 딱 그 정도입니다.

사실 이 사람같은 캐릭터는 아이가 있어도 딱히 깊은 부정을 보여줄 것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아이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면 자랑스러워할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에 매우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정도일거예요. 이선재에게 그랬 듯이요.

엄청난 재능의 이선재를 발견하고 자신의 제자로 삼기로했을때 자랑스러워했던것과 이선재가 피아노를 포기하고 입시장에 나타나지 않았을때 '안될놈은 안된다며' 온갖 성질을 부리며 비교적 쉽게 단념하던 모습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처럼 부모자식관계처럼 보이는 사이에서 이성적인 감정이 싹트니 드라마는 더 은밀하고 관능적이어 보입니다. 

게다가 이선재의 풋패티쉬에 예술이라는 소재에서 오는 감수성, 광기, 심지어 집이나 사무실과 같은 변태적으로 폐쇄적인 장소까지 하나둘 더해지니 농밀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혹시 다크 트위스티드 섹시 판타지인가효? ㅠㅠ


아아 너무나 섹시한 드라마예요2


이렇게까지 색스럽고 섹스러운-_-; 한국 드라마가 일전에 있었나 싶을정도입니다. 위험해요.




2.



만약 이런 밀회를 공중파에서 방영했다면...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_-;

물론 공중파에 훌륭한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은 이토록 솔직하고 섹시한 작품이 될수는 없었겠지요. (더이상은 네이버)

공중파 심의는 레알 막장은 잘도 방영하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기준으로 제한을 걸지 않습니까?

('혈관을 타고 흐르는 수억개의 나의 크리스털'이란 가사에서 정자를 연상하는 비범한 성감수성 등-_-...)

위원회뿐만 아니라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면 어딘가에서 늘 대한민국 걱정에 밤잠 설치시는 수많은 자체심의위원회 회원분들께서 총출동도 하셨을테지요.

이번 국립국어원의 단어 뜻 재변경 사례처럼요. 방송국은 당연히 그 부지런하신분들의 눈치를 볼테고요-_-;

동성애를 비중있게 다룬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 난리법석에도 그나마 갈길을 갈 수 있었던건 작가가 김수현이었기 때문이었겠죠.


대충 예상해봐도 아마 여러모로 힘입어 이 드라마의 장르는 멜로에서 줌마렐라물로, 제목은 밀회에서 '굳세어라 청담 똑순이'같은걸로 최종결정날테고

캐릭터에는 대략

오혜원: 남편과 사별(불륜은 ㄴㄴ하기때문에 꼭 사별해야함)한 후 홀로 시댁식구를 모시며 살고있는 씩씩한 대한민국의 대표 아줌마.(물론 얼굴과 몸매는 아가씨같음) 배운것 없고 억척스럽게 살아가지만 배짱하나만은 두둑하다. 예고를 나오는 등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남편과 결혼하며 좌절한다. 최근 꿈을 살려 콧대높은 청담동 마나님들을 상대로 피아노 사업을 당차게 시작한다.

이선재: 20대 열혈(x100) 청년. 아버지가 피아노 공장을 운영하다가 상대 회사의 음모로 인해 파산하고 병으로 돌아가신 후 피아노 공장을 맡게되었다.(이선재의 아버지역에는 서민 아버지계의 아이콘 장용ㅇㅇ)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피아노 만드는데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우연히 알게된 혜원과 티격태격하며 싸우다 사업을 같이 시작하고 점점 혜원에게 빠져든다.

조인서: 최고의 음대 서한대에서 최연소 교수로 발탁되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있는 전 피아니스트. 오혜원과는 예고 동창으로 혜원 곁에서 늘 물심양면으로 서포트 해주고 있다. 사실 그는 혜원을 10년동안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이정도의 삼각관계는 당연히 때려박아줘야 겠죠-_-;


이 드라마의 마스코트격인 올라프 혁권은 아마 뿌연 회상씬에서나 다정히 웃는 얼굴로 간간히 나왔겠죠. (여보~ 하하하^^ <-이거!~~!!!)

서영우는 그냥 철없고 귀여운 평범한 부잣집 딸래미 캐릭터로 혜원이 친구로 그냥 조연. 이런 친구역의 조연들은 늘 그렇듯 지들 인생은 없고 친구일만 돕습니다 녜녜

(주요 대사: "뭐어-? 내가 혜원이한테 전화해볼게.", "혜원아") 

김용건은 뭐 당연히 남주인공 이선재네 아버지 공장을 망하게하고 여주인공 오혜원의 회사성장을 맥락없이 방해하는 1차원 악당 회장님 캐릭터 ㅇㅇ


애정씬은 대략


'혜원: (선재가 자기를 좋아하는걸 말하기전까지는 절대 네이버 눈치 못챔-_-) 너 자꾸 나한테 왜 이러니? 왜 자꾸 귀찮게 하니?

선재: 아줌마가 자꾸 신경쓰이니까요. 자꾸만...보고싶으니까요.

혜원: 뭐? 너 지금 나랑 뭐하자는거니? 아줌마 나이가 몇살인지나 알고 그래?

선재: 그럼 나보고 어쩌라구요. 자꾸 아른거리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구요. 밥을 먹을때도, 잠을 잘때도, 웃을때도, 울때도 자꾸 아줌마 얼굴이 떠오르는데 어떡하라구요!

(주인공 선재역의 유아인이 부른 굳세어라 청담 똑순이 OST '바라만 보다'가 흐른다.)

선재: ....사랑해요

('바라만 보다'가 고조되며 선재가 혜원을 껴안는다. 불륜느낌이 날수도 있으므로 그 이상의 수위는 ㄴㄴ. 주인공들은 마치 성기가 없는 듯 플라토닉한 러브모드)'


...아 쓰고도 소름돋네예-_-



3.


척박한 대한민국 땅에 이토록 욕망으로 점철된 격정멜로가 테레비 전파를 타다니

생각해보니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 아닐수가 없군요ㅜ.ㅜ


예측불가의 양자역학적 스토리라인하며(아니 이선재 엄마가 그리되고 오혜원이 자신의 억눌린 욕망을 이렇게 빨리 시인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살아움직이는 듯한 캐릭터하며 캬하~ 밀뽕에 오늘도 취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1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420
116617 [티아라] 광수 언플 4탄 - "화영 진심으로 깨우친다면.. 복귀 가능성" [9] 모나카 2012.07.30 4438
116616 노홍철-저 인간의 진단명이 뭘까? [8] 빠삐용 2012.05.31 4438
116615 내 맘대로 선정한 슬픈 영화 베스트 [23] amenic 2012.04.07 4438
116614 <치즈인더트랩> 2부 23화 이면(1) [10] 환상 2011.11.24 4438
116613 몰스킨 같은 수첩 추천해주세요 [14] 변태충 2011.10.11 4438
116612 하이킥 3, 미인들이 너무 많이 나오지 않나요? [19] 쥬디 2011.09.27 4438
116611 [ECON] 주류 경제학 입장에서의 장하준 비판 소개 (1) [33] 김리벌 2011.03.07 4438
116610 GD&TOP(feat.2ne1) 오예+ yg팬덤간의 싸움. [14] 자본주의의돼지 2011.01.01 4438
116609 마성의 인간 인증 에피소드 / 조카가 진단한 여친이 없는 불안 요소 네가지 [23] 질문맨 2010.07.22 4438
116608 민망해서 끝까지 못 보는 영상 [10] 빠삐용 2014.04.27 4437
116607 [급질]입술보호제 [31] 봉쥬 2012.12.26 4437
116606 프라이머리 & 무한도전 '표절 논란' 입장표명. [5] 자본주의의돼지 2013.11.13 4437
116605 구글에서 인턴을 뽑는데 여대생만. [6] 나나당당 2013.06.10 4437
» 드라마 밀회 너무 섹시해요 + 밀회가 공중파드라마 였다면? [15] -@-.- 2014.04.01 4437
116603 이승연도 이제 생활배우 [4] 수수께끼 2010.07.21 4437
116602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26] 로즈헤어 2014.07.25 4436
116601 크레용팝이 이상한데 엮였군요 [11] 메피스토 2013.06.23 4436
116600 최근 출간 된 장르소설들 [7] 날개 2013.02.24 4436
116599 온라인에서만 아는 사람과 친분 관계 쌓기. [36] 잔인한오후 2012.10.15 4436
116598 루퍼 조토끼 분장은 [11] magnolia 2012.10.14 44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