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상희 선생에 대한 기사

2010.09.01 14:17

Neverland 조회 수:4457

알라딘 블로그에서 7월 4일에 작고하신 신상희 선생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철학과 정규직 교수 임용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심장마비로 작고하시기 전까지 하이데거 연구/번역에 전력투구를 하신 모양이에요.

돌아가신 나이가 쉰. 고생스러운 연구와 생활고를 감수하며 살아온 날들에 대해 뭔가 보상을 받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지요.

번역서들은 몇 권 기억을 하는데, 정작 이 분의 성함은 생소했습니다. 

뉴스 검색을 해보니 이 분의 부음을 알리는 기사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글을 읽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살짝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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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82702115/4065095

 

2000년  한겨레 21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의 한 도막을 옮겨 놓는다.

 신상희씨는 요즘 하이데거 후기 사유의 정수를 담고 있는 만년 저작 <이정표>와 <숲길>의 번역에 매달리고 있다.

“이 중요한 저작들이 왜 아직까지 한글로 번역되지 않았는지는 번역에 손을 댄 뒤에야 알았어요. 이렇게 고생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강의가 없던 지난 3개월의 겨울방학 동안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종일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건만 하루 3쪽 번역이 한계 작업량이다.

“3쪽 옮기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2쪽조차 벅찰 때가 있어요. 어떤 땐 하루종일 1쪽 가지고 씨름하는 날도 있죠. 그러다보면 나처럼 세상을 비효율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세상의 갈채를 받는 것도, 장도가 유망한 것도 아니지만, 그가 악몽처럼 난해한 사유의 미로를 더듬어가는 삶을 선택한 까닭은 소박하다.
“하이데거를 앞서 번역해 소개했던 은사님들 덕분에 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고, 하이데거에 접근하는 일도 가능했습니다. 이제 내가 조금이라도 역량을 쌓았다면 다음 사람을 위해 그것을 풀어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충실한 번역서를 내놓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하죠. 어찌보면 내 인생이 굳어 있고 고인 물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양식으로 흘러나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활은 남루하지만 사색의 숲을 거니는 정신만은 언제나 풍요로운 인문주의자의 초상을 발견하는 일은 깊은 숲 속에서 찾아낸 샘물 맛처럼 신선하다.  (이상수 기자) 

 

 

 

http://blog.aladin.co.kr/mramor/4063641

 

교수신문(10. 08. 23) 비좁은 학문현실 좌절하다 별이 된 철학자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홀로 몇 시간이고 앉아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곤 했어요.”
밤하늘을 응시하던 한 철학 연구자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것은 밤하늘의 별빛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남편의 깊은 사색 저편에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오랫동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대표적인 하이데거 연구자인 신상희 건국대 연구교수(철학)가 만 50세의 이른 나이로 지난 달 4일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1992년 하이데거 수제자인 폰 헤르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신 교수는 귀국 이후에도 하이데거 연구에 몰두해 왔다. 『하이데거의 언어사상』(1998), 『시간과 존재의 빛』(2000), 『하이데거와 신』(2007)등의 저서와 『동일성과 차이』(2000), 『사유의 사태로』(문동규 공역, 2008), 『숲길』(2008) 등 하이데거 번역서를 발간해 하이데거 연구에 가장 정통한 학자로 손꼽혀 왔다.

신 교수의 실질적 은사이자 국내 하이데거 연구의 전문가인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철학)는 “하이데거 저작이 제대로 번역돼 있지 않던 시절 신 교수의 번역은 국내 하이데거 전공자들의 입문서 였다”고 그의 작업을 평가했다. 그러나 학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은 학자로서 신 교수에게 닥친 가장 큰 불행이었다. 1993년 이후 시간강사를 전전하며 수차례 대학의 전임교수 채용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종 면접의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수차례였다.

“한번은 단독으로 최종면접에 오른 적이 있어요. 혼자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학교는 결국 아무도 임용하지 않았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듭 임용이 좌절됐어도 신 교수는 좀처럼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강의를 해왔던 한국외대의 강의가 2007년 이후 끊기며 그나마 있던 시간강사 자리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모교인 건국대 명저번역 사업에 학술연구교수로 참여하며 학교와의 끈을 겨우 이어갈 수 있었다.  


신 교수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2주 전인 지난 6월 말, 함께 하이데거 번역 작업을 진행하던 문동규 순천대 연구교수(철학)를 찾아갔다. 문 교수와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던 대화 역시 더 이상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학자로서의 불투명한 삶이었다. 문 교수는 “더 이상 전임교수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죠. 더 이상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숨에 그저 힘을 잃지 말자는 위로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학계에 대한 신 교수의 회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되던 것이었다. 오랫동안 신 교수와 번역 작업을 함께 해 온 한 출판편집자는 “지난 3월 학계를 떠나려고 하니까 책을 빨리 냈으면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신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철학계의 한숨이 깊다. 그를 좌절시킨 ‘철학자의 고단한 삶’은 비단 한 학자의 비극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자리 잡지 못한 다수의 철학 연구자들은 여전히 최저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학자로서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을 감내하고 있다.

특히 1990년 중·후반 학부제가 도입된 이후 철학과의 폐과 현상은 가속화됐다. 2009년 기준 최근 10년 간 8개 대학에서 철학과가 폐과됐으며, 전국 177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철학과가 남아있는 대학은 55곳에 불과하다. 이기상 교수는 “학자로서 최소한의 생활, 연구 여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학문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는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모순이 비단 철학만의 현실이 아닌 이상 우리 학계의 ‘학문적 타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나의 철학은 신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평생 외골수로 하이데거만을 파고들었던 신 교수. 발 딛었던 현실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지금 그는 평화로운 사색에 잠겨있을까. 이제 내년 나남과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는 하이데거의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언어로의 도상에서』, 『회상』 등 세 권의 유작 번역서를 통해서만 그를 느낄 수 있게 됐다.(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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