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6 13:34
- 극장에 들어갑니다.
좌석 맨 끝 통로쪽에 아줌마 두분이서 앉아 있더군요. 같은 열 가운데를 예매한 저는 이미 내 집 안방같은 편안한 자세로 신발까지 벗으시고 앞 자리에 발을 걸치고 영화 감상 준비를 모두 마치고 계셨던 아줌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 자리로 들어갑니다. 뒷통수가 따가웠는데 기분 탓이였던 것 같습니다.
- 광고가 나옵니다.
광고 소리가 안들립니다. 아줌마 둘이서 금쪽같은 내새끼 자랑 배틀을 하는데 그 데시벨이 극장 안을 집어 삼키고도 남습니다.
- 타이틀이 나옵니다.
아줌마가 일행에게 "그런데 이거 누구 나오는 영화야?" 라고 묻습니다.
- 저의 모든 신경을 스크린에 집중 하려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아줌마가 불편한지 앞 좌석에 걸친 다리를 계속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습니다.
아줌마 두분은 사이 좋게 영화 내용 이야기를 하며 가끔은 화제 전환을 하십니다. 점심 먹고 같이 은행 가자는 이야기도 합니다. 폭발씬이나 폭력 장면이 나올땐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이 아줌마들 최소 방청객 경력 10년.
- 난 왜 이렇게 x신 같은가.
이쯤 되니 '아주머니들 목소리좀 낮춰주세요.' '아주머니들 발좀 내려주시겠어요?' 이 소리가 목구멍 위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당장의 불편함 보다는 역시나 '다른 사람들 다 아무 말 안하고 보는데 혼자 오바 하는 놈 되는거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고
아줌마 한분이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질문을 하고 일행은 그동안의 스토리 진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 아줌마들의 대화는 영화 끝나고 퇴장하는 순간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영화 감상평이고 뭐고 남길게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봐야죠 뭐...ㅠㅠ
관람 등급 맞추려고 그랬는지 이 영화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욕 2개를 2시간 내내 반복하는데 지겨워 죽는줄 알았어요. 대한민국에 얼마나 다양하고 참신한 욕들이 많은데 강아지 새끼를 도대체 몇 마리를 찾는건지.
2014.06.16 13:44
2014.06.16 14:44
ㅎㅎㅎ 마음가짐 벤치마킹할 만한데, 빡빡머리 옆관객 얘기도 마음에 드네요.
2014.06.16 13:46
극장 꼴불견 아줌마, 그대 이름은 발암, 발암, 발암~~
2014.06.16 13:48
극장 비매너는 왠만하면 넘어가는 편이에요. 영화에 몰입하면 잘 신경쓰이지도 않고요. 단 하나 못참는 것이 있다면 의자를 발로 차는거요. 한두번 그런거는 실수로 그랬겠지 넘어가지만
지속적인거는 그냥은 못있겠더라구요
2014.06.16 13:55
저도 속으로 '신경 쓰지말고 영화에 몰입하자' '신경 쓰지말자' 주문을 외우는데 그게 매번 실패로 돌아가네요. 아직 극장 관람 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2014.06.16 14:04
이전에 뒷자리에서 계속 발로 차길래 한번 고개돌려서 쳐다본 적이 있는데, 좀 유약하고 갈등을 싫어하며 좋은게 좋은거다 주의인 동행이 "그냥 참고 보지 뭘 또 그러냐" 라고 해서 더 화가 났던 기억이 있네요.참고 보려면 혼자 참고 보지 나까지 참으라고 하지 말란 말야(...)
여튼 참 속상하시겠어요.고생 많으셨습니다.;
2014.06.16 14:06
'암걸릴뻔'이라는 표현은 요즘 유행하는 건가 봐요. 제목에서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아참. 그리고 욕의 '개-'에서 '개'는 강아지의 어른인 그 개가 아니랍니다.
2014.06.16 14:13
2014.06.16 14:46
마음에 안드는 1인 추가요. 글 쓰신 분 민망하실까 좀 그렇긴 하지만, 전혀 재밌지도 않은데 위험 무릅쓰고 왜들 쓰는지 이해가 잘..
2014.06.16 14:45
2014.06.16 15:15
2014.06.16 14:28
한마디 해봤자 우리만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 되는거죠. ㅜㅜ 고등학교때까지는 계속 사람들한테 주의 주다가 이제는 그냥 사람 없는 시간대에 갑니다...
2014.06.16 14:56
저는 극장에서 진상 만나면 내 돈 아까워서라도 꼬박꼬박 이야기 하는 편인데요. 그마저도 성가셔서 극장 발길 끊은 지가 어언...
2014.06.16 15:06
좋은게 좋은 거라는 둥 오버한다는 둥 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상은 점점 늘어나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매너에 입다물고 있는 사람들도 다 공범이에요. 혹은 자기들도 진상짓 할 때 대비해서 미리 쉴드치는 것이거나요.
2014.06.16 15:20
남의 무신경한 매너에 괴로웠다고 하시면서
"암걸릴뻔했다"는 표현은 참 무신경하게 쓰시네요.
주변에 암환자 없어서 그 고통을 모르시나봐요 -.-
2014.06.16 16:20
신조어, 유행어랍시고 생각도 없이 막 주워다가 썼네요. 제목 수정 했습니다.
2014.06.16 16:55
발로 차지 않고 폰 들여다보지않고 냄새나는 것만 안먹으면 전 모두 봐줄 수 있습니다.
2014.06.16 17:23
그런 거 참다가는 내 속만 아프고 나만 손해보죠... 누구 잘못인데!!
예전에 공연 볼 때 한 번 제대로 느끼고는, '차라리 빨리 말하는 게 낫겠구나' 했죠.
2014.06.16 20:10
설국열차를 볼 때 그런 아줌마 둘이 제 뒤에 앉았었죠. 고개를 돌려 조용히 해달라고 하니,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더라구요. 그러고나서도 떠들길래 한번더 말했어요. 그리고 얼마후 나가버리더라구요. 재미 없었나봐요. 제가 싫은소리를 참 못하긴 하는데, 그땐 참지 않고 바로 말했었네요. 영화관에 안오다보면 그런 매너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2014.06.16 23:41
이것도 결벽증의 일종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극장 안의 불쾌한 관객을 만나면 산 만한 덩치에 머리를 빡빡 깎은 단체 관객이라고 상상합니다. 그럼에도 한마디 해야겠다면 하고 보아하니 비교적 만만해서 할 거면 하지 말자고요. 그랬더니, 목욕탕 발성으로 계속해서 코멘트 다는 관객, 오도독 소리 나는 간식 먹는 관객은 다 참아 넘기고, 계속해서 의자를 차는 관객한테만 말을 걸더군요. 멀미가 나서. 그나마도 어린이 관객이면 차마 말 못 하고요. 어린이가 상처받을까 봐. 그리고 저 가정도 선입견이라는 게, 덩치가 커다랗고 머리를 빡빡 민 관객 바로 옆자리에서 봤는데, 햄버거 두 개를 먹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되도록 옆사람에게 방해는 되지 말아야겠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밥 먹을 시간은 없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는 티가 나게 빛의 속도로 드시고 그 뒤로는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 만한 훌륭한 매너로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