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 12:23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를 읽었습니다. 마흔 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떠났군요. 이전 책들이 섭식장애나 알코올 중독, 개와의 생활에 관한 것인데 그중에서 '드링킹'이라는 알코올 중독 경험을 쓴 책은 유명했습니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여기저기 기고문들을 모은 유고에 해당하는 이 책에도 과거의 경험들이 계속 소환되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분이 자기 학대가 된 외모에 대한 강박이나 술에의 의존 마지막엔 담배에의 의존 같은 것에 빠질만한 이유가 될 사건은 없어요. 번듯한 부모님 아래서 형제들도 있고 좋은 교육을 받은, 뭐 중산층 인텔리 가정 출신이거든요.
하지만 인간이란 복잡하네요. 자기애가 남달리 강하다거나 성취욕구에 시달리거나 결벽증이 있다면 바깥에서 보는 '넌 뭐가 문젠데'라는 시선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경우엔 인생의 단계마다 자신을 괴롭힌 감정 상태에 집착이라는 해결책에 매달려 온 것 같은데 그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또 천천히 풀어나갑니다. 정반합, 정반합 과정으로 헤쳐나가요. 그런데 담배가 결국 발목을 잡은 것 같습니다. 폐암 진단 두 달만에 떠났네요.
냅은 개를 키우며 그 개를 중심으로, 하루 두세 번의 산책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고 외출이나 여행도 삼가며 애정을 줍니다. 개를 보며 생각해요. '루실이 늙어 관절염이 오는 것을 어떻게 지켜 볼까, 10년 후쯤 떠나보낼 날이 온다면 그 상황을 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며 상상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개보다 자신이 먼저 떠났네요.
이런 부분은 항상 마음을 칩니다. 인간이 앞날을 알 수 없어서 부질없는 걱정을 하며 일상의 온갖 흔적들, 약속들을 남겨둔 채 먼저 떠나는 장면 말이죠.
책 자체는 위에 썼듯이 기고문들 모은 것이라 중복도 좀 있고 소소한 일상사가 대부분이니 지적인?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이미 죽은 사람들에겐 친근감을 갖습니다. '모든 죽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고 '모든 죽은 작가'가 맞겠습니다. 모든 죽은 작가에겐 너그러울지어다.
2021.08.09 13:16
2021.08.09 13:26
표지 디자인 언급하려다 참았는데요. 책 내용과도 그다지 안 어울리고 개인적으로는 취향도 아니라 좀 못마땅했던 표지였어요. 책 관련해선 안 좋은 말은 삼키려하는데...
내용은 과거는 울쩍했지만 그것을 헤쳐나오는 얘기고 현재 시점도 많아 그리 우울하진 않아요. 음, 부모의 죽음을 복기하는 부분은 좀 그렇긴 하네요. 현재 일상을 챙기는 이야기, 작가가 정돈 되어가면서 자기 궤도를 찾고 행복을 일구는 내용이 많이 차지 합니다.
2021.08.11 18:20
이책 추천하는사람이 많던데 어떤가요
2021.08.11 19:48
본문 첫 번째 문단, 두 번째 문단 앞 부분에 쓴 내용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얻은 정보입니다. 짧으면 6p, 길면 12p 안팎의 글들 모음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자신의 섭식장애, 술 중독과 거기서 빠져 나온 경험, 부모의 죽음, 성평등 문제, 개와의 생활 등이 내용입니다. 거의가 생활글들이라 편안하게 읽힙니다. 내용이 편안한 건 아니지만요. 수필 종류 편하게 읽을거리를 찾으신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감상은 위에 썼고요.^^
2021.08.13 11:13
책추천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제목이 익숙하다 했더니, 서점에서 표지 디자인 때문에 갈 때마다 까먹고 다시 살펴봤던 책이군요. 들어보니 내용은 꽤 울쩍한가 보네요. 휴, 언급하신 상실에 대해선 입을 다물게 됩니다. 안 그래도 위로를 못하는 편인데, 도무지 기능할 수 있는 위로를 떠올리기가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