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5 17:12
미혼자 입장에서 남자가 아내를 '와이프'라고 부르는 거,
들을수록 오글오글 갸우뚱한데요.
왜죠?
사전적 정의가 아닌 사회적 정의가 이렇게 크구나 싶어요.
아내라는 뉘앙스에서 오는, 뭔가 오글거림 부끄러움, 뭔가 요조숙녀 같은 이미지에서 오는 거부감, 그런 걸까요?
남편을 허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극히 드문데,
100에 99는 정말 와이프라고 불러요.
이걸 좀 해석해주세요.
사실 이런 건 많죠. 대표적인 게 한국은 'you'의 개념이 없습니다.
친구를 제외하곤 너/당신이라 부를 수 없어요.
사장님, 이모, 고객님, 손님, 형님, 언니로 불러야 합니다.
애초에 '당신'은 '너'의 존대 표현이라고,
한국어 배우는 모든 외국인이 그렇게 배우는데,
정작 고생스럽게 배워놓고, 뉘앙스 때문에 곤욕 치르는 게 있을 일인가요?
왜 '당신'은 '당신이 뭔데'처럼 들려야 할까요.
2021.08.25 17:19
2021.08.25 17:52
단순히 말하긴 힘들지만, 존대 표현이기도 한 거니까요.
저렇게 뉘앙스가 극과 극인 게 한 단어에 공존할 일일까요?
2021.08.25 18:02
편하게 쓸 수 있는 2인칭 대명사가 없는건 건 확실히 아쉬운 일이죠. 요즘은 선생님을 많이 쓰는 분위기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내라는 원래부터 잘 안 썼던 것 같아요. 주로 집사람이란 호칭을 쓰다가 성차별적 요소 때문에 대안을 찾다보니 와이프가 된 것 아닌가 싶어요. 아내라는 말은 낯간지러웠던 모양이죠. 저는 늘 아내라고 쓰지만 그때마다 어색함을 극복하면서 쓰기는 해요 ㅎㅎ
2021.08.25 19:01
아참 선생님이 있었죠. 검색하니 아내,마누라,와이프,집사람의 차이가 설명된 글도 보여요
2021.08.25 19:22
2021.08.25 19:23
2021.08.27 01:37
아.. 저는 반말/존대의 개념을 말한 게 아니라, 그냥 (반말이든 존대든) 하나의 단어로 2인칭을 표현하는 명백한 단어가 없다는 걸 말한 거였어요. 그래서 길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이젠 그냥 '선생님' 또는 어려보이면 '학생'으로밖에..
2021.08.25 19:58
아내 집사람 안사람 모두 여성 배우자를 지칭하기에는 성차별적 뉘앙스가 있지요. 가부장제가 지배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언어라서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그나마 조금 점잖은 분들은 처라고 하기도 하던데요. 그건 그나마 괜찮게 들렸어요.
제대로 된 2인칭 호칭이 드문 현대 한국에서 와이프의 성반전 버전으로는 신랑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혼한지 일년 지나도 신랑 십년 지나도 신랑 이십년 지나도 신랑 ㅋㅋㅋ
2021.08.25 20:14
2021.08.25 20:19
왜 제 댓글에 굳이 그런 딴지를 거시는지 모르겠네요. 와이프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자신의 여성 배우자를 지칭하는 범용어로 쓰이게 된 연원을 짚어보자면 같은 의미의 고유어들이 시대적 한계가 크다는 이야기일 뿐인데요.
덧붙이자면 wife의 어원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지만, 장가는 과거에는 결혼식을 신부집에서 했으니까 그런 표현이 나왔지요. '여가장제'같은 괴이한 용어로 표현하시는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떠나기 서운하니까 여자쪽 집에서 좀 머물다가 얼마 후에 남자쪽 집으로 이거하는 걸 신행이라고 불렀고요(신혼여행의 줄임말 아님 주의). 그 전체가 결혼식의 과정이었습니다.
2021.08.25 20:22
2021.08.25 22:41
아,저는 matriarchy를 생각하다 여가장제라고 쓴 건데 모권제,가모장제가 더 적절하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말씀하신 절차에 관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2021.08.26 03:18
丈家의 뜻에서 장인은 왜 빼놓고 생각하시는지...
2021.08.26 13:30
2021.08.26 10:47
아차 생각해보니 아내도 어원이 "안"에서 나왔군요! 어렵네요 ㅎㅎ
2021.08.26 11:12
저는 아내라는 말이 왠지 어감이 좋고 사랑스러워서 즐겨 썼는데, 아내의 어원이 '집사람'과 비슷한 의미인 것인가요. 흑흑
2021.08.25 20:26
와이프도 수줍어서 와이파이라고 하던데요
남편은 남의 편이라고 하면 다들 맞아요 그럽니다. 흠 남편이 들어서 기분나빠야하는데
그러고보니 '양반'도 기분나빠하는 말이죠 '이 양반이..' '어디서 양반이래?'
2021.08.26 01:29
한국어가 이상한 게 편하게 쓸 수 있는 2인칭 대명사가 없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죠. 한국어는 누구나 뻔히 이름이 있는데도 아무나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존댓말/반말은 상호적이지 않고,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도 나이에 따라 형/누나/언니/오빠 같은 이상한 호칭을 사용하는 불평등하고 전근대적인 언어입니다.
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쳐보자는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나오기는 하는데 별 관심을 못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존댓말로 통일하자는 의견에는 전 반대입니다. 한국어 경어는 너무 쓸데없이 길고 복잡해서 경제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아요.
한국어 사용에서 신분과 서열이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언어는 의식과 사고를 반영하고 의식과 사고에 다시 영향을 줍니다.
한국어 사용습관이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인들의 불평등한 사고 체계가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2021.08.27 01:40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 공감해요. 사실 전 '예절 표현 언어의 간소화, 존대의 간소화'가 중요하고,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사회의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해요. 최소 차별, 갑을이 줄어들겠죠.
2021.08.26 02:46
2021.08.26 11:00
이름을 쓰면 좋을텐데 우리는 이인칭으로 이름 쓰는 걸 어색해하죠. 이름은 공식상으로만 쓰려고 있는 건지. 가까운 이일수록 이름을 안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부모나 자식에게 쓸까. 아니 어떤 부모는 이름 두고 당사자를 부르면서도 '딸', '아들'이런 식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 호칭으로 이름 사용하는 것에 묘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2021.08.26 13:52
사실 마누라가 제일 좋기는 한데 영감처럼 단어의 쓰임이 워낙 오염이 되어서요 ㅎㅎ 마마님 정도로 순화해서 쓰는 것도 괜찮지싶기도하고요.
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
이 일을 한 사람이 당신이오?
「2」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당신의 아내 보냄.
당신, 요즘 직장에서 피곤하시죠?
당신에게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3」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사실들.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4」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뭐? 당신? 누구한테 당신이야.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5」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장서를 소중히 다루셨다.
아버지는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강자가 약자를 능멸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신다.
‘당신'은 '너'의 존대 표현이라고
단순히 말하기는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