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건, 민희진을 이해하는 어떤 관점들이 너무 "평범한 소시민"의 한계에 갇혀있다는 겁니다.
이걸 계속 말하는데,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싶으면 그 타인의 자리에 가봐야합니다.
그런데 계속 해서 타인을 우리 자리에 갖고 오면 이해를 못합니다. 
이 때 이해라는 건 저 사람이 맞다고 동의하거나 공감하라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를 좀 유추해보라는 겁니다.
문학작품에서 캐릭터 분석하는 걸 실생활에서 해보라는 거에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패합니다. 제가 정말 놀랬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이슈를 두고 쟁점들을 이야기할 떄 그런 반응들이 있죠.
"1000억 받으면서 그게 무슨 노예냐! 나도 1000억 받는 노예계약 하고 싶다!"
이거 되게 슬픈 논증입니다.
자기는 1000억을 벌 능력이 없으니까, 1000억을 주면 무슨 노예라도 하겠다는 그런 이야기거든요.
이건 민희진을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민희진을 자기랑 똑같이 평범한 사람일거라고 가정하고 논리를 펼치는거죠.
(이런 논리도 웃기는게, 하이브가 민희진한테 1000억을 준다고 한 적이 없어요. 
어도어의 주식을 되팔 때 13배 풋옵션을 적용해준다는 이야기죠. 민희진이 그 1000억을 만든 겁니다. 런닝개런티 같은 거에요.)
"민희진이 1000억 가치 이상의 사람이라면?" 
이걸 아예 상상을 못해요.
뉴진스를 만들 능력도 없고 에스엠에 입사해서 핑크테이프를 만들어본적도 없는, 일반 회사원인 자기 입장에서 1000억을 받는 상상을 하는 거죠.
민희진이 일반 회사원이 아닌데 왜 자꾸 일반회사원 입장에서 1000억을 받고 감지덕지하는 걸 논리라고 주장할까요?
자기가, 타인의 위치에 가지 못하거든요. 너무 일반적인 시기심입니다.

민희진이 돈욕심을 부린다...!! 이런 것도 사실 되게 슬픈 이야기입니다.
자기 주변에, 돈욕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이나 돈 욕심보다 다른 (미학적) 욕심이 더 많은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런 사람을 자기가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어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자기나 자기주변 사람처럼 단 돈돈돈돈 이러는 줄 아는거죠.
저는 다시 말하지만 민희진이 돈 욕심을 완전히 초탈할 사람이라거나, 노숙자로 살아도 괜찮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것에 진심이라면 모든 돈과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지! 하는 말도 안되는 반론은 제발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배우가 얼마나 연기에 진심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개런티를 다 포기해야하는 건 아니듯이요.
(꼭 이런 유치한 반박이 들어오니까 이렇게 글자를 낭비하게 됩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자기 스턴트맨들에게 롤렉스 시계를 선물하거나 할리 데이빗슨 모터바이크를 선물한 건 되게 유명한 이야기죠.
이걸 꼭 착하다거나, 호인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욕망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봐야합니다.
키아누 리브스는 돈 욕심에서 자유로운 거에요. 자기가 그 돈을 막 붙들고 어떻게 더 불릴까 이런 거에 크게 신경을 안써요.
(그렇지만 키아누 리브스도 출연료 짜게 주면 그건 자기자신이나 동종업계인에 대한 후려치기라고 생각할거니까 기분나빠할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민희진은 미학적 인간입니다.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걸 구현하는 걸 제일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최종목표가 돈을 얼마를 벌어야 돼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건 돈벌려고 일하는 일반 회사원들의 전형적인 상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가치를 만들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고를 수 있고 그 가치를 구현합니다.
풋옵션 30배 계약 변경요청한 것도, 돈 벌어야지~~ 이런 게 아니에요. 자기가 업계 탑이니까 이 정도 대우를 받아야한다는거죠.
어차피 딜 치는 거에서 안될 거 뻔히 알면서 맥시멈으로 부르고 시작하는 게 뭐 이상한 것도 아니구요.
아이돌업계에서 걸그룹 론칭해서 2년안에 도쿄돔 입성시킨다고 하면(거기서 심지어 쇼케이스!) 솔직히 풋옵션 13배로는 모자랍니다. 

이 논쟁이 전반적으로 되게 슬픈게, 우리 주변에 민희진 같은 사람이 없어요.
우리는 다 너무 평범하고, 월급 얼마 벌고, 몇백만원씩 벌면 좋겠고, 이런 생각만 하고 삽니다.
우리는 그냥 돈 얼마 더 벌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 하고 살죠. 
내가 어떤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야겠다, 이걸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감동시켜야겠다, 이런 궤의 야망을 품을 일이 없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게임체인저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뭔가를 제시하는 야심있고 능력있는 창작자를 우리가 주변에서 거의 못봅니다.
그런 사람은 특별하니까. 평범의 틀을 벗어나는 사람을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
본 적도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으니까 믿지를 못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민희진이 이야기하는 다른 욕망이나 욕망의 우선순위를 평범한 사람이 이해를 못합니다.
그저 우리 기준에서 속되고 평범한 욕망만을 계속 찾으려고 하는 거죠. 그게 돈이고요.

누군가를 몰이해하는 건 곧 자기자신의 어떤 부분이 결핍되어있다는 겁니다.
이게 되게 슬픈 일이죠. 민희진에 대한 몰이해는 그 사람이 가진 미의식이나 일을 향한 열정이 없다는 거거든요.
그게 꼭 있어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거 없이도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다 사니까.
다만 어떤 사람의 특출나거나 특이한 부분을 접할 때, 그걸 전부 소시민의 평범함이라는 필터로 다 걸러버리는 게 정말 짜친다고나 할까요.
이렇게나 외부적으로 지표가 뚜렷하고 평가도 훌륭한, 그 미학적인 감흥을 일반사람들도 느끼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렇게 몰이해가 이뤄진다는 게...
아마 이번 논쟁에서 제가 제일 씁쓸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범속함인 것 같애요. 
우리 모두가 평범함이라는, 인간이 원래 그렇고 그렇다는 찌질함만으로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할 때 이런 몰이해의 사태가 발생하는 거겠죠.

@ 몰이해를 하기로 작정하고 싫어한다는 댓글이나 글만 공유하는 다수의 사람을, 커뮤니티는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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