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5 13:17
- 구체적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시즌별 포스터들이 그냥 봐선 전혀 구분이 안 됩니다. ㅋㅋㅋ)
1. 일단 마지막 시즌 얘기부터.
- 초장부터 주요 인물 중 하나가 죽어 나가며 상콤하게 시작합니다. 사실 이게 이 시리즈의 중요한 특징이긴 해요. 의외로 사람이 되게 많이 죽어나가는 시리즈이고 특히 주요 인물들을 잘 죽이죠. 단순하게 머릿수가 아니라 '주요 인물' 죽이는 걸로 따지면 거의 '소프라노스'급이랄까(...)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누구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그래서 유난히 긴장감이 후덜덜하게 잘 살아납니다. 캐릭터 마구 죽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암튼 덕택에 몰입도가 올라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근데 도대체 달린은 왜 해킹을 잘 하는 거죠. 어려서 집 나가서 어떤 삶을 살아온 건지 궁금하지만 시간 없으니 안알랴줌!)
- 시즌 3 말미에 제시된 최종 보스와 일전을 벌이는 내용... 인 건 맞는데 중간중간 '이건 뭐지?' 싶은 상황들로 한 에피소드를 그냥 채워버리더라구요. 숲속 헤매는 이야기라든가, 도미니카 조폭 아저씨와 함께 하는 상담 이야기라든가. 아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느낌으로 밝고 희망찬 척하는 내용으로 채워 버린 (물론 바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고춧가루 한 박스 투척...;) 에피소드도 있었고. 대사가 거의 한 마디도 없는 에피소드도 있었죠.
어려서 '블루문특급'으로 들인 버릇 때문에 이렇게 형식 갖고 장난 치는 것 좋아합니다. 솔직히 '이게 한 에피소드를 다 채울 필요가 있는 내용인가?' 싶은 상황도 종종 있었지만, 취향에 맞아서 괜찮았구요.
- 당황스러웠던 건 막판 전개였죠. 에피소드가 13개인데 에피소드 10에서 시리즈 팬들이 궁금해할 내용들이 다 끝나버리잖아요. 아니 뭐 마무리할 거리를 살짝 뭘 남겨두긴 하는데 그것도 11번 에피소드에서 금방 끝나버리구요. 그 후엔 아무도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국면 전환이 등장하면서 '히든 엔딩' 같은 게 전개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니 힘들지만, 뭐 그래요. 그 마지막 이야기로 그동안 설명이 안 돼서 스토리상 오류 취급을 받던 부분들 중 큰 덩어리 몇 개가 깨끗하게 설명이 되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이치에 맞으면서 이야기를 망가뜨리지도 않구요. 근데 다만 '이게 정말 필요한 얘기였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별로였어요. 좀 양보해서 필요했다고 쳐도 에피소드 세 개를 할애한 건 좀 오버 같았고...
(그냥 홍보용 사진인데 웃겨서 올려봅니다.)
- 그리고 막판 전개가 맘에 안 들었던 이유 또 하나는, 에반게리온 보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갑자기? ㅋㅋㅋ
마지막에 막 주인공이 예쁘게 생긴 커다란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면 그동안 함께했던 등장 인물들이 동그랗게 모여 서서 박수를 치며 '오메데토~' 라고 외치는 식으로 끝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생략합니다.
- 그래도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에피소드 9, 10. 그러니까 정상적인 이야기였다면(?) 클라이막스가 되었어야할 그 부분이 정말 긴장감 있게 연출이 잘 됐구요. 네 시즌을 열심히 달려온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맘에 안 들었다는 마지막 전개도 뭐 따지고 보면 구리거나 나쁜 건 아니었구요.
다만 아무리 주인공이 제정신이 아니어도 그렇지 몇몇 에피소드는 '이게 꿈이여 현실이여'를 핑계로 좀 과하게 나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특히 숲속 헤매기 에피소드 마지막에 어떤 캐릭터가 맞는 결말은... 전 진짜 에피소드 13을 볼 때까지 뭔가 그걸로 반전 같은 게 나올 거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당황했죠. 아니 그게 실제 상황이었다니? ㅋㅋㅋㅋ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도 나오셨던데 뭔 역인지 기억이 안 나는...; 암튼 여기선 연기 좋았습니다)
2.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냥 단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재밌습니다. 몰입감 강하구요. 전에 적었듯이 시즌 2가 좀 허들이긴 한데, 그것도 못 만들어서 별로인 게 아니라 그냥 빌드업을 많이 길고 빡세게 했던 걸로 보이구요. 그만큼 이후 시즌들에서 보상을 해주니 괜찮았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첫 시즌 보고도 했던 얘기지만 뭐. '해킹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환타지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되게 리얼한 이야기나 치열한 머리 싸움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고. 박복한 중생들의 소금기 폭발하는 휴먼 드라마 내지는 싸이코 드라마(...)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엄청나게 어두침침하다는 거 꼭 명심하시구요.
다행히도 전 취향에 잘 맞아서 정말 오랜만에 진짜 빡세게 달렸습니다. 1주일동안 드라마 네 시즌을 보다니. 방학 기간이 끼어 있었다는 걸 감안해도 인간이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합니다. 어쨌든 재밌는 드라마였다는 거.
+ 쌩뚱맞은 얘기지만 요즘 헐리웃 창작물들 중에 이렇게 대놓고 '중국 나빠!'라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싶더라구요.
워낙 중국 시장이 커지다 보니 그쪽 눈치 보느라 원작이 있는 작품들도 빌런이 중국쪽이면 다른 나라로 바꿔서 만들어지고 그러는 판국인데요.
이 드라마는 단순하게 중국 빌런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중국이 나빠!!! 라는 식이라 좀 어색하더라구요. 이건 뭐 거의 중국은 지옥이고 중국 정부는 내추럴 본 빌런이며 중국인들은 악마다! 수준이라. 막판에 사연 팔이 좀 넣어주긴 하지만 그 정도론 어림도 없죠. 그간 저지른 짓들이 얼만데. ㅋㅋㅋ
++ 선악의 기준이 아주 혼란스러운 드라마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물의 선악과 전혀 관계 없이 운명이 정해지는 드라마였죠.
착한 사람들이 수시로 개죽음 당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보통은 시청자들의 건전한 정서 함양을 위해 아무리 착한 역의 캐릭터라 해도 정당 방위가 아닌 살인을 하는 캐릭터들은 어떻게든 벌을 받게 만들잖아요? 근데 이 이야기엔 그런 게 없어요. 어찌보면 그게 말이 되는 거긴 한데, 그래서 헐리웃 살생부에 세뇌되어 버린 제 입장에선 그게 참 어색...
+++ 음악을 참 기차게 잘 쓰더라구요. 그냥 좋은 곡 가져다 어울리게 잘 쓰는 정도를 넘어서 노래 제목이나 가사까지 다 맞춰서 넣는 집요함이 돋보였습니다.
++++ 타이렐 아내 역할로 나온 분이 분위기도 독특하게 예뻐서 인상적이었는데요.
검색해보니 프로필상 키가 180. 모델 출신이더라구요. 덕택에 프로필상 170인 쪼꼬미 말렉씨와 함께 서면 나름 배려를 해줘도 이런 그림이.
+++++ 어쨌거나 너무나도 칙칙하고 어두웠던 드라마라서
이런 사진들을 보며 해독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근데 그 와중에 메릴 스트립 따님은 극중 모습이 더 예쁘네요. 이 쪽이 훨씬 활기 있어 보이고 좋긴 하지만요.
2021.08.25 13:29
2021.08.25 16:34
그 미국인들 얘기 얼른 끝을 보셔야죠!! ㅋㅋㅋ
2021.08.25 13:54
아니 시즌4를 볼 방법이 없다는 글을 올리신 46시간만에!
저 사실 그 엔딩을 기억속에서 지우고 있었네요. ㅋㅋ 언젠가 시리즈를 다시 보면 그 엔딩이 좀 더 깔끔하게 다가올까 싶기도 해요. 화이트로즈가 안젤라를 어떻게 설득했는지가 궁금한데 그런건 안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절대 나쁜 엔딩이었던 것도 아니고, 큰 그림을 보면 분명히 좋은 엔딩이긴 한데 뭔가 찜찜한 그런.. ㅎㅎ
어쨌든 독보적인 작품인 건 확실해요. 샘에스메일 후속작이 궁금한데, 연출작인 홈커밍도 만들다 말고 새 파일럿 준비한다더니 캔슬된 모양이더라고요.
2021.08.25 16:37
홈커밍은 이야기 자체는 확실히 끝냈죠. 1시즌이 몸통이고 2시즌은 깔끔 결말 원하는 팬들을 위한 사후 서비스 차원의 보너스 시즌... ㅋㅋ
2시즌은 영 좀 이상했지만 1시즌은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것 때문에 제가 미스터 로봇도 볼 생각을 했던 거고. 솔직히 제 생각엔 재미보다 완성도로 따진다면 홈커밍 1시즌이 미스터 로봇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미스터 로봇은 시즌이 넷이나 나오고 이야기 스케일이 너무 거대하다 보니 보다보면 읭? 스런 부분들이 사실 많았거든요. 물론 그만큼 더 재밌었지만요. ㅋㅋ
엔딩은 정말 뭐... 아주 많이는 아니고 좀 아쉬워요. 차라리 에피소드 하나 줄여서 더 심플하게 끝냈어도 좋았을 것 같구요.
2021.08.25 14:06
다펑 <Touch>를 정말 절묘하게 쓴 듯해요. 시즌2 전체가 이 노래를 쓰기 위한 빌드업처럼 보일 정도로요ㅎ
2021.08.25 16:38
곡 분위기도 분위긴데 가사가 무슨 드라마용으로 따로 만든 노래 같더라구요. ㅋㅋㅋ 극중에서 엘리엇이나 다른 캐릭터들이 음악, 뮤지션 언급 자주 하는 걸 보면 제작자가 어지간히 음악 좋아하고 많이 듣는 사람인 듯.
2021.08.25 18:32
미국 현대 첩보전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홈랜드>에서 중국 관련 에피소드가 한 편도 안 나온 게 참 이상하고 아쉬웠죠.
<미스터로봇> 삽입곡 중엔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습니다.
2021.08.25 23:31
정말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중국 눈치를 격하게 보죠. 게임 쪽은 더 해요. 중국이 빌런으로 등장하는 원작의 스토리를 뜯어 고쳐서 북한으로 바꾼다거나 뭐... ㅋㅋ
안젤라가 가라오케에서 불렀던 노래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아요 그 장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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