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에반게리온 (스포)

2021.08.14 11:20

skelington 조회 수: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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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에 걸친 극장판의 결말, 혹은 25년에 걸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완전한 끝맺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시리즈 1편은 PIFF 개막작품으로 거대한 야외 스크린에서 봤었는데 마지막은 코로나 여파로 집에서 작은 TV로 보게 되네요. 하긴 그 옛날 EOE때는 극장 화면을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에 자막을 넣은 불법 비디오로 보기도 했는데요.


약속시간을 예상보다 훨씬 늦어버려서 도착한 상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면서 처음엔 걱정하기도, 화를 내기도 했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담담하게 이별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준 것같습니다.


초반의 제3마을 부분은 시리즈 설거지같은 후반부와 달리 안노가 가장 중요하게 준비한 이야기같습니다.

마치 96년(혹은 2007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세 칠드런들과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저 혹은 관객들과의 만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울컥했습니다.

어른이 된 토우지와 켄스케 앞에서 신지는 세계를 구하거나 파멸시킬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로하고 아이들에게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후 신지는 레이를 이해하고, 아스카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이해하고 어른이 됩니다.

골고다 오브젝트니, 에반게리온 이매지너리니, 마이너스 우주니 하는 이야기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중후반부의 연출이나 작화, 음악은 안노의 작품이 맞나 싶게 당황스러울 정도로 지지부진하고 어그러져 있습니다. 

매트릭스 3편 보듯이 '입 벌려라 설명 들어간다' 식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겐도의 입을 빌려서 궁금해했던 사람 민망할 정도로 설명을 쏟아 붇습니다.

거대화한 CG 레이는 연출의도가 분명하긴 한데 기괴한 느낌을 아득히 넘어섭니다.

중간에 시나리오를 엎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후반부의 상당 부분은 준비된 음악 없이 진행되는 인상이 강합니다. 

CG 초호기와 13호기의 엉성하기 그지없는 대결장면이 "이건 허구이고 메타픽션이야"를 의도한 것이라면 안노는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리츠코가 겐도에게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은 EOE의 장면과 비교되어 후련합니다.


겐도가 "어릴적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주절대는 부분이나 겐도, 유이가 겹쳐져 있는 장면을 뽀사시 처리한 부분은 어릴 적 안방문을 벌컥 열고 민망한 장면을 보는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말의 미사토는 나디아의 네모 함장같은 역할입니다. 겐도와 함께 빵점 부모의 비애를 보여줍니다.


친절하고 지루한 후반부를 이겨내고 맞이하는 결말은 아쉬움 보다는 후련함이 느껴집니다. 연출의도라면 안노는 또 한번 천재입니다.


시리즈 전체에서 제일 떨어지는 작품이지만 '내 인생에서 에반게리온이 이렇게 끝을 내는구나' 하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끝맺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안노도 에바의 주박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또 더 어른스럽게 울트라맨이나 가면라이더같은 다른 작품을 만들었으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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