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1 19:39
수많은 실화 영화가 있었고 성범죄를 다룬 영화가 있었지만 이렇게 보는내내 사람 목을 조금씩 조여오는 영화는 처음이였습니다.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게 아니라 주인공의 현재와 사건이 있었던 과거를 계속 오고 가기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 등장인물중 동윤이 아버지(편의점 김사장)와 경찰이 가장 무서웠어요.
동윤이도 분명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지만 결국 그날로 인해 공범이 됩니다. 아버지라는 인간은 그 지옥같은 광경을 보고도 자신의 아들만 데리고 나가 버리죠.
한공주가 그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그 무리중 한명은 자신의 아버지가 경찰임을 이용해 그 전화를 아주 쉽게 무력화 시킵니다.
그리고 한공주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때 앞에 있던 경찰이 이게 무슨 동네 망신이냐는 말을 내뱉죠.
그리고 마지막에 파출소 소장이라는 인간은 한공주를 부르고 동윤이의 탄원서를 내밉니다. 동윤이 아버지라는 괴물이 저에게 한방 먹이는 순간이였죠. 이 영화에서 파출소 소장이 계속 나왔던건 이 한 장면을 위해서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학교 폭력 피해자고 그 가해자는 경찰의 아들인데 결국 그들의 아버지는 시간이 흘러 동네 파출소 소장 하나쯤은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는 한패가 되어 버린거죠.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흔한 말로 이 영화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데 쉽게 이 말은 못 꺼내겠습니다. 영화가 너무 쎕니다.
2014.04.21 20:04
2014.04.21 20:09
저도 어제 봤는데 오늘까지 우울하네요-_-; 이래저래 사회 분위기와도 겹쳐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 기분입니다.
+질문인데 공주와 화옥이와 동윤이가 있던 그 집은 동윤이네 집인 건가요? 처음에는 공주네 집인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는 동윤이네 집인 것 같아서 헷갈리더라고요.
2014.04.21 20:15
공주 집 아닌가요? 편의점 사장은 애가 연락을 안 받고 하니까 여기저기 찾다가 공주집까지 온 거고요.
2014.04.21 20:16
2014.04.21 20:18
아하 역시 공주네 집에 동윤이 아빠가 온 것이었군요. 두분 다 감사합니다.
2014.04.21 20:38
2014.04.21 21:09
2014.04.21 21:25
2014.04.22 00:06
저는 다른것보다도 공주를 대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씁쓸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까지 들더군요.
자신한테 피해가 올까봐 갈곳없는 공주를 밀어내고 오지말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엄마나 술에 잔뜩 취해서 읽어 볼 필요도 없다며
돈을 받았을 거라 짐작되는 가해자에 대한 합의서에 싸인을 강요하는 아버지....
가해자들이야 말할것도 없고 공주 주위의 사람들이야 어차피 남이니 딱 자기가 가진 양심의 크기 만큼으로 공주를 대하는게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누구보다 상처 입은 공주를 위해 싸워주고 감싸줘야할 사람들이 오히려 더 상처를 주고 해를 주는
모습에서 절망감과 두려움이 느껴졌네요.
이영화가 그리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것도 그때문이고요.
2014.04.30 01:23
저.. 동윤이가 공주의 남매라는걸 이 글 보고 알았네요. 그 현장의 단 컷 시퀸스의 뜻도 이제서야 알았구요. 아니.........
> 는 역시 아니었군요. 그래도 그 시퀸스의 의미가....
저도 정말 괴로웠어요. 앞으로는 강간을 다룬 영화는 평이 좋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피하게 될 것 같아요. 보고 나왔을 땐 그래도 보길 잘했다 싶었는데 이 영화 잔상이 꿈에 나오고 나니 앞으론 안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