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31 11:34
집 앞에 작은 도서관 부스가 생긴 이후로는, 독서량 대비 대출 기간 내 대출 권 수가 훨씬 많아져서 그저 집을 통과하여 지나치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반납일이 줄어들수록 책을 더 읽고 싶어지는 것 때문에 쬐끔 더 읽을 수 있네요. 현재 독서 전략은, 양치기로 빌려서 얻어 걸리는 것을 기쁘게 읽는 방법인데, 문제는 다 읽고 떠나보내도 머릿속 어디에도 그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들 어떻게 책을 갈무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보았는데....
1. 종이 노트를 준비해서 기록한다
- 그렇게 시작한 노트만 몇 권이고 첫 장만 쓰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애초에 학교 다닐 때도 노트 정리를 잘 못했는데 무리한 방법이었죠. 쓴다 하더라도 나중에 읽어보면 무슨 소린가 싶습니다.
2. 종이 연습장을 준비해서 그린다.
- 위와 비슷한 문제로 폐기되었습니다. 이 경우 나중에 더 못 알아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3. 특정한 앱을 사용해서 읽은 책을 정리한다.
- 책에 별점 주는 정도로 관리는 가능하나, 세부적인 내용을 적는건 더 어렵습니다. 사진을 첨부할 경우, 보통 사진 편집이 너무 귀찮게 되어 있어서 책 등록조차 피하게 됩니다.
4. 특정한 웹을 사용해서 읽은 책을 정리한다.
- 그나마 오래했던 방법입니다. 이것도 입력해야 할 수치들이 많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예시 : 읽기 시작한 날짜, 다 읽은 날짜, 읽은 페이지 수...) 지원이 끊긴 것이 그만두게 된 이유 중 하나인데 계속 지원되었다면 아직도 쓰고 있었을지도. 웹의 장점은 로그인 상태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5. 개인 페이지에 간단히 정리한다.
- 제목만 적어놓는다던가 간편하긴 한데, 습관화 되지 않아 토막 토막이 되어버립니다.
6. 포스트잇을 붙이고 반납하기 전에 발췌된 내용만을 옮긴다.
- 가장 오래 진행되었던 방식입니다. 발췌 내용을 곱씹으면서 책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그냥 읽고 넘기기보단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찾아 써먹기도 편합니다.
7. 사진을 찍고 시간 날 때 내용을 옮긴다.
- 최근 도달한 방법입니다. 사실 이렇게 하고 싶은게 아니라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가깝지만요. 보통 이런 걸 옮길 시간을 따로 낼리 만무하고, 찍은 사진들도 나중에 보면 옮겨 적기 어려울 정도로 뭉게져서 찍히거나, 페이지가 안 찍히거나, 무슨 책인지도 잊혀버린 사진뭉치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8. 독서 마라톤에 참가해 책을 등록한다.
- 제가 참가하는 곳에서는 책 등록할 때마다 50자 정도 적도록 되어 있는데 아무말이나 적게 되어 별 의미는 없습니다. 그나마 독서 목록을 뽑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귀찮아서 안하게 됩니다. 늦었지만 슬슬 몰아 할까 생각 중입니다.
9. 대출/반납하는 책을 정리한다.
- 매 주 일요일 대출/반납하기 때문에 도서관 방문 후 정리 중인데요. 그럭저럭 간단하게 적게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의미있는 내용을 남기게 되진 않더군요.
10. 테블릿을 이용해서 정리한다.
- 책을 읽는 포즈도 적당한 포즈가 없는데, 테블릿 끼고 책을 읽는 포즈는 인체가 감당하기 어렵더군요. 다들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11. 전자책을 읽으며 내부 기능을 사용한다.
- 적어도 줄을 그어 정리할 때까지는 좋더군요. 다시 찾아보기가 어렵고, 다른 무엇보다 구독으로 읽은 책이 계약 종료되었을 때 접근 불능이 된다는 단점이 있더라구요.
몇몇 분들은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애용하기도 하던데, 저는 구매보다는 도서관 이용을 훨씬 많이 하기에 그렇게는 안 되더군요. 이쯤 되어보니 시간도 안들고 귀찮지도 않고 접근하기 쉬운 그런 혁신적인 방법 따위는 없고, 고통스럽게 일정 시간을 빼내어 열심히 작업하는 것만이 남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덤으로 습관화시키면 더욱 좋구요. 뻔뻔스럽게 발췌한 내용만 연재한다던가 한다면... (근데 그렇게 달랑 자기 말 없이 발췌만 올려놓는걸 싫어해서 무리겠죠.) 일단은 다시 6번을 살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떻게들 정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21.08.31 11:41
2021.08.31 11:52
양치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했었는데 이젠 포기했어요. 물건을 실제 사용하기보다 쇼핑이 더 재미있을 때가 있는 것처럼, 책을 빌리려고 열람하는 것도 취미 생활 중 하나로 받아들이니 편하더라구요. 기분전환이 확실히 되고. (도서관에 갈 떄 가끔 이걸 국가에서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에 감격합니다.) 확실히 단권이라도 아주 집중해서 읽는게 오래 남긴 합니다.
2021.08.31 12:03
2021.08.31 12:05
읽고 나서 간단하게 감상문을 씁니다. 구글 문서에 넣어놓으면 나중에 검색해서 찾기도 용이하죠. 책 리스트는 따로 엑셀 파일로 다 읽은 책, 읽는 중, 읽겠다고 산 책 이렇게 구분해서 관리합니다.
2021.08.31 13:13
오, 구글에서 지원하는 스프레드시트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는 것인가요. 엑셀 파일은 클라우드에 올려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인가요? 집 컴퓨터에 있으면 집에서만 작업할 수 있다던가 하는 고난이. 감상문은 보통 언제 쓰시나요? 읽고 나서 바로? 주말 저녁에? 아니면 평일 저녁이라던가, 월도라던가... 쓰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해야 할 텐데요.
2021.08.31 13:57
아.. 감상문이라고 해서 좀 거창하게 보였나보군요. 읽고 나서 틈 날 때 그냥 짧고 간단하게 씁니다. 그리 길지 않아서 시간 많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예시)
http://www.djuna.kr/xe/13862165
읽고 생각이 많이 떠올라서 길게 쓰고 싶을 때는 여유 시간에 따로 작성하는 편이고요, 엑셀 파일은 집 컴퓨터에서 관리합니다. 별도로 책을 읽기 시작한 날하고 다 읽은 날을 기록해두는 메모를 구글 문서로 따로 남겨두고 있어요. 그 메모 참고해서 엑셀 파일 수정하고 새로 책 사면 엑셀 파일에 기록해두고 그런 식이죠.
2021.08.31 14:06
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무리 간단하게 보이는 기록이라도 프로세스가 한 단계 이상 진행되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들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해보면 뭔가 중간단계가 빠져서 따라할 수 없는 미궁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요. 차근 차근 다음 단계로 이행하시는 거군요.
2021.08.31 12:17
2021.08.31 13:11
직접 만든 앱으로!! ISBN 등록 안 된 책들은 등록이 어렵겠군요. (앱이라고 하셨으니 거의 그렇겠지만) 모바일로 등록하는 건가요? 연도별로 출력한 것은 바인더 같은데 정리하는 것인가요. 흥미롭네요.
2021.08.31 13:38
2021.08.31 14:11
추가 설명 감사합니다. 제 글에서 독서마라톤이 비슷한 결과물을 제공해서 그 목록이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알듯 합니다.
2021.08.31 13:34
도서관 이용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보고 싶은 책이 생기면 사서 봅니다. 책을 읽고 집에 그 책이 없으면 왜인지 읽은 기억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반면 안 읽어도 꽂혀 있으면 읽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빨리 많이 읽지도 못 하고 또 다른 곳에 크게 돈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저런 이유로 사 읽기로 했습니다. 사두고 안 읽은 것도 많은데 지금도 관심가는 책은 일단 사는 편입니다. 있는 거나 읽고 사자하면 품절(절판)도 잘 되고.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면 한글 파일에 일기처럼 남깁니다. 읽은 걸 다 기록해 두진 않고요.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잊어버리죠. 기록해도 잊어버립니다.(다행히도 이용하는 인터넷 구매처가 한 군데라 제가 산 책이 다 기록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산 걸 또 사지는 않죠 - -;;) 하지만 나의 뇌나 심장 어느 부분에 남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정일 작가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그 읽은 책 중에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만 산다고 하더군요. 그 독서력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따라가기에 체력이든 정신력이든 부족해졌다고 느낍니다. 쓰다보니 슬픕니다.
2021.08.31 13:43
저는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데 없어지지 말라는 이유가 큽니다. 그리고 구매하는 책들은 저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게 되더군요. 그리고 연애 이후, 그리고 코로나 이후 두 번 구매량의 극적인 증가가 있었습니다. ( 상대방의 책을 사주다 보니 씀씀이가 늘고, 한참 동안 도서관이 닫혔더니 수급할 길이 없어 그렇게 되더군요. ) 그런데 이미 대출한 책도 못 읽고 있어서, 구매한 책은 대량으로 쌓여갑니다. thoma님은 공간이 넉넉하신지... 다 읽은 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쌓아두고 있네요, 보통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는 편이라서.
감상은 hwp를 이용하시는군요. 워드프로세서별로 주는 느낌이 달라서 애용하게 되는 (혹은 그런 글을 쓸 때 그걸로밖에 쓸 수 없는) 경향이 분명 있어요. 저도 '음식을 먹을 때, 몸의 어디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 독서도 그러할 것이다' 비슷한 글귀를 보고 좀 더 침착해졌어요. 확실히 한 곳에서만 구매하시면 구매 목록 관리는 되겠어요. 구매 일자도 남아 있을 것이고. ( 서점 구매는 안 남더군요. 날짜를 찍는 도장이라도 사 볼까...)
장정일 작가 이야기를 보니, 역시 양치기 할 수 있을 때 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2021.08.31 15:59
집에 책을 둘 공간은 아직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는 게 확실한 책들이 좀 쌓이면 조금씩 정리합니다. 트렁크에 넣어가서 중고서점에 팔 때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을 때나 오래되어 누렇게 된 책, 저자가 미운 책(세월가니 그런 저자가 생기더라고요)은 묶어서 재활용쓰레기장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1.08.31 13:40
2021.08.31 13:57
반드시 독후감을 노트에. 그 부지런함에 경탄하게 되네요. 언제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밤늦게 서재에서 쓰시는지, 카페 한 구석에서 저녁 이후 쓰시는지... 아니면 매 주말마다 몰아서 쓰신다던지. 그리고 쓰실 때는 책과 함께 쓰시나요, 아니면 기억력에 의존해서 생각나는대로 쓰시나요. 그리고 완독 후에 쓰시는지, 과정 중에 이어서 쓰시는지. ... 제가 보통 다른 것에는 궁금함이 이렇게까진 없는데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너무 궁금해서 질문이 계속 늘어나네요.
2021.08.31 14:02
요즘은 기록이 휴대폰으로 되는 세상이지만, 저는 노트를 두세 권 가지고 다니고요. 짧은 독서 후에도 반드시 만년필로 노트에다 감상을 적습니다. 좀 강박적으로 보일런지도... 근데 제 애인들이 다 책 속에 있으니 그렇게 하게 돼요. ㅎ
2021.08.31 14:10
직후에 바로 기록하시는거군요. 해볼수록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손에 잡힐듯 말듯 했던 바람에 날리는 얇은 커튼 같은 상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마니까요. 습관화가 중요합니다. 약간 가슴 한 켠이 저릿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2021.08.31 13:59
전혀 기록안합니다. 머리에 일부 재구성된 글 부스러기가 전부죠.
치매예방을 위해서 메모를 하라는데 저는 치매 예약한듯. 흑흑
2021.08.31 14:13
그래도 빌리신다면 대출이력현황이 도서관에, 인터넷으로 사신다면 구매이력이 홈페이지에 기록될 것입니다.
서점에서 사는 것은... 모르겠군요. 위에 이미 이야기했지만, 먹는 음식들이 몸을 이루듯, 읽으시는 책들이 어디론가 가지는 않을 겁니다 ㅠ.
2021.08.31 20:11
제 생각에 책을 정말 제대로 읽는 방법은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생각을 적어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읽으면서 맘에 들었던 부분, 혹은 이해가 안 되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적어 저자에게 보내는 거죠.
저자에게서 답장을 받든 못 받든 저자에게 보내는 글이니 꼼꼼하게 읽게 되고 글도 훨씬 잘 쓰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익명으로) 편지를 쓰면서 느껴지는 흥분감도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요.
읽은 내용을 자신의 말로 소화해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죠.
그 표현 대상은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사람)일수록 효과가 커지는 것 같고요.
(물론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긴 힘드니 국내 한정이긴 한데... 그 경우 번역자에게 이메일을... ^^)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와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는 집중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죠.
일기보다는 편지로 정리하는 게 훨씬 재밌고 잘 기억될 거예요.
2021.08.31 20:58
대부분 동의하지만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편지가 독자를 상정한 것이라 훨씬 공들여 읽기, 쓰기를 하게 되긴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일기 형식으로 적는 것과 편지 형식으로 적는 것은 글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적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달라집니다. 책 자체에 대한 이해나 감상을 향상시키고 어느정도 객관화해서 잘 적어보고 싶다면 말씀하신 저자에게 글 보내기는(꼭 저자가 아니더라도)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서 자유자재로 확장하거나 쭈그러뜨리는(변형시키는) 감상을 글로 쓰긴 어렵습니다. 이런, 어떻게 보면 샛길로 빠지는 감상이 개인에게(최소한 저에게) 의미 있기도 해서요.
둘 다 쓸 수만 있다면 독서 후에 써보는 건 정말 좋겠지요.
(그런데 저자들은 그런 말을 합니다. 자신의 책이지만 책에 대해 써 보내면 기억이 안 나서 곤혹스럽다고요ㅜㅜ)
2021.09.01 11:14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법이라 놀랍네요. 오래전 EIDF 다큐멘터리 중 그런 편지를 쓰던 할머님이 주인공이었던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세상에 이런일이]였을까요? 뭐 중요치 않지만요. thoma님이 말씀하셨듯, 혼자서 정리하는 것과는 다른 제한점이 있는 다른 장르이긴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방법이네요. 누군가가 어떤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underground님이 그런 편지들을 쓰셨다면 후일담이 매우 궁금해지는 이야기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2021.08.31 21:36
2021.09.01 11:20
사적인 기록을 미래의 자신을 위해 남길 때 뭘 원할지 알 수가 없어 어렵습니다. 로쟈나 다른 분들의 독서 일기 등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읽고 난 후 그 내용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집중도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요.
아,,,
인터넷이 생긴 후로, 노트에 기록하던 습관(?)이 없어지게 된 것 같아요.
늙어서, 게을러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디지털로 보관된가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느끼면서도, 몸이 안 따라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