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7 12:05
삶의 어떤 부분도 제대로 담지 않고, 삶에서 나오는 모든 고통을 간편하게 핸들링 가능한 수준으로 납작하게 눌러서 잠깐 겉만 훑어보고 옆으로 치워버리죠.
슬의 안에서 시청자를 마음 불편하게 하는 요소들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치명적이지도 않습니다.
죽음마저도 예쁘고 안전하고, 1회용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증발해버리죠…
가정폭력을 대하는 태도는 그냥 실소가 나와요.
가정폭력이 짜증나는건 그게 폭력이어서를 넘어서 가족이기 때문이고, 상대방을 간편하게 증오할 수 없기 때문이고, 고통이 지속되기 때문인데 슬의의 세계 안에서는 그냥 안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리면 해결이 됩니다.
환자에게 폭행을 가하던 간병하는 남편은 그냥 분리시킴+이혼으로 간편 처리가 돼버렸죠. (+가정폭력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환자실로 임의로 옮기면.. 그 비용은 이익준이가 내나요?; 아님 어차피 실비처리? 진심궁금)
장겨울이 아버지를 묘사하는 방식도 그냥 생판 모르는 남에게 폭력을 당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장겨울의 아버지는 이미 감옥에 갔죠. 더 이상 지속되는 고통조차 아니에요.
장겨울은 가난뱅이 코스프레하는 재벌2세 품에 안겨서 한번 위로 받으면 구원 받겠죠..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유능한 의사들(+후배가 생각이 짧다싶으면 바로 입바른 소리 작렬),
유일하게 자동차로만 가시화되는 재력(협찬이 아니었으면 다들 국산차 탔겠죠..),
거세된 것 같이 건전하고 건강한 유흥, 치매같은 골치아픈 질병은 사실 치매가 아니었다!로 해결….
계속 보다보면 생리대 광고 같습니다. 깨끗하고 청순해요.
현생에서의 괴로움은 충분하니 매체에서까지 심각하게 뒤틀린 고통을 보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하지만 이런 식의 얄팍한 고통(+해결)은 오히려 더 괴롭네요.
펜트하우스보다 더 해로워 보입니다. 욕하면서 보고 있는 저도 제정신은 아니네요.. 막장 드라마 계속 보는게 이런 건가봐요.
2021.08.27 12:16
2021.08.27 12:17
신원호의 드라마는 넷플에 올라온 슬의생1 전편과 응답1988,1회만 봤습니다. 슬의생만 제대로 봤는데 저와는 안 맞더군요. 본문에 쓰신 이유로 싫었습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어요. 응팔 경우도 보다가 1회 보고 접은 이유가 이거 뭐 사람이라기 보다 종이 인형 같고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골목의 정서 자체도 안 맞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볼 수도 있겠지만.. 찾아볼 필요는 없고. 유명하다해서 찾아 봤다가 바로 접었죠.
2021.08.27 13:28
2021.08.27 13:31
이 드라마는 안 보고 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랑 같은 사람의 작품이라면 뭐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그 시절 평범한 우리네 청춘들! 로 시작해도 마지막엔 다 사회 지도층(...)이 되는 걸로 끝내야 직성이 풀리던 분이잖아요.
어쩌다가 마지막회만 봤던 1988도 마지막에 그 골목 사람들 죄다 지금 땅값 무지하게 오른 곳으로 이사간다는 나레이션 나오는 거 듣고 깔깔 웃었습니다. ㅋㅋ
2021.08.27 13:56
2021.08.27 14:32
저런 의사들은 없습니다..
일단 저렇게 널널하고 환자 없는 의사들은 첨봐요..
2021.08.27 15:31
신원호 이우정의 판타지월드가 역겨운 이유중 하나랄까요.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현실과 너무 괴리된 판타지가 주는 불쾌함 어딘가가 있거든요.
2021.08.28 09:49
슬의생 1은 그냥 판타지려니 하고 재미있게 봤는데 의협사태, 코로나 정국을 겪고 있는 현재에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어요.
원래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걸 감안해도 의료현실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오는 현실에서 병원에서 연애 꽁냥꽁냥을 볼 기분이 아니에요.
2021.08.28 09:51
잡채밥님이 지적하신 얄팍한 휴머니즘 흉내도 기만당하는 느낌에 동의해요. 그냥 스치듯이 보다가 짜증나서 치워버렸어요.
2021.08.28 15:16
슬의를 보고 장기기증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2021.08.30 10:35
판타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죠
2021.08.30 06:14
2021.08.30 10:35
신현호는 TVN 드라마 PD로 예능을 했던 사람으로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예능 할 때부터 작업한 작가와 함께 드라마로 떴죠
추억팔이와 엘리트 서민 코스프레 전문 연출입니다
써니 감독은 다른 사람입니다
강형철인데 이 사람은 과속스캔들하고 써니로 뜬분이죠
써니 시나리오에 삭제된 장면(주인공 운동권 오빠가 현재에서는 이주노동자 등쳐먹는 무능한 사업가로 출연)이 참 역겨웠던 기억이 있네요
2021.08.30 12:38
저는 시청자 계몽 드라마로 봐서 그런지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환타지는 환타지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저러나 장기 기증의 구체적인 부분 얘기하고
왜 B형 간염 환자들이 간암에 걸리기 쉬운지
소아병동은 의사가 5% 간호사가 95%하는 곳이라든지
시청자들에게 떠먹여 주는 수준이라 감사하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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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의 세계관이 강형철 감독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과거를 미화하고 엘리트가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그래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예능 연출할때부터 함께 일한 작가와 함께)은 대단하지만 곰곰히 그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인상이 찌푸려지죠
(강형철 감독은 거기에 더해 진보를 외쳤던 사람들의 위선에 대해서 영화 에피소드로 넣은 것이 꽤 되죠. 사실은 보수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