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 회사 내부 문제 하나를 두고 보스와 논쟁했습니다. 대화를 끝내며 이런 말을 했어요. " 나는 당신에게 업무 구성원으로서 작업의 어려움을 말했는데, 그걸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받아들였군요. 예상치 못했던 시선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제가 보스에게 의문을 제기했던 지점에는 같은 희망과 같은 고단함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그 두 문제는 같은 보상이나 기다림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보스와 한 달 가까이 논쟁하다 보니 싸우는데도 사회적 의미가 스민,  서로에게 향하는 특별한 눈길이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원하는 응답받기를 기다릴 뿐 갈망하지는 않았어요. 보스가 제 의견을 듣는 게 기계적인 대응도 아니고 감시하는 눈길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점은 고맙고 다행이었습니다.

모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결점은 긍정하려고 해도 꼭 말을 하므로써  물러서게 만듭니다. 흠은 흠대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요. 결점을 받아주려고 해도 흠이 뭐 잘났다고 꼭 성질을 부립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본위의 얼룩 같은 생각이란 것이 있지만, 결점은 결점인 겁니다. 거기에 패여버리면, 그런 결점은 그야말로 흠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흠이 그의 인생이 되는 거고요.
흠 없는 사람들과'만' 어울려 살아보고 싶다는 꿈은 십대 시절에 거뒀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흠이 적은 사람은 되고 싶은 소망은 여전합니다.

대립적인 대화에는 무신경하거나 공격적인 성격이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소통과 다르게 대립은 가면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달빛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분들은 알 겁니다. 그림자가 형체와 닮은 게 아니라는 것을. 대립은 골짜기에서 전해오는 메아리도 아니고 나르시소가 나르시소스를 조명하는 것도 아니고 착각이나 욕망에서 비롯된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을요.

그것을 알아도 어긋난 대화에는 슬픔이 깃들 수밖에 없습니다. 상징적 관계의 비밀에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는 짐작하나. 8월 말의 창밖의 뜨거운  햇빛을 바라보노라니 제가 저 자신을 구경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는군요. 그 감정을 우아하게 표현하자면 '고귀한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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