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브레이브걸스

2021.08.15 20:19

여은성 조회 수:877


 1.현상과 실체는 달라요. 이준석 현상과 이준석이 별개고 브레이브걸스 현상과 실제의 브레이브걸스 본체가 별개인 것처럼요.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브레이브걸스 현상은 브레이브걸스가 일으킨 것인데 뭔 소리냐고요. 하지만 현상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신드롬이란 건 신드롬의 필연성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신드롬에 대한 갈급함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신드롬이라는 현상의 대표자가 누구인지, 그것을 발생시킨 주체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가끔 혼동하곤 해요. 



 2.대중들이 어떠한 갈증을 느낄 때 때마침 가져다 써먹기 딱 좋은 재료가 있으면? 그것을 재료로 짜넣어진 신드롬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상을 성립시키기 위해 짜넣어진 대상과 실체로서의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야 이준석은 이준석 현상의 대표자이고 브레이브걸스는 브레이브걸스 현상의 대표자예요. 그것 자체는 사실이죠. 그러나 신드롬 서사의 재료로 차출된 자신과, 실체로서의 자신은 구분해야 해요. 신드롬이 발생했을 때 신드롬이 신기루로 끝나지 않고 온전히 신드롬 서사의 주인공으로 안착하려면 그에 걸맞는 실력과 매력이 있어야만 하죠. 반짝인기를 한번 경험하고 끝나버리는 사람들은 매우 많았으니까요.



 3.브레이브걸스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반짝인기다.' '브레이브걸스는 짧은 꿈을 꾸는 거다.'라는 말을 했지만 그런 예측은 완전 빗나갔죠. 유튜브 조회수를 마구 빨아먹던 초반이 지나자 그다음엔 방송과 광고를 휩쓸면서 돈을 쓸어담았어요. 흔히 말하는 A급 광고들...광고의 '급'을 충족시키면서도 갯수조차도 압도적으로 많았죠. 이런 경우는 정말 희귀하죠. 


 그런데 브레이브걸스는 공짜로 그걸 얻어낸 게 아니예요. 그녀들은 유튜브와 방송에서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굉장히 혹독한 검증을 거쳤어요. 실력 검증, 매력 검증, 인성 검증에 과거 검증...그 모든걸 통과한 다음에서야 진짜로 돈이 되는 광고와 활동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죠. 실력, 매력, 인성, 과거...이것들 중 단 하나라도 잡음이 있었다면 브레이브걸스의 기세엔 브레이크가 걸렸겠죠. 



 4.휴.



 5.어쨌든 브레이브걸스는 무명 시절에도 본인들의 평판과 관계들을 잘 관리하고 실력 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연습을 많이 해뒀어요. 사실 무명 시절의 그녀들은 어떻게 보면 관리할 평판도 없고, 실력을 키워봐야 누가 알아봐주지도 않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한순간에 1군 걸그룹의 자리에 던져놓아도 온전히 그 자리에 걸맞는 수준의 인재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관리해뒀어요.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스걸스는 브레이브걸스 신드롬의 주인공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죠.



 6.그러나 이준석은 어떨까요. 신선한 사람에 갈증을 느끼던 대중들에 의해 차출되어서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긴 했는데...돌풍이 일어나는 지점을 잘 알아보고 잘 탑승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예요. 


 정말로 이준석이, 무슨 자그마한 당도 아니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보수당의 대표에 걸맞는 사람일까? 그정도의 역량과 장악력이 정말로 있나? 라고 묻는다면 아닐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이준석이 좀 불쌍하게도 느껴진다고 썼었죠. 그는 예정된 추락을 겪어야만 하는 사람이니까요.


 사실 이준석은 열심히 살았어요. 박근혜와의 2시간 발언으로 조롱거리가 됐지만 그걸 벗겨내는 데 10년은 걸렸죠. 그러나 그의 문제는...자신을 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한 게 아니라 강해 보이려는 노력만 10년동안 한게 문제인 것 같아요.



 7.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하면서 예전에 저장해둔 글을 뒤적이다 보니 6월 15쯤에 저장해둔 글이 하나 있더라고요. 너무 오래전에 저장해둔글은 안올리게 되는데 이건 아직 유효기간인 것 같아서 올려 봤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32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48
117174 Willie Garson 1964-2021 R.I.P. [4] 조성용 2021.09.22 248
117173 (바낭)오징어게임...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1화 스포) [5] 왜냐하면 2021.09.21 893
117172 Turn the Key Softly (1953) [5] catgotmy 2021.09.21 277
117171 [티비바낭] 곽작가님 나오는 프로 봐요~ㅋㅋ [2] 쏘맥 2021.09.21 563
117170 오징어 총괄책임자 이병헌은 기획자와 어떤 관계였을까 [1] 가끔영화 2021.09.21 850
117169 넷플릭스 "더 서펀트"보는 중 [1] 산호초2010 2021.09.21 555
117168 기다 아니다 물음 만들기 해보기 [2] 가끔영화 2021.09.21 366
117167 바낭이 되지 않도록 - 이번 기회에 과거를 반성합니다 [3] 예상수 2021.09.20 625
117166 [영화바낭] 이번엔 일본산 방황 청춘극 '치와와'를 보았습니다 [4] 로이배티 2021.09.20 1074
117165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3] catgotmy 2021.09.20 351
117164 [SBS영화] 미나리 [3] underground 2021.09.20 535
117163 추석 나그네 [13] 어디로갈까 2021.09.20 676
117162 Jane Powell 1929-2021 R.I.P. [1] 조성용 2021.09.20 287
117161 추석엔 역시 스릴러, 호러죠. [4] thoma 2021.09.20 765
117160 어제 세시간 가량을 오징어에 투자 가끔영화 2021.09.20 631
117159 눈매교정 시간 지나면 부리부리 사라질까요? [4] 한동안익명 2021.09.20 5023
117158 정병러로 살아간다는 것 [4] 적당히살자 2021.09.20 690
117157 [영화바낭] 한국의 2008년 청춘 성장물 '열아홉'을 봤습니다 [3] 로이배티 2021.09.19 512
117156 병속 편지 [2] 가끔영화 2021.09.19 263
117155 MBC 검은태양 [1] 메피스토 2021.09.19 7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