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같네요.

 

 그 때가 아마 제가 중학교 2,3학년쯤이었을 겁니다. 어느 날 밤에 안방에 있는 티비를 틀고 뉴스를 봤었지요. 그리고 무척 인상적인 뉴스 하나를 접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보도된 그 뉴스를 보니, 정신병자에 의해 유괴된 한 초등학생 소녀가 9년 2개월동안 범인의 집안에 감금되어 있다가 구출되어 처음 집밖에

 

나왔다고 했습니다. 어느 새 19살의 숙녀가 되어버린 그녀를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이 영상으로 잠깐 나왔더라구요. 그가 기자들이 플래쉬를 터뜨리는 가운데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초등학교 4학년이던 피해자는 그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으슥한 골목길에서 어느 20대 남성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범인은 소녀를 칼로 협박

 

해서 자동차 트렁크에 태워 집으로 납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9년이 넘도록 그 집에서 나오질 못했대요.

 

 

 정말로 경악스러웠던 점은 그 범인의 모친이었습니다.  2층에 있는 아들의 방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그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정신병

 

증세가 있는 아들 때문에 2층에는 얼씬도 못했기 때문이죠. 아들은 모친을 자주 폭행했고 2층에 못 올라오도록 했기 때문에 무서워서 가보지도 못했대요.

 

 어느 날 모친은 아들에게서 얻어맞은 뒤 다급히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아들을 신고했고, 아들을 데리러 온 정신병원 직원들이 2층의 방문을 열었더니 겁에 질린 얼굴의

 

여성이 있었다고 해요. 그녀는 그렇게 구출되었고 9년여 만에 그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범인은 평소에 대인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외로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녀를 데려다가 길러서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품었대요. 사육일기까지 쓰고 있었고 처음에

 

소녀가 자꾸 반항하자 폭행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탈출을 우려해 하루에 도시락 한끼만 주는 바람에 그녀는 발견 당시의 체중이 불과 38킬로였습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에도 이미 초등학생 소녀를 폭행하려한 혐의가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경찰의 범죄자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경찰이

 

그를 리스트에 진작 올렸다면 피해자가 좀더 빨리 구출되었을 지도 모르는데.....ㅠㅠ

 

 범인의 형량을 놓고 논쟁이 크게 벌어졌다는데, 최종적으로 그가 판결받은 형량은 징역 14년이라고 합니다. 피해자와 그녀의 가족들 인생까지 짓밟아놓은 죄가 14년

 

이면 풀리는 거죠.

 

 한 때 일본의 소설가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라는 소설이 이 사건과 굉장히 유사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작가가 밝히길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이런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사건이 터졌고 어느 정도 참고했었다고 합니다. 읽어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못 읽겠어요. 책에 나온 사건과 실제 사건이 많이 다르던데

 

실제 사건을 저 소설처럼 보게 될까봐서요.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가 정말 엄청났을 것같습니다. 지금쯤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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