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쓰면서 옮겨온 거라 반말이에요. 다큐멘터리에 스포일러, 하면 이상하지만 군데군데 구체적으로 내용을 짚은 부분도 있으니 싫으신 분은 피해주셔요.






뉴욕타임즈의 긍정적 리뷰를 읽고, 어제 공개된 이 영화를 토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파닥파닥 앤젤리카 필름센터로 가서 관람했다.



그리고 나의 감상.
영 화는 도입부와 세부 파트로 나누어진다. 처음에는 아이슬랜드의 규제완화와 그에 따른 경제위기 이야기를 조금 하고, 아이슬랜드 대학 경제학 교수의 "그런데 뉴욕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잖아요. 그렇죠?" 이 발언을 브리지로 해서 1. 경제 버블 시기의 상황 2. 경제위기까지의 과정 3. 위기와 책임 문제 4. 현재 상황 이렇게 구성된다.

장점으로 말하자면, 우선 호흡이 빨라서 안 지겹다. 인터뷰이 말하는 것도 장면을 빨리 넘길 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스틸컷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빨리 넘어가고, 음악도 그렇다. 중간에 조금 지겨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다큐멘터리 치고는 대체로 안 지겹게 봤다.

또 교수 및 연구자의 conflict of interests 문제. 이게 얼마나 오래된 문제의식인지는 몰라도, 다큐멘터리에서 이 문제는 극적으로 부각된다. 엄청난 연구 지원비를 받고 아이슬랜드의 경제를 극찬한 Mishkin교수는 원래의 논문 제목이었던 Stability of Iceland Economy...를 Instability로 바꾸고, 인터뷰에선 타이포라고 변명한다.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호하지만 맷 데이먼씨의 나레이션은 영화랑 잘 어울려서, 어머, 맷 데이먼이 나레이션 해주네, 집중이 안돼, 이런 문제는 없었다.

그 리고 단점. 좀 불공평하다는 느낌이다. 인터뷰 거절한 관계자, 벤 버냉키를 비롯한 관료들 그리고 각종 investment bank 관계자들에 대해 하나하나 까만 화면을 써서 "이 사람은 인터뷰 거절했음" 하고 짚고 넘어가던데 (그리고 관객 중 일부는 그때마다 킥킥거리고) 사실 이들이 영화제작자들에게 굳이 인터뷰를 해 줄 의무가 없는 이상 이런 식으로까지 (내가 보기엔) 치사하게 짚어줘야하나 싶다. 그리고 Glenn Hubbard 교수의 인터뷰엔 (아마 예정에 없었던 질문을 집요하게 물어서인 것 같은데) 허바드 교수가 급기야 짜증을 내면서 "deposition도 아닌데 하나하나 답해야하나요? 인터뷰는 3분만 더할게요" 하는 부분을 영화에 넣어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사실 이건 영화의 문제의식하고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웃음거리로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

또 부동산 브로커에게 사기당한 히스패닉 여성의 인터뷰하고 미국의 세계 경제 경쟁력 약화문제는 조금 뜬금없었다.

그 리고 엘리엇 스피처씨. 11월에 공개되는 Client란 영화도 그에 관한 영화라는데 요즘 스피처씨 영화계 활약이 대단하시네요...는 아니고, 월스트릿에 만연한 drug use/ prostitution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의 커멘트 "이런 personal vice를 활용해서 월스트릿 관계자들을 조사하면 될거에요" 하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길려는 의도라고밖엔 안보이는데, 사실 별로 안웃겼다.

영화보고 극장 앞에서 블랙베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더니 같이 봤던 청년이 말을 걸었다. 처음엔 나한테 말하는 건 줄 모르고 블랙베리만 응시하고 있었더니 영화 재미있었냐고 나한테 물어보는. 'ㅅ' 그래서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생각보단 별로였다고 했더니 자기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시간 맞으면 둘이 영화볼래? 하면서 슬금슬금 작업을 거셔서 일단 뒷걸음질쳐서 청년 이메일만 받았다. 성실해보이는 청년이었는데 내가 이런 거에 좀 익숙하지가 못해요,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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