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5 00:15
앞 영화 글에서 음악 문외한이 음악인 영화를 이어서 보게 되었다고 썼는데 이번 영화에선 주인공이 힙합에 관심을 갖네요?
1. 라다는 유망한 극작가였으나 서른 이후 그 일은 잘 안 풀리고, 방과후 연극 교사 일로 생활을 유지하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오랜 친구이며 에이전트인 아치가 극장을 연결해 주지만 제작자가 영 밥맛입니다. 본격 일 시작 이후엔 내용을 수정하라는 요구도 잦고 라다의 중요한 요청 사항인 연출자를 흑인으로 해달라는 것도 들어주는 척하더니 지맘대로 백인을 써요. 일 시작도 전에 제작자와 충돌 후 포기를 마음먹은 와중에 우연히 랩으로 마음을 표현해 보니 뭔가 합이 맞고 즐거운 겁니다. 그래서 녹음실을 찾아가게 되고...
2. 주연 라다 블랭크가 각본 쓰고 감독도 한 자전적 영화라고 합니다. 친구, 에이전트로 나오는 아치는 한국인이라 해서 배우 이름을 보니 피터 킴이네요. 연기 재미있게 해요. 뉴욕이 배경인데 브루클린, 할렘 같은 동네 자체가 의미를 갖고 쓰이고 있고요. 예술가로서 살아가고자 궁리하지만 남들 눈에 확 띄는 재능은 없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자신을 지우고 구부려서 그 바닥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의 고민이 담깁니다. 저 포스터 윗 부분에 써져 있는 게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3. 확실히 우리 나라 정서와 다른 것이 살찐 외모나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연상이란 점 등이 영화의 중요 내용을 전개하는데 무리수가 되지 않습니다. 고민의 덩어리를 이루거나 사건의 한 축을 담당하지 않아요. 한국 영화였다면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규격화된 기준을 내면화하고 있으면서 그 경직됨을 의식 못하고 휩쓸려 사는 것이겠습니다.
4. 라다 비롯 여기서 하는 랩을 들어보니 운을 맞추면서 리듬을 타는 것이 우리 시조창이나 판소리 사설 부분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1.09.25 17:24
2021.09.25 19:01
음악 잘 모르지만 브루스, 재즈, 랩, 판소리나 민요들이 문자가 주어지지 않아도 자신을 멋지게 표현한 사람들이 발전시킨 예술인 거 같아요.
2021.09.25 20:15
'마더퍼커' 없는 힙합 영화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후 관심두고 있었던 것을 이 글이 환기 시켰어요. 헌데 넷플릭스에 있군요. 언젠간 풀리겠죠. 언젠간 보겠죠. ㅎ
흔들 의자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올드 블루스를 듣다 보면 '민요'를 떠올릴 수 밖에 없더라구요. 블루스가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흑인 민요적 성격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갈래로 영향을 미치며 번성한 만큼 어느 날 판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내 핏속에는 한국인의 한이 흐르고 있다며 영혼을 불태우게 된다면 생경하지만 재밌겠다, 십여년전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문득 생각나요.
2021.09.25 21:40
저의 경우 우리 전통 문화 뭐가 뛰어나다는 소리에 유일하게 반응하는 게 판소리입니다. 판소리도 잘 모르긴 하지만 다른 분야는 더 잘 몰라서 훌륭하다고 하면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기는데 판소리는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서양식으로 말하면 1인 오페라? 내용은 민중적이면서요. 판소리하는 청소년 성장물 같은 거 넷플릭스에서 만들어 주면 세계적 붐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오랜만에 게시판 나들이 하신 거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