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이란 무엇일까

2021.09.18 20:21

Sonny 조회 수: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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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무슨 초능력을 제일 갖고 싶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염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염력으로 책이나 핸드폰을 둥둥 들고다니면 굉장히 편리할 것 같다면서요. 그러다가 염력도 일종의 힘이고 살짝 부주의해지거나 잠들어서 의식이 끊기는 경우가 생기면 책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결국 "력"을 쓰는 일에 집중을 해야할테니 염동력 또한 염동력만의 불편과 피로가 따라붙지 않겠냐는 의문이 따라붙었는데요. 저는 여기에 다른 반론을 제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또한 염력을 쓸 지 모르는 '무염력자'들의 부자유가 아닌가 싶더군요. 픽션에서는 잠깐 주의가 흐트려지거나 기절해서 의식을 잃으면 염동력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정말로 그럴까요?


상상은 현실의 제약을 부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염동력을 직접적인 물리적 매개 없이 힘만을 발휘하는 상태로 정의내리지만 거기에는 '투명한 손'이나 보이지 않는 선반'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보이지도 않고 신체나 사물로 물리적 간섭이 불가능하지만 아무튼 거기에는 힘과 그 힘을 전달하는 고차원적인 매개체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매개체를 무의식적으로 근육이라 명명해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가 그 힘이 쏘아져나오는 기지국 같은 거니까 그 기지국이 꺼지면 염력도 출력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가정하는 거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봅시다. 인간의 뇌에서 이어진 체내의 선들을 통해, 즉 유선으로 뇌나 척수의 명령에 따라 근육을 포함한 인간의 신체는 작동합니다. 염동력도 같은 메커니즘일까요.


염동력을 물리력의 투명함과 원거리에 한정짓는 대신 그 출력상태와 의식의 관계를 조금 더 느슨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디지털 기기를 어떤 설정으로 만들어놓는 것처럼 우리는 염력도 와이파이를 끄고 키듯이 어떤 상태로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염력의 진원지를 뇌로 놔두는 대신 심장이나 다른 근육으로 옮길 수 있으면 어떨까요. 의식의 불수의근처럼 염력은 계속해서 우리 체내나 체외에서 벌떡벌떡 순환하고 작용한다고 해봅시다. 이를테면 그런 작업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염력으로 책 한권을 그대로 필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두쪽으로 나눠진 염력 중 한 쪽은 책의 하얀 여백은 제외하고 검은 색으로 인쇄된 부분을 그대로 따라하고 나머지 염력은 연필을 든 채로 그걸 필기만 하는 겁니다. 눈과 손이 복합되어서 염력이 자동작업을 하는 거죠. 조금 더 무협지적인 설정으로 간다면 몸에 내공을 꽉 채워넣은 것처럼 무의식상태에서도 몸에 칼이나 총알이 안들어가게끔 염력이 보호막으로 작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걸 적용한다면 책을 염력으로 들고 읽다가 잠이 들 때 염력이 팟 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염력으로 책을 옆으로 치우게끔 한다거나 최소한 몸에 염력을 채워넣고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한다는 식의 작용도 가능하지 않을지요. 핵심은 염력을 꼭 의식의 실시간 동기화로만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저는 염력의 존재를 꽤 믿는 편입니다. 본인이 염동력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열에 열 사기꾼이라고 보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염력이 제 상상을 훨씬 더 초월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차피 살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힘인데 생각보다 편리하고 만능이면 어떻겠습니까. 어쩌면 염력은 인상을 찌푸릴 때 써지는 어떤 힘이 아니라 한 인간의 들숨 날숨처럼 계속 신체 내외를 순환하는 일상적인 작용일지도 모르죠. 4족 보행 동물이 2족 보행 동물의 기립된 척추를 보고 신기해하듯, 저희는 아직 진화하지 못했거나 어딘가에서 그 능력을 잃어버린 존재로서 염동력자를 저희 마음대로 한정짓는 것일지도 모르죠. 염력이 그렇게 편리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겠지만, 그런 존재들을 예전에는 다 신이니 천사니 신선이니 하면서 불렀던 것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저는 아시안이라 그런지 염동력도 결국 발달된 기공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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