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0 00:55
1.요즘 인간에겐 세가지 축이 있다고 느끼며 살아요. 인간들은 세가지 축을 쌓으며 살아가는데 그 첫번째는 업(業)이겠죠. 사람은 일을 하면서 사니까요. 자신의 직업이든 과업이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명성을 버는 사람도 있고 업적을 쌓는 사람도 있죠.
그야 누구나 자신의 일을 통해 명성과 업적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모두가 그럴 수는 없어요. 아주 많은 사람들은 돈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일들, 싫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죠. 하지만 명성과 업적을 쌓으려고 일하는 사람들도 긴 시간 단위가 아니라 하루하루 단위로 살펴보면, 그들 또한 일을 하기 싫어해요. 유명한 작가든 고명한 성악가든, 일에서 도망쳐서 그냥 놀고 싶어하죠. 그러니까 아주 좋은 직업을 가졌든 아니든간에 일은 누구나 싫어해요.
일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건 감사해야할 일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미시적으로 볼 때는 역시 귀찮고 성가신 순간들이 많은 거죠. 몇 년, 수십년 단위로 이루어진 긴 프로젝트 같은 걸 끝마칠 때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평소에는 그냥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니까요.
2.두번째는 연(緣)이겠죠. 사람은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살기 때문에...아무리 아는 사람이 적어도 가족이든 친구든 조금은 있으니까요.
한데 이런 인연들 또한 일과 같아요. 당연히 감사하고 소중하긴 하지만, 감정이 상할 때도 있고 멀리하고 싶을 때도 있죠. 주위 사람들은 잃었을 때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거지 매일매일 마주할 때는 잘 실감할 수 없어요.
3.세번째 축은 물(物)이예요. 인간이 일을 통해 정체성과 역할을 쌓고, 만남을 통해 인연을 쌓는다면 그중 가장 형이하학적인 축은 재물이니까요.
물론 어떤 경우에도 재물이 업이나 인연보다 귀중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건 인생을 뒤돌아볼 때에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는 거지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죠. 업이나 인연처럼 다루기 어렵고, 가지고 있을 때에는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것보다는 숫자로 표현되는 돈이 알기 쉽거든요. 그리고 업이나 인연과는 달리 돈이란 건 매일매일 부족하게 느껴지니까...더욱 갈구하게 되는 측면이 있죠.
4.휴.
5.하지만 돈이란 게 말 그대로 재력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어쨌든 한국 사람들은 일을 갖기 위해 십수년간을 공부하고, 일을 가진 뒤엔 또다시 오랜 시간동안 매진해야 사회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사회인은 은퇴할 때나 죽을 때까지 긴 시간동안 일을 하게 되는데...그 긴 시간동안 자신을 갈아가며 쌓은 저축액은 단순히 '화폐'라는 형이하학적인 측면만을 띄는 게 아니거든요. 말 그대로 자신의 인생동안 쌓은 노고, 슬픔, 보람같은 것들이 묻어있는 상징으로 승화될 수 있죠.
언젠가 인생을 돌아보며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이 복마전에서 속인...속물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기에 삶의 시기에 따라서는 돈이 정말 중요한 축인 거죠.
6.서론이 길었네요. 어쨌든 그렇게 소중하게 모은 축인 돈의 다른 점은 유일하게 '배팅'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업이나 인연같은 건 배팅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럴 기회가 있더라도 절대 배팅해선 안 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그래요. 돈을 가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돈은 그나마 잃어도 되는 것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 그야 정말로 잃으면 곤란하지만, 다른 귀중한 것들에 비해선 말이죠.
7.투자 잡담이라고 썼는데 딱히 투자 얘기는 없는 거 아니냐 싶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투자란 건 별거 아니예요. 업이나 인연처럼, 다시는 쌓기 힘든 축들에 비해 그나마 되돌릴 수 있는 것...재물이라는 걸 이용해 도약의 수단으로 삼는 거죠.
사실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니면 투자 기술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투자에서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데 너무 돈을 얻으려고 달려드는 건 도리어 해가 되니까요.
설령 돈(物)을 투자해서 잃더라도 그 사람에겐 업과 인연...귀중한 두가지 축은 건재할 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돈은 잃어도 별일 아니라고 끄덕일 수 있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하면 술술 잘 풀릴 수 있다는 거예요.
8.하긴 그래서 주식을 할 땐 잃어도 되는 돈으로 하란 거겠죠. 잃으면 안 되는 돈으로 주식을 했다가 잃으면 그 사태는 업과 인연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아무리 재물이 가장 형이하학적이고 덜 귀중한 것이라고 해도...인생의 여정을 한참 걸어가는 젊은 세월에는 재물이 그날그날의 기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니까요.
애초에 잃으면 안 되는 돈으로 주식을 하면 성공률이 높을 수가 없거든요. 마음가짐이 조급해지기 때문에, 그런 돈으로 주식을 하면 잘 풀릴 수가 없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