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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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 분들의 전전작 포스터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똑같습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디자인을 돌려 쓰는... ㅋㅋ)



 - 현재 시점 LA입니다. 리바이라는 아저씨(라지만 저보다 훨씬 젊...)가 외곽의 아주 낡고 허름한 공동 주택에 이사를 와요. 그러고선 집 앞 벤치에서 빈둥거리던 같은 건물 입주자 겸 또래 아저씨 존과 친구를 먹게 되는데요. 리바이 집에 굴러다니던 크리스탈 덩어리, 리바이는 재떨이인 줄 알고 그 용도로 쓰던 물건이 갑자기 신비로운 빛을 발하며 공중 부양을 합니다! 깜짝 놀란 둘은 대체 이게 뭐냐며 수다를 떨다가...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걸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넷플릭스에다가 비싸게 팔 수 있겠는데? 라며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구해와서는 이 신기한 물건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요. 당연히 과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이 둘이 이 물건에 대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건 애초에 근본 없는 음모론 비슷한 것 뿐이겠죠. 그런데... 그게 대충 괴상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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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도 안 유명하지만 그쪽 바닥에선 꽤 유명한 콤비님들입니다. 감독, 각본 겸 주연을 자꾸 하시는데 연기도 꽤 잘 하세요.)



 - 제가 꽤 재밌게 봤던 인디 SF/호러 영화 '타임루프: 벗어날 수 없는'과 '스프링'을 만든 인디 콤비 아론 무어헤드와 저스틴 벤슨이 만든 또 하나의 인디 SF/호러 영화입니다. 나름 메이저 진출 테스트작이었던 '싱크로닉'이 전작들 대비 모자란 완성도와 흥행 폭망으로 가라앉고선 티비 시리즈 에피소드 몇 개씩 감독하다가 다시 또 초 가난 모드로 뽑아낸 영화에요. ㅋㅋ 그동안 참여한 작품이 마블 '문나이트'와 '로키'이고 지금 나올 준비 하고 있는 게 '데어데블'의 새 시리즈라고 하니 히어로물들이 시리즈로 줄줄이 나오는 게 재능 있지만 아직 못 뜬 젊은 연출자들에겐 생계에 도움 되는 좋은 면도 있구나... 싶구요. 뭐 어쨌든, 이 영화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거. 원래 이 분들 하던 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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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없으니 특수 효과라고 해 봐야 딱 이 정도 수준만 몇 번 나옵니다만. 그걸 또 허접하지 않게 보여주는 재주가 있는 감독님들이구요.)



 - 근데... 이게 좀 난감합니다. ㅋㅋㅋ 사실 '타임루프: 벗어날 수 없는'과 '스프링', 그리고 '싱크로닉'까지도 이 감독 콤비들 영화는 대충 규칙이 정해져 있는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이었거든요. 근데 이건... 좀 이상해요. 최대한 단순하게 요약해서 정의해 보자면 극영화와 그들이 만드는 극중 다큐멘터리가 경계선 없이 뒤섞여 있는 형식? 뭐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만. 


 영화 속에서 그 공중 부양 크리스탈이 무슨 일을 일으키는 게 별로 없어요. 큰 사건이랄 게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그 일이 벌어지고,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정하고, 여기 다음 부터는 런닝타임의 대부분이 이 아마추어 둘이서 이것저것 쓸 데 없는 걸 조사해서 세우는 가설들을 이것저것 오락가락하면서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식이에요. 그러니 깔끔한 기승전결 같은 건 좀 무리겠고, 이야기의 맥락도 흐릿해집니다.


 여기에 주인공 둘의 관계 드라마가 들어가서 기둥 줄거리 역할을 하긴 합니다. 딱 봐도 참 안 어울리는 콤비이고 그래서 영화 내내 참 어색해요. ㅋㅋㅋ 그리고 둘 다 그렇게 마구 선량한 사람들처럼은 안 보이기 때문에 이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걸 구경하고 있노라면 불안불안한 느낌도 들구요. 그러다 클라이막스 즈음에 가면 이제 음모론 얘기보다 이 둘의 드라마가 조금 더 중요해지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그쪽 드라마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데, 정작 크리스탈에 대한 탐구는, 이들이 제시한 그 많은 음모론들은 끝까지 정리가 되지 않아요. 아마 보시는 분들 취향에 따라선 엔딩을 보며 화를 내시는 경우도 적지 않을 듯.... 싶었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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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아마도 영업용으로 일부러 작정하고 뽑은 장면 같은 게... 영화 속에 이런 식의 장면이 거의 없고 분위기도 안 이래요. 딱 이 장면 하나만 이렇습니다. ㅋㅋㅋ)



 - 그래서 이 영화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가 됩니다. 


 그 중 첫 번째인 공중 부양 크리스탈의 비밀... 쪽은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딱 봐도 답이 안 나올 소재 아닙니까? ㅋㅋ 그래서 주인공들이 이 물건을 두고 펼치는 상상의 나래와 그에 따른 어이 없고 기괴한 행동들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데요.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나쁘지 않습니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이들의 음모론들 중엔 나름 재밌어 보이는 것도 있고요. 또 하찮고 이상해 보이는 가설을 보여줄 때도 분위기 하나는 꽤 그럴싸하게 잘 잡아주거든요. 사실 이게 이 영화의 90%입니다. 분위기. ㅋㅋㅋ 어떤 해답이나 깔끔한 마무리 같은 것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 놓고 그냥 전반적인 분위기만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꽤 높을 수도 있어요. 


 두 번째 포인트인 이 둘의 드라마는... 이 쪽은 꽤 괜찮습니다. 사실 별 거 아닌 컨셉인 걸로 치부할 수도 있어요. 각자 인생 지루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남자 둘이서 갑자기 인생에 찾아온 희한한 찬스를 놓고 의기투합했다가, 갈등하다가, 지지고 볶다가... 하는 흔한 드라마이고 인물 설정도 특별할 건 없거든요. 근데 이 감독님들이 예전부터 늘 잘 하던 게 '디테일'이었구요. 이 영화의 별 개성 없는 두 남자도 클라이막스 즈음에 가면 짠하기도 하고, 깝깝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도 잘 되길 바라게 되는 정도의 입체성과 인간미를 부여 받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의외로 짠하고 애잔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만... 음. 이런 영화를 선택해서 보면서 이런 부분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가 문제겠죠. 하라는 SF/호러는 제껴놓고 드라마 집중이라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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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히 개그도 슬쩍슬쩍 끼어드는 편인데, 영화의 전반적으로 추욱 가라 앉은 분위기와 부실한 한글 자막이 다 잡아 먹어 없애버립니다.)



 - 그래서 전 괜찮게 보긴 했는데요. 그래도 적응이 덜 된 초중반은 '대체 왜 이야기가 진도를 안 나가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가 떨어지기도 했고. 또 자꾸 괴상한 음모론적 설명들이 튀어나오는데... 자막이 안 좋습니다. ㅠㅜ 영어를 공부한지 이제 4반세기가 넘은 제 귀에도 들리는 대사가 요상하게 번역되어 있는 게 종종 걸리더라구요. 당연히 음모론 설명들 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재미를 깎아 먹었죠. 사실 이 영화엔 은근히 개그 코드들이 깔려 있는데, 그 역시 자막이 다 밟아 죽여 버려서 거의 안 웃깁니다(...)


 결론적으로... 위에 적었듯이, 재미난 음모론이 튀어나오는 참신한 이야기!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괴상한 상황 설정과 그 속에서 음모론에 집착하는 깝깝한 남자 둘의 불안한 멘탈... 로 빚어지는 '이게 대체 뭐꼬!?'라는 혼돈과 혼란의 불길한 분위기... 만 즐기실 수 있다면 뭐, 한 번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사실 이게 비평적 성과는 아주 높은 편이고, 감독 콤비의 전작들을 재밌게 본 저는 이미 형성된 호감으로 기어이(?) 좋게 보고야 말았지만 대중적인 재미를 충분히 주는 영화였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ㅋㅋㅋ 뭐 그랬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크리스탈은 가끔씩 지 멋대로 부양을 했다가, 말았다가 하구요.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가설들을 찾아내며 자기들끼리 뻑 가구요. 근데 보면 볼수록 좀 수상해집니다. 이 사람들이 뭐 특별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 분들이 찾아내는 떡밥들이 자꾸만 본인들 과거지사, 인생 추억들이랑 연결이 돼요. ㅋㅋㅋ 문제는 그게 또 그럴싸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겁니다만. 극중에서 인터뷰하는 외부인 한 명의 말대로, 그냥 논리적으로 짜맞추기만 하면 된다면 세상에 못 만들어낼 음모론은 없죠.


 그리고 둘 중 더 못 배우고 더 인생 암울한, 크리스탈 주인인 리바이는 점점 이 크리스탈에게서, 그리고 점점 이 일에 대한 집착이 선을 멀리 넘어가는 파트너 존에게서 불쾌하고 위험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래서 자기는 이 일 그만두고 이사 가 버리겠다고 선언하는데요. 그걸 존이 뜯어 말리고, 또 뜯어 말리고... 하면서 분위기는 계속 암울해지죠.


 그러다 이 영화의 유일한 반전 같은 게 전혀 예상치 못하게 터져 나와요. 그러니까 이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설치고 있으니 당연히 푸티지가 쌓일 테고, 그걸 저장해 둔 하드 디스크를 존이 아무 생각 없이 관리하다가 자료를 다 날려 버려요. 근데 그렇담 지금껏 관객들이 본 걸 뭘까요? 그때 극중 다큐멘터리 장면으로 영상 편집자가 출동해서 황당한 얘길 합니다. 주인공들이 이런 사정을 얘기하며 본인들이 겪은 일을 '일부' 재촬영해야겠다며, 거기에 cg도 넣어달랬다고... 결국 지금껏 관객들이 본 건 전문 편집 & 기술자들이 만든 '재연' 영상이었다는 겁니다. ㅋㅋㅋ


 일이 이쯤 되니 리바이의 회의감, 위기감은 더 커지고, 이제 '내일 아침에 바로 뜨겠다'고 까지 선언을 해 버리니 존은 저엉말 화가 나구요. 그래서 정말로 서로의 약점을 마구 후벼 파며 잔인한 말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그러고 조금이라도 더 성격 온순한 리바이가 그래 그럼 넌 니 맘대로 하렴. 루저인 나는 여기서 빠질게... 하고 마무리가 되는데요.


 잠들었던 존이 잠을 깨 보니 본인이 공중 부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깜짝 놀라는 순간 바닥에 쾅하고 떨어지구요. 이것 봐 이것 봐 이것 보라고 리바이!! 하고 뛰쳐나가 보니 리바이가 온데 간데 없어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 보니 리바이가 피우다 떨어 뜨린 듯한 담배가 아직 연기를 피우며 베란다에 놓여 있구요. 밖으로 뛰쳐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어엄청 높은 곳을 떠다니던 크리스탈이 땅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리바이도 그만큼 높이 날아가 버린 모양이죠.


 마무리는 이들이 만든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멘트에요. 당연히 존이 나와서 이야기 합니다. 리바이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고, 어디 다른 세상에서 삼을 이어가고 있을 거다... 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며칠 후 경찰이 찾아와서 리바이의 유골이 든 상자를 주고 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자신의 삶을 특별히 만들어주는 경험을 하고 갔으니 괜찮을 거랍니다. 그리고 자신은 탐구를 계속할 거라고 선언하면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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