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글은 구구절절 옳은 말인거 같은데 '세상이 다 불쌍하다'어쩌구 하면서 빈정대는 댓글들은 좀 웃기네요ㅋ


어차피 다른 성을 이해하는건 죽을때까지 불가능하니 연민같은걸 느끼진 않습니다만 솔직히 남자들이 좀 웃기긴 하죠.


외모품평이 치열한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게 뭉쳐져서 여자들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는거고... 저는 여기에 분명한 선후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여자들이 지들끼리 스스로 미쳐서 성형외과를 찾는게 아니라, 그렇게 만든 원인은 여자를 둘러싼 환경에 있다구요.


여기서부터 말도안되는 개똥철학으로 지껄여보자면, 원인은 좀더 구조적인데 있다고 봅니다. 엉뚱한 얘기같지만(사실 엉뚱한 얘기 맞음)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가부장적인 구조는 더 강화되고 있다고 봐요. 남녀평등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는거죠. 그런데 오히려 갈수록 남자들(?)은 더 심한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남성인권, 남성역차별을 운운하고 여성혐오 정서가 확산되는 이유는, 그 가부장제조차 양극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휘두르는 가부장적 억압과 권력은 더 공고해지고 악질적인 것으로 강화되는데, 그걸 향유할 수 있는 '남자'의 비율은 소수가 된거죠.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권력을 누리는 소수의 남자들과 (저같은) 대다수의 별볼일없는 남자들로의 양극화요. 그걸 없애려는 저항을 회피해서 오히려 그걸 강화하는 대신 소수만 누릴 수 있게 재편되는...


그러면 대다수의 별볼일없는 남자들은 피억압의 대상인 여자들과 연대해서 그 전근대적 권력을 누리는 소수를 상대로 싸우느냐? 그건 아닌게 문제ㅋ 그 적개심과 피해의식은 고스란히 여자들한테 돌아가죠. 나는 (그 좋은) 권력을 (옛날 사람들처럼) 누리지도 못하는 별볼일없는 신세인데, 잘난 소수의 남자들과 그 남자들의 희생양인 여자들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됐다 이거죠. 여자들도 자기들이 당하는 피해의 원인은 '남성' '사회'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서로 화살을 엉뚱한데 쏘면서 피를 흘리고 있는 꼴.


여자들은 여전히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일종의 '싸나이의 사회적 성공의 전리품' 취급을 당하는건 여전하고 아니 심지어 더 그런 구조가 견고해졌으니 여자들에게 성적 매력이란건 굉장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거죠. 그 양극화 구조속의 소수에게 계속해서 잠재적 전리품인거니까. 상품가치를 높여야 하지 않겠어요? 달리 거기서 벗어날 수도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저같은) 별볼일 없는 대다수의 별볼일 없는 남자들은 이 틀을 깨고싶어 하기 보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누리는 소수 속으로 편입되고 싶을 뿐이죠. 사람이 다 그렇죠 뭐 약하고 찌질하고... 우리나라 정치지형이랑 비슷하지 않나요? 욕망만 있을 뿐이고 잘못된걸 부술 의지는 없어요. 입 다물고 여유롭게 전근대적 가부장제 권력을 향유하는 소수를 대리해서 정작 별볼일없는 대다수가 여자들을 상대로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그러니까 더 맹렬하게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여자 얼굴이나 가슴크기 허벅지의 아름다움을 토론하고 '왜 여자들은 나랑 같이 모텔에 안가주는가?' '왜 여자들은 내 카톡을 씹는가' 같은걸로 고민하고 증오심에 불타고...


지금까지 개소리였습니다


어쨌든 이중적이긴 해요. 여자가 못생겼으면 못생겼다고 짓밟고, 짓밟히기 싫어서 열심히 수술해서 예뻐지면 '성형괴물'이라고 모욕하고... 이런 식으로 장난감 취급 당하는 최전선에는 연예인들이 있고 그냥 일반인들도 크게 다를건 없어요. 대형 커뮤니티에 매일매일 올라오는 성괴사진 품평글과 거기 달리는 댓글들 보면 적나라하잖아요. 결국 엄마 뱃속에서부터 천부적 예쁨을 타고난 극소수의 천연기념물들만 영원한 면죄부를 얻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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